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한국으로 오는 사드, 그 대가는 누가 치르나?

한국으로 오는 사드, 그 대가는 누가 치르나?
[민중의소리] 그레고리 일리치(Gregory Elich) / 번역 : 이정무 기자 | 발행 : 2016-08-21 13:40:32 | 수정 : 2016-08-21 13:40:32


▲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7월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한국은 최근 사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를 영토내에 배치하는 데 동의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군사적 아시아 중시정책(militarized Asia pivot)에서 중대한 전진이다. 사드 포대는 이 지역의 힘의 균형을 깨뜨리고 한국을 미국, 일본과 손잡고 중국을 반대하는 동맹으로 끌어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결정은 미국의 정치와 군사 지도자들이 박근혜 정부에게 국가적 이익을 희생하고, 중국을 적대시함으로써 미국의 지정학적 목표에 기여하라고 압박해 온 길고 단호한 노력의 성공이기도 하다.


사드는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의 의미있는 성공 사례다

사드 배치 결정은 곧바로 중국과 러시아의 비판, 그리고 한국내 진보진영과 사드 부대가 주둔하기로 한 성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미국 관리들은 자신들의 의도는 오직 방어적이며, 한국을 북한을 탄도미사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게 볼 수 없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사드 포대의 미사일은 떨어져 내리는 탄도 미사일을 고도 40~150Km의 범위에서 요격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북한은 매우 가깝고, 따라서 (한국을 목표로 발사된) 미사일은 사거리를 최대로 가정하더라도 그런 높이에 도달하기 어렵다. 게다가 북한이 평택에 집중된 미군기지를 노리고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를테면 북한의 북측 국경)에서 고고도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하더라도 사드시스템이 이를 탐지하고 요격에 나서라면 3분 30초 가량이 필요한데, 그 정도면 이미 미사일은 40Km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사드는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다. 한국을 상대로 북한은 장사정포와 순항미사일, 그리고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사드의 요격범위 이하에서 날아온다.

미 국방부가 2014년에 내놓은 탄도미사일방어시스템평가(Assessment of the Ballistic Missile Defense System)에서는 사드는 그 동안의 요격시험에서 단순하고 흩어지지 않은 요격대상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파괴했지만, 여전히 더 복잡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상대할 수 있는지는 좀 더 시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시험에서 사드는 바람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환경변수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 요격 대상 미사일이 요격에 대응해 전자적 방해를 하는 상황은 아예 시험에서도 제외됐다. 한마디로 성공이라고 보고되었지만, 이 시험들은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도 못한 셈이다. 사드의 효용성에 대한 요구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어라는 목적에 기여하지도 못하는 사드 포대는 왜 한국에 배치되는 것일까?

미국 관리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북한의 미사일들은 중요하고도 실용적인 구실 - 사드 포대가 필요하다는 걸 다수의 한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저항을 극복하는 데서 - 이 된다. 군사작전과는 무관하지만 말이다.


진정한 문제는 요격무기가 아니라 레이더다

한국으로 향할 사드 포대에서 진정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요격무기가 아니라 함께 배치되는 AN/TPY-2 X-밴드 레이더다. 최근까지 미국 관리들은 이 레이더가 두개의 모드를 가진다는 걸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해왔다.

이 레이더는 종말모드(terminal mode)로 운용될 때 떨어져 내려오는 미사일을 탐지하고 요격미사일을 쏜다. 한편 전방배치 모드(forward-based mode)로 운용될 때는 발사 단계에 있는 미사일을 탐지하고 이 데이터를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전송한다. AN/TPY-2 레이더의 모드 전환에는 단지 8시간이 걸릴 뿐이다. 성주에 설치된 레이더가 전방배치 모드로 운용된다면 중국 동부를 커버하고, 이들 지역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을 것이다.

‘Defense Industry Daily’는 AN/TPY-2 레이더가 “사드와 늘 함께 배치되지만, (포대와는 별도로) 다른 미사일방어 인프라의 일부분으로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유연성은 “사드를 뛰어넘는 확장된 역할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레이더의 탐지 범위가 넓어질수록, 미국에 주둔한 미사일방어 포대로 전달되는 정보는 정확해 진다. 사드 포대는 괌에 설치되어 있고, 일본에는 포대를 동반하지 않은 AN/TPY-2 레이더 2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통합되어 있다. 일본의 우경화된 정부가 (미국에) 자신의 영토를 사용하는 걸 허용했으리라고 보는 데는 아무 무리가 없다. 사드 논란은 미국이 한국 정부의 승인을 얻는데는 (일본과는 달리) 더 간접적인 접근이 필요했다는 걸 말해준다.

미국은 군사 전략가들에게 한국의 지리적 위치가 갖는 전략적 의미는 결코 무시할 수 없고, 그러니까 빠르건 늦건건에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것이라는 건 분명했다.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나라가 반중국 동맹에 끌려들어가는 데 그리 예민한 것 같지는 않다. 특히 미국이 고의적으로 자신의 군함을 중국 영해로 밀어넣는 것과 같은 호전적 수단들에 몰두하는 지금같은 때에 말이다.

▲ 8월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에서 군민들이 함께 사드 배치 반대 삭발을 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괌에서의 전자파 측정은 신뢰할 수 있나?

많은 성주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거주지와 가깝게 설치될 AN/TPY-2 레이더의 안전성이다. 성주주민들의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 레이더는 고주파의 신호를 송수신하고, AN/TPY-2 레이더는 8.55에서 10GHz의 고주파를 만들어낸다. 세계건강기구(WHO)에 따르면 10GHz수준의 고주파는 “피부를 뚫고 들어가 에너지를 흡수시켜 열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리고 킬로그램 당 4와트의 침투는 “건강상의 악영향을 일으킨다.” 이를 피하자면, 레이더의 빔이 나가는 직접적인 경로에 사람이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성주 주민들의 관심사는 자신들이 어떤 수준의 고주파에 노출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의 군 관리들은 한국 기자들을 사드 포대가 주둔한 괌으로 초청해 AN/TPY-2 레이더로부터 1.6Km 덜어진 곳에서 전자기파를 측정하도록 했다. 이 거리는 사드 포대 배치 예정지와 성주 주민의 거주밀집지역이 떨어진 정도다. 다행히도 괌에서 기자들이 측정한 수치는 위험수치에 크게 못미치는 1평방미터당 0.0007와트 수준이었다. 전자기파는 거리가 멀수록 약해지니까, 건강에 위험이 될 것이라는 문제는 안심해도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럼 그게 전부일까? 기자들이 받아든 건 단지 ‘결과’다. 이 테스트가 어떤 조건하에서 이루어졌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것이 없다면, 측정결과는 아무 의미가 없다. 측정은 레이더의 중심 빔이 나가는 선상에서 이루어졌나, 아닌가? 선상인가 아닌가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 측정이 이루어질 때 레이더의 출력은 어떤 수준이었나? 레이더는 다양한 출력으로 운용된다. 레이더의 각도는? 이런 요소들을 변화시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이날의 측정이 가능한 최저의 결과를 낳도록 준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다.

미 육군의 AN/TPY-2 전방배치 모드 레이더 운용 매뉴얼에서는 세 종류의 탐색 플랜을 정의하고 있다. 대개 자율적 탐색 플랜으로 불리는 “표준 작전 모드”는 가장 넓은 탐지 범위에서 많은 대상물을 탐색한다. 이 모드는 전방배치 모드의 레이더가 가장 전형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고, 레이더 주변의 넓은 지역과 많은 인구거주지가 고주파에 노출된다.

매뉴얼에서는 레이더가 운용중일 때 100m의 출입금지구역(Keep-out zone)에는 어떤 사람도 들어올 수 없다고 경고한다. 좀 더 넓은 3.6Km까지는 ‘통제되지 않는 사람(uncontrolled personnel)’, 그러니까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다. 괌에서의 측정결과는 1.6km거리에서 이루어졌는데도 매우 낮은 전자기파가 관측되었는데, 이는 더 먼 거리까지도 출입을 통제한 실전매뉴얼과 차이가 난다.

하지만 당시 괌의 레이더가 터미널 모드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간주한다면 전혀 어색할 것은 없다. 전방배치 모드는 먼 거리에서의 탐지를 목표로 하는 만큼, 당연히 종말모드보다 더 큰 출력을 필요로 하고, 더 많은 전자기파를 만들어낼 것이다.

설사 안전한 수준이라고 간주되는 전자기파에 대해서도 장기간의 노출은 위험할 수 있다. ‘Experimental Oncology’에 게재된 논문(I. Yakymenko, E. Sidorik, S. Kyrylenko, and V. Chekhun)은 “현재의 안전 수준을 재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저자들은 “극초단파의 방사가 낳는 발암효과는 10년 또는 그 이상의 노출 후에서나 분명해질 수 있다”고 결론 지었다.

물론 우려할 것이 없다고도 주장할 수 있다. 성주 주민들이 전자기파에 노출될 때 이것이 실제 해로운 결과를 낳을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분명한 것은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공정한 그룹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과 한국 관리들은 사드의 군사적 유용성에만 초점을 두고 있고, 따라서 이들의 (안전하다는) 말은 신뢰받기 어렵다. 그런 시각에서는 성주 주민들의 후생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사드의 연간 유지보수비용 2천2백만 달러는 누가 부담하나

현재로서는 사드 포대와 함께 배치될 레이더는 터미널 모드로 셋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리고 얼마나 자주 그럴 것인지는 다른 문제다. 한국 국방장관인 한민구는 최근에도 여러차례 “한국정부는 미국의 MD체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불가 1년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영토에 사드를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의 말의 신뢰도는 낮다. 한 장관의 신뢰성을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해도, 사드 포대는 미군에 의해 운용된다. 한국은 한국에 배치된 레이더가 어떻게 운용되는지에 관해 발언권이 없고, 아마 사후 통지도 받지 못할 것이다.

사드 포대의 가격은 13억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연간 유지보수비용은 2천2백만 달러다. 적절한 때가 되면 미국은 이 포대의 유지보수 비용을 한국에 떠넘기려 할 것이다.

성주 주민들의 안전에 관한 우려 만큼이나 중요한 중대한 문제들이 한국의 앞에 있다. 한국은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해야만 할까? 한국민은 정말 한국이 미국과 손잡고 반중국 동맹에 참여하는 것을 원할까? 분명한 것은 미국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우리는 우리의 동맹을 개혁하고 있으며, 우리 두 나라는 새로운 협력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한국의 손해로 이어질 것이다.

2017년 12월에는 다음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사드 배치는 그 보다 빠른 시점에 예정되어 있다. 다음 대통령이 한미간의 약속을 취소하는 걸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만약 한국 진보진영과 성주주민들의 반대가 충분히 강하다면 실제 포대의 배치는 아마 선거 이후로 연기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성급한 결정’을 다시 생각해볼 여유가 생겨날 수도 있다.


출처  [Gregory Elich 칼럼] 한국으로 오는 사드, 그 대가는 누가 치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