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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을 피해자로 만들어 준 검찰, 과연 재벌은 피해자인가

재벌을 피해자로 만들어 준 검찰, 과연 재벌은 피해자인가
[민중의소리] 김동현 기자 | 발행 : 2016-11-20 19:06:54 | 수정 : 2016-11-20 19:06:54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이영렬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대기업들이 재단 출연하기도 했는데 미르·K스포츠 재단은 뇌물이기보다 강압에 의해 돈을 출연했다고 봐 직권남용으로 기소했다.”

‘박근혜 게이트’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한 말이다.

검찰이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과 관련 뇌물죄 대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적용했다. 뇌물죄와 직권남용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단 박근혜와 최순실, 안종범 처지에서 보면 죄의 무게가 다르다. 보통 직권남용보다 뇌물죄를 훨씬 무겁게 보기 때문에 검찰이 이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혐의를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800억 원에 이르는 거금이 오간 사건이어서 혐의가 인정되면 형량은 결코 작지 않다. 게다가 이들은 두 재단 이외에도 여러 죄가 있는 상황이라 중형을 피하기 어려운 상태다.

돈을 낸 재벌들의 처지에서 보면 직권남용과 뇌물죄는 하늘과 땅 차이를 넘어선다. 이번 경우에는 박근혜나 최순실에게 직접 돈을 건넨 게 아니어서 ‘제3자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 ‘제3자뇌물죄’가 적용되면 재벌들도 피의자가 되지만 직권남용이 적용되면 재벌들은 피해자가 된다.

검찰은 “기업들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각종 인·허가상 어려움과 세무조사의 위험성 등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해 출연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말은 재벌들을 피해자로 만들어줬다.

▲ 전경련회관 ⓒ민중의소리


그렇다면 과연 돈을 낸 재벌들은 피해자일까?

뇌물죄와 직권남용죄를 적용하는 데에서 핵심은 대가성 여부다. 돈을 낸 재벌들이 대가를 바라고 돈을 낸 것이라면 뇌물죄가 적용되고 재벌들도 피의자가 된다.

일단 구체적인 ‘대가’가 언급된 정황이 있는 재벌은 부영 그룹이다. 안종범 전 수석과 이중근 부영 그룹 회장이 직접 만나 K스포츠재단에 70~80억 원을 추가 지원하고 국세청 세무조사를 무마하는 맞거래 내용이 담긴 문건 내용이 이미 공개됐다.

롯데 그룹도 대가성을 의심받고 있다. 올해 초 신동빈 롯데 회장이 박근혜와 따로 만났고 70억 원을 추가 지원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롯데그룹이 추가 지원에 응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K스포츠재단이 검찰의 롯데그룹 압수수색 전날 70억 원을 돌려준 점도 오히려 대가가 있는 자금 지원이 아니냐는 의심을 키우고 있다.

이외에도 박근혜 정권에서 재벌이 받은 특혜 중에는 눈에 띠는 부분이 있다.

세간에 오르내리는 강력한 특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인수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손실을 감수하고 인수합병에 찬성한 사건이다. 국면연금은 평소 개최하던 외부자문회의도 생략하고 이례적으로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은 두 재단에 무려 204억 원을 냈다. 이외에도 삼성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승마 관련 지원을 한 정황도 확인됐다.

SK 최태원 회장은 2015년 특별 사면 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있었던 재벌 사면이었다. 여론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행됐다. SK는 두 재단에 111억 원을 냈다. CJ 이재현 회장도 올해 사면됐다. CJ는 두 재단에 13억 원을 냈다.

이번 수사결과발표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대변인은 “대통령은 롯데 수사 관련, SK 최태원 회장 사면, 부영 세무조사 면죄 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국민연금 동원 등을 사실상 주도한 당사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기업의 편의를 봐주고 사익을 취한 것은 명백한 뇌물죄 적용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재벌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재단 출연 기업과 관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뇌물죄’ 추가 기소의 여지를 남겨뒀다.


출처  [박근혜 게이트] 재벌을 피해자로 만들어 준 검찰, 과연 재벌은 피해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