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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박정희 흉상'... 얼굴·계급장 모두 '빨간색'

훼손된 '박정희 흉상'... 얼굴·계급장 모두 '빨간색'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 흉상, 지난 4일 훼손돼
박정희흉상보존회 "이건 역적질"

[오마이뉴스] 김지현 | 16.12.05 11:47 | 최종 업데이트 : 16.12.05 14:30


▲ 지난 4일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위치한 박정희 흉상이 훼손됐다. 박정희의 얼굴과 계급장 그리고 군복엔 빨간색 락카가 칠해졌고, 흉상을 떠받치고 있는 좌대에는 '철거하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 김지현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박정희 흉상이 훼손됐다.

박정희 흉상의 얼굴엔 빨간색 스프레이가 뿌려졌고, 군복 깃 소장 계급장 좌우 그리고 군복 중앙 부분이 빨간색으로 칠해졌다. 박정희의 코는 망치로 맞은 듯 흠집이 나 있었다. 또한 흉상 아래 좌대엔 '철거하라'는 빨간 글씨가 적혔다.

1966년부터 이 흉상이 위치한 곳은 박정희가 5.16 군사쿠데타를 모의했던 제6관구(수도방위사령부의 전신)가 있던 자리다. 육군 소장 계급장을 달고 있는 젊은 날의 박정희의 모습을 옮겨놓은 흉상이 1.8m 높이 좌대 위에 위치해 있다. 박정희 흉상을 중심으로 이중 펜스가 쳐져 있으며, 가장 바깥쪽 펜스는 자물쇠가 걸려 있어 사람의 출입이 불가능하다.


박정희흉상보존회 "나라 잘살게 해준 분인데... 이게 무슨 짓인가"

▲ 지난 4일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위치한 박정희 흉상이 훼손됐다. 박정희의 얼굴과 계급장 그리고 군복엔 빨간색 락카가 칠해졌고, 흉상을 떠받치고 있는 좌대에는 '철거하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 김지현

문래근린공원 내 박정희 흉상을 현장 관리자 한아무개씨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4일 오후 6시께 현장에 와보니 흉상이 훼손돼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박계천(80) 박정희흉상보존회 회장은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건 다 박정희 대통령 덕분인데, 왜 흉상에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면서 "존경해야 할 인물을 모신 흉상을 훼손하는 건 역적질이나 다름 없다"라고 분개했다. 박계천 회장은 5일 경찰에 흉상 훼손 건에 대해 경찰에 신고할 계획이며, 박정희 흉상의 관리를 위해 CCTV를 설치할 예정이다.

박정희 흉상이 훼손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11월 5일, 민족문제연구소, 민주노동당 등 30여 명이 이 흉상을 기습적으로 철거했다. 당시 그들은 준비해간 욱일승천기를 흉상에 씌우고 오랏줄을 흉상 목에 감아 끌어내렸다. 이때 흉상이 떨어지면서 코 등이 뭉개졌다. 이들은 이 흉상을 홍익대로 옮겼으나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6년이 지난 뒤, 박정희흉상보존회와 박정희바로알리기모임은 사비 400만 원을 들여 흉상을 복원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6년 12월, 다시 흉상이 훼손된 것이다.


흉상철거주민대책위 "분란 유발시설이 왜 공공장소에 있나"

▲ 지난 4일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위치한 박정희 흉상이 훼손됐다. 박정희의 얼굴과 계급장 그리고 군복엔 빨간색 락카가 칠해졌고, 흉상을 떠받치고 있는 좌대에는 '철거하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 김지현

박정희 흉상은 논란이 많은 조형물이다. 지난 11월 2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정질의 당시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박정희 흉상의 철거 또는 이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등포구도 흉상 철거에 대한 찬반 민원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흉상 소재지인 영등포구청의 푸른도시과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직 박정희 흉상 철거 계획은 없다"라면서도 "서울시와 협의를 거칠 예정이고, 법적 권한에 대한 부분은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정희흉상철거영등포주민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정재민 정의당 영등포구위원회 위원장은 "박정희 흉상은 정확한 근거가 없는 시설물이다, 영등포구가 부지만 제공한 것이지 흉상 자체는 어디에도 등재돼 있지 않다"라면서 "왜 분란을 유발하는 시설물을 영등포구민들이 애용하는 공공장소에 둬야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정희흉상철거영등포주민대책위원회는 빠른 시일 내에 박정희 흉상 철거와 관련해 영등포구청장과의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며, 현재 박정희 흉상 철거 범국민서명을 진행 중이다. 범국민 서명에는 많은 시민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재민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3일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 당시 2시간 만에 1,000여 명이 참여했다. 박정희흉상철거영등포주민대책위원회는 향후 온오프라인 서명을 이어갈 방침이다.


출처  훼손된 '박정희 흉상'... 얼굴·계급장 모두 '빨간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