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삼권분립’ 파괴한 박근혜 정부의 법조농단 기술들

‘삼권분립’ 파괴한 박근혜 정부의 법조농단 기술들
[민중의소리] 박소영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7-01-02 08:20:15


‘법치국가’ 무색하게 만든 박근혜 정권

▲ 박근혜가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근혜 게이트’ 관련 3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들의 분노 섞인 외침이 터져나왔다.

비선실세 무리들이 온갖 이권을 챙기고 불법을 행하는 동안 청와대 안에서도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지난 2014년부터 약 1년간 청와대 재직 당시 업무일지로 사용했던 업무 수첩은 언론에 공개되자마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수첩에는 정부가 자신들에 비판적인 정치세력과 시민사회, 언론 등을 탄압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사찰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정부는 법조계 인사들을 사찰하는 것도 모자라 정권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 인사는 찍어내고, 재판 과정에도 개입하는 등 '삼권분립'이 엄연히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박근혜 정권이 그동안 어떻게 법조계를 쥐락펴락하며 법치주의를 유린해왔는지 그 흔적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찍히면 죽는다’ 사법부도 정권 입맛대로 - ①
“원세훈 무죄는 지록위마 판결” 靑, 김동진 수원지법 부장판사 징계 예의주시

▲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철수 기자

김 전 수석이 적은 2014년 9월 22일자 기록에는 “비위 법관의 직무배제 방안 강구 필요(김동진 부장)”라는 메모가 적혀있다.

지난 2014년 국정원 댓글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정치에 관여한 점은 인정되지만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김동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전산망 자유게시판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김 판사는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라며 “국정원 댓글 사건 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라며 비판했다. 대법은 김 판사의 글을 즉시 삭제 조치하고,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김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메모는 청와대가 김 판사의 직무배제까지 고려할 만큼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김 부장판사의 징계 심사가 진행중이던 시기였던 만큼 청와대가 그의 징계에 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메모가 작성된 지 약 3개월 후인 12월에 김 판사는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로부터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찍히면 죽는다’ 사법부도 정권 입맛대로 - ②
‘세월호’ 언급했다는 이유로... 보수단체까지 동원해 사퇴 압박?

▲ 세월호 참사 ⓒ뉴시스

비망록 8월 29일자에는 “이형주 판사 - 재임용 영장고려사유(도주, 증거인멸)”라는 기록과 함께 “사회적 제재 - 보수·애국단체 SNS항의 사퇴요구”라는 메모가 적혀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이형주 판사는 지난 2014년 8월 어업활동이 금지된 새만금 방조제 근처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전복사고를 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 선장 김모(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번 사건에는 피의자 과실뿐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내재돼 있었다. 이 사고는 세월호 참사의 축소판”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장문의 사유를 설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고,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사고의 책임을 선장 개인의 잘못 뿐만 아니라 국가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 판사의 지적은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판사의 기각 결정 바로 다음날인 8월 29일 이 판사에 대한 사회적 제재를 거론하며 보수단체 등에 SNS를 통해 사퇴요구를 하도록 논의했다.

이 메모가 작성된 지 5일이 지난 뒤 실제로 보수단체들은 “판사들의 법관 재임용에 자질을 심각하게 고려해 볼 것을 요청한다”며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당시 탄원서를 제출한 보수단체 대표는 신보라 새누리당 의원으로, 그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대법관 임명부터 사찰까지 ‘사법부 길들이기’ - ①
검찰 출신 대법관 만들기

▲ 대법원 ⓒ제공: 뉴시스

사법부를 길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청와대가 검찰 출신 인사의 대법관 임명을 추진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김영한 비망록 2014년 9월에 적힌 메모에는 '법원이 지나치게 강대·공룡화, 견제수단이 생길 때마다 길을 들이도록'이라고 적혀있는가 하면, 2014년 9월 7일 임기만료인 양창수 대법관의 후임으로 호남 인사는 배제하고, 검찰 몫 획득을 위해 양승태 대법원장 등과 교류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당시 양창수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앞두고 청와대는 2012년 안대희 대법관 이후 검찰 인사들이 연이어 대법관 인사에 낙마한 것에 따른 대책을 세우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출신 대법관의 명맥을 잇고자 했던 청와대의 염원은 이듬해 1월 신영철 대법관 후임으로 검사 출신인 박상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이 임명·제청되면서 이뤄졌다.


대법관 임명부터 사찰까지 ‘사법부 길들이기’ - ②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 양승태 대법원장 ⓒ양지웅 기자

지난 15일 국회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청문회에서는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을 통해 사법기관 수장을 사찰한 정황이 폭로돼 큰 파문이 일었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게이트'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윤회 문건' 외에 그동안 미공개된 8건의 문건 가운데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최성준 전 춘천지방법원장을 사찰한 문건이 있다고 폭로했다.

문건에는 양 대법원장의 등산 등 일과를 낱낱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과 2014년 최성준 춘천지방법원장의 ‘관용차 사적인 사용’ 등 부적절한 처신 논란과 대법관 후보 추천을 앞두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헌법에 보장된 '삼권분립'의 뿌리까지 뒤흔드는 초유의 사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에서 드러난 ‘청와대-헌재’ 커넥션 의혹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 2년 청와대 헌법재판소 커넥션 규탄 기자회견'에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윤종오 무소속 의원 등이 참석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양지웅 기자

김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는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 청와대가 재판 과정에 개입하고 결과에 대해서도 사전에 보고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 있다.

약 210일간 작성된 이 수첩에 통합진보당 해산 관련한 논의는 39일, 45번에 걸쳐 등장할 만큼 청와대는 이 사안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는 헌재와 선고 시기에 대해서도 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10월 4일자 기록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연내 선고 방침’ 지시를 한 정황이 나타나 있고, 이후 같은 달 17일 국정조사에서 박한철 헌재소장은 ‘연내 선고’를 공식 발언했다.

또한 12월 17일에는 ‘정당 해산 확정, 비례대표 의원직 상실, 지역구 의원 상실 이견-소장 의견 조율중(今日·금일). 조정 끝나면 19일, 22일 초반’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재판관관회의에서 거론되는 내용을 청와대가 보고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관회의 내용은 헌재법에 따라 공개가 금지 되어있다.

헌재는 이 같은 메모가 적힌 이틀 뒤인 12월 19일 재판관 8 대 1의 의견으로 통진당 해산을 결정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정당해산 심판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우리나라 최고 사법기관인 헌재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간첩조작사건 맡은 변호사 징계 추진한 청와대

▲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열린 '홍OO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 간첩 사건 변호인단 기자회견'에서 장경욱 변호사가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청와대가 정권에 비판적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에 대한 징계에도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김 전 수석의 2014년 9월 11일자 메모에는 ‘장경욱 변(호사) 철저 고발 건 조사-안타깝다-변(호사 자격) 정지-법무부 징계’라고 적혀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14년 장 변호사가 ‘간첩사건 당사자에게 진술 거부 또는 혐의 부인을 요구했다’면서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대한변협에 이의신청을 냈지만 이마저도 기각됐다. 하지만 메모가 작성된 이후 실제로 법무부는 같은 해 7월 징계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 같은 정황은 장 변호사에 대한 징계 신청이 기각되자 변호사 자격을 정지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법무부에 징계를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10월 26일자에 적힌 “민변 변호사 징계 추진 현황 보고 요”라는 메모를 통해 청와대가 장 변호사에 대한 징계 추진 과정을 줄곧 확인해왔다는 것도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권에 비판적인 민변에 대한 지속적인 사찰도 이뤄졌다.

김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는 민변 11대 집행부 회장단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세월호 유가족 변호인 등 주요 시국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의 프로필과 경력 등이 기재돼 있었다.

또한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정부 관련 사건 수임 현황이나, 리쿠르트 및 활동 자금 운용 방식 등 민변 활동 전반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출처  ‘삼권분립’ 파괴한 박근혜 정부의 법조농단 기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