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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과 경제 무당들, 보수는 경제 성장을 말할 자격이 없다

유승민과 경제 무당들, 보수는 경제 성장을 말할 자격이 없다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7-01-10 12:10:47 | 수정 : 2017-01-10 12:10:47


또 철 지난 경제 성장 타령이다. 대선이 가까워올수록 보수는 이 ‘경제 성장’이라는 단어를 부여잡을 태세다.

지난주 유승민 의원이 JTBC 토론에 나와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경제 성장도 중요하고 경제 정의도 중요하다. 경제 정의는 어느 정도 해결방법 해법이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경제 성장의 해법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시장이 공정경제라는 말씀을 하셨다. 경제는 공정하기만 하면 저절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성장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다시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니까 유 의원은 “너희 진보는 경제 성장에 관심 없잖아? 공정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잖아? 경제 성장 쪽으로는 역시 우리 보수가 더 유능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듯하다.

도대체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보수가 보여주는 경제 성장에 대한 신념은 마치 사이비종교나 미신을 숭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과한 이야기 아니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경제학에서는 바로 경제 성장에 대한 과도한 확신을 가리켜 무당 경제학(Voodoo economics)이라고 부른다.


기업이 잘 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경제 무당들

무당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voodoo라는 영어 단어는 서인도제도와 아프리카에서 원주민들 사이에 행해지는 악마적 숭배나 주술 등을 말한다. 그래서 이 단어는 주술적이고 맹목적인 믿음이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믿음을 가리킨다.

이 단어가 경제학에 차용돼 ‘무당 경제학’ 혹은 ‘부두 경제학’으로 자리를 잡게 된 사연이 있다.

적극적인 감세 정책으로 기업에 돈을 퍼 주면 그 돈이 경제를 성장시켜 온 국민이 잘 살게 된다는 낙수효과를 공식적으로 주장한 이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공화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그의 이런 낙수효과 주장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 경쟁 후보가 레이건을 향해 “감세를 하면 경제가 성장한다고요? 그건 사람을 현혹시키는 연기만 피워 올리는 일일 뿐 알맹이는 전혀 없는 무당 경제학(Voodoo economics)입니다!”라며 맹공을 퍼부은 것이다.

낙수효과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술적 믿음이나 미신에 가깝다는 게 이 경쟁후보의 지적이었다.

이 경쟁후보가 누구였을까? 바로 레이건의 뒤를 이어 미국 대통령에 오른 조지 부시였다. 낙수효과의 미신적 성격을 가장 먼저 꿰뚫었던 이가 바로 부시였다는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후일담이지만 레이건으로부터 러닝메이트로 지목돼 부통령에 오른 부시는 “나는 레이건 대통령의 발언을 부두 경제학이라고 비판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 그러나 NBC TV가 부시의 이 발언 모습을 방송에서 틀어버리자 “그건 그냥 농담이었다”라고 말을 바꿨다.

감세를 통해 부자들을 잘 살게 해주면 경제가 성장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명쾌한 답은 바로 통계 수치에 있다.

레이건 정부 1기 4년 동안의 경제성장률은 10.3%였다. 이전 카터 정부 때의 13.6%보다 훨씬 낮아진 것이다. 반면 실업률은 평균 8.6%로 카터 시절의 6.4%보다 높아졌다. 부자 감세로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1981년 58억 달러에서 1985년 2000억 달러로 급증했다. 최상위 1% 부자들이 미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순재산은 8%에서 12%로 껑충 뛰었다.

부자들을 잘 살게 해주면 부자들만 좋을 뿐, 모든 경제수치는 이렇게 박살이 난다. 이게 바로 무당 경제학을 신봉한 결과다.


보수가 집권하면 경제가 성장한다고?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 중에 이런 게 있다.

“이명박이 무능하고 나쁜 놈이어서 그렇지,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수출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건 맞는 이야기 아니냐? 그래야 경제가 성장하는 것 아니냐?”라는 착각이다.

보수는 경제성장에 유능하고, 진보는 공정 분배에 유능하다는 착각도 잘못된 것이기는 마찬가지다.

진실을 알기 위해 통계를 살펴보자.

이명박은 대통령 시절 대기업 출자총액제를 폐지하고, 수출을 위해 원화 가치를 떨어뜨렸으며, 법인세를 깎아주는 등 재벌들을 위한 정책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그래서 경제가 성장했느냐?

노무현 정부 시절 안정되게 이어졌던 4%대 경제성장률은 이명박 정부 시절 2.9%로 고꾸라졌다.

미국 CIA가 2013년 공개한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한국의 실질GDP 성장률 세계 순위는 무려 117위였다.

117위라니?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어디 있나?

또 이명박은 후보 시절 “60만 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5년간 평균 신규취업자 수는 고작 25만 명이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한국의 재정수지 건전성 순위는 2위였고, 2005년 한국의 부채건전성 순위는 11위였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재정수지 순위는 17위, 부채순위는 58위까지 급락했다.

도대체 어떤 수치를 봐야 “보수는 성장에 강하고…” 따위의 말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조지 부시가 평생 살면서 남긴 말 중 유일하게 맞는 말이 바로 레이건의 신자유주의를 부두 경제학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다시 한 번 부시의 입을 빌리자면 “감세를 통한 성장이란 사람을 현혹시키는 연기만 피워 올릴 뿐 알맹이는 전혀 없는 무당 경제학”이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 당신들이 경제 성장에는 소질이 있다는 헛소리를 하려면 근거를 들고 오라!

만약 들이대는 근거가 고작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를 깎아줘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무당 경제학이라면, 당신들은 그냥 미신에 빠진 사이비 종교 추종자들일 뿐이다.

9년 동안 나라 경제를 말아먹은 유승민과 무당 경제학 일당들은 더 이상 경제성장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출처  [기자수첩] 유승민과 경제 무당들, 보수는 경제 성장을 말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