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박근혜가 낸 답변서는 오류·모순투성이

박근혜가 낸 답변서는 오류·모순투성이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발행 : 2017-01-10 14:30:18 | 수정 : 2017-01-10 15:39:39


박근혜가 10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답변서는 오류와 모순으로 가득했다.

소추위원단 측 대리인은 “기존에 제출한 자료들을 짜깁기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기존 자료를 정리한 것일 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관저 머리손질-집무실 업무보고 시간대 겹쳐

박근혜 측이 제출한 당일 행적표의 시간상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도 눈에 띈다.

▲ 세월호 7시간 답변서 내용 중 시간대가 겹치는 부분. ⓒ답변서 내용 캡쳐


답변서 행적표에 따르면 박근혜는 그날 오후 3시 35분께부터 관저에서 미용 담당자들로부터 약 20분간 머리손질을 받았다. 머리 손질이 끝나는 시점은 오후 3시 55분이 되는데, 그보다 훨씬 이전 시점에 돌연 집무실로 장소가 바뀐다. 행적표에는 오후 3시 42분 외교안보수석실로부터 ‘주한 일본대사와의 오찬 회동 결과’를 보고받고, 3시 45분에 사회안전비서관실이 준비한 중대본 방문 ‘말씀자료’를 부속실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박근혜가 머리손질을 받고 순간이동을 했다는 가정을 하더라도 성립되지 않는 부분이다.

윤전추 행정관은 증인신문에서 “미용사 2명이 관저 집무실에 들어가 20여분 후에 나왔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이 증언을 바탕으로 짜깁기를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윤전추 증인신문 확인 후 황급히 ‘짜깁기’ 한 흔적도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지난주 ‘탄핵심판’ 사건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고 당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피청구인(박 대통령) 집무실을 찾았다”고 증언했다. 안 전 비서관이 들어간 시간대에 대해서는 “오전 9시 대통령이 집무실에 들어간 이후였고, 오전이었다”고 답했다.

▲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양지웅 기자


그러나 박근혜의 시간대별 행적이 담긴 표에는 오전 10시 최초 사고 보고를 받은 이후 오후 3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집무실을 찾을 때까지 대면 보고가 아닌 서류 보고와 전화 보고만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런데 행적표에 앞서 적시된 ‘일반적 설명’ 부분에는 ‘※’표시를 해놓고 “사고 당일 오전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직접 관저 집무실로 피청구인을 찾아와 세월호 상황을 대면보고했다”고 쓰여져 있다.

이 부분은 당초 기재돼 있지 않았다가 윤전추 행정관의 증인신문이 있은 이후 증언 내용을 토대로 급히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안봉근 전 비서관이 관저 집무실을 찾은 정확한 시간은 나와 있지 않다. 만약 안 전 비서관이 9시에서 10시 사이에 관저 집무실을 찾았다면 10시 정각에 최초 사고 보고를 받았다는 박근혜의 행적표 내용은 거짓이 된다. 안 전 비서관의 대면보고를 받은 시간이 10시 이후라면 박근혜가 안 전 비서관과 대면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고 발생 한 시간 지나서야 첫 보고

답변서 행적표에 따르면 박근혜가 세월호 사고를 처음 보고받은 시간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정각이다.

당일 오전 10시 박근혜의 행적은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국가안보실로부터 세월호 사고 상황 및 조치 현황 보고서(1보) 받아서 검토”했다는 것이다. 보고 내용은 사고 상황 개요 정리 및 해경 조치 현황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일 사고 발생 시각은 그보다 한 시간도 더 된 시점인 오전 8시 50분께였다. 당시 세월호 1등 항해사 강모씨가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구조 요청을 한 시간은 8시 55분이었고,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청와대 전 직원에게 무선전화 문자로 세월호 사고 관련 상황전파를 한 시각은 오전 9시 24분께였다. 비슷한 시점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사고 소식이 보도됐다.

사고 발생과 동시에 보고를 받아야 할 박근혜는 한 시간이 넘게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했고, 심지어 인터넷이나 TV로 관련 뉴스를 접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집무실에 컴퓨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는 점이나 뉴스를 접했을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아무런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점 역시 의아한 대목이다.

박근혜 대리인단은 “대통령은 당일 공식 일정이 없는 날이었고, 그날따라 신체 컨디션도 좋지 않았기에 관저 집무실에서 근무하기로 결정했다. 관저 집무실은 피청구인이 업무를 보는 공식 집무실이다”고 설명했다.

답변서 행정표에는 박근혜가 평소처럼 기상해 아침 식사를 한 후 관저 집무실에 들어간 것으로 돼 있다. 세월호 참사로 수백명의 생명이 오가는 상황을 알지도 못한 채 평소와 마찬가지로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한 것이 된다.

심지어 사고 보고를 받기 직전에는 사고와 무관한 외교안보수석의 국방 관련 서면보고를 먼저 검토했다.


사고 인지하고도 관저에 머물렀다

박근혜는 사고 당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머물렀다.

행적표에 기재된 ‘집무실’은 대통령의 공식 업무 장소인 본관 집무실이 아닌 ‘관저 내 집무실’이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그러나 ‘관저 집무실’은 매우 낯선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청와대 ‘관저’라 함은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곳이 아닌 출근 전이나 퇴근 뒤, 또는 공식 일정이 없을 때 휴식 차원에서 머무르는 곳이다. 공식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관저는 도보로 5~10분 거리다.

이를 의식한 듯 박근혜 측은 “그날 피청구인의 신체 컨디션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관저 집무실에서 근무하기로 결정했다”며 “관저 집무실은 피청구인이 업무를 보는 공식적인 집무실이다. 역대 대통령도 공식적으로 빈번하게 이용해온 사무공간이다”고 주장했다.

행적표에 기재된 '집무실'이 본관 집무실인지 관저 집무실이라고 주장하는 곳인지에 대한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일상은 출퇴근의 개념이 아닌 24시간 재택근무 체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급박한 상황이 생겼음에도 관저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문이다”는 것이 역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출처  박근혜가 낸 ‘세월호 7시간’ 답변서는 오류·모순투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