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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거래 통해 최순실·삼성 자금세탁 중개 정황

말거래 통해 최순실·삼성 자금세탁 중개 정황
정유라의 덴마크 승마코치 “삼성이 내게서 명마들 구입 후 되팔아”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김신애 통신원 | 입력 : 2017.01.13 06:00:09 | 수정 : 2017.01.13 08:39:31


덴마크 국가대표 승마선수 출신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39·사진)이 단순한 승마코치를 넘어 최순실씨와 삼성그룹 사이에서 자금세탁을 중개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씨가 삼성 돈으로 명마를 구입한 후 헬그스트란 명의로 묻어 뒀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헬그스트란은 12일 경향신문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정유라가 유럽대회에서 기승한) 비타나V, 살바토르, 라우싱 등 비싼 말들은 삼성이 나한테 산 다음 지난해 8월 2일 모두 내게 되팔았다”고 말했다. 삼성이 구입해 정유라씨에게 제공했던 명마들의 현재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헬그스트란이 삼성으로부터 말을 되사갔다고 주장한 지난해 8월 2일은 미묘한 시기다. TV조선이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 미르재단 500억 모금’(7월 26일) 제목으로 최순실 게이트를 처음 보도한 후 1주일 만이기 때문이다.

한 달 후 삼성과 최씨 모녀 회사인 비덱은 승마선수 육성 지원을 명목으로 체결한 228억 원의 컨설팅 계약을 파기한다. 헬그스트란 말이 맞다면 최순실게이트 전조가 보이자 삼성이 비덱과 계약 파기에 앞서 서둘러 말들을 처분하고 비용을 모두 회수해 간 셈이다.

▲ 최순실씨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덴마크 승마국가 대표 선수 출신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이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 그는 “최근 1년 사이에 우리 승마장 직원이 20명 늘어났다”고 자랑했다.


정황상 삼성과 비덱이 뭔가 급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이지만 말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헬그스트란의 말은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우선 국제승마협회(FEI) 홈페이지에 나타난 말들의 소유권 변동 이력을 보면 삼성과 헬그스트란이 자주 말거래를 한 흔적은 없다. 헬그스트란은 지난해 7월 살바토르의 소유주로 등재가 돼 있을 뿐이고 그나마 삼성은 소유자로 등장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헬그스트란은 처음부터 말 구매를 중개하거나 명의를 빌려줬을 뿐이고 정유라가 타던 말들은 여전히 삼성이나 비덱이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헬그스트란은 ‘삼성에 얼마를 주고 말을 다시 사왔고 삼성과 비덱 중 누구 명으로 돈을 입금시켰냐’는 질문에 “영업기밀”이라고 했다. 헬그스트란은 지난해 10월 3일 정유라씨를 위해 스웨덴 승마선수 퍼닐라 호크펠트가 타던 명마 블라디미르를 구매했다는 현지언론 보도도 부인했다. 지난해 10월에 정씨를 위해 블라디미르가 매각됐다는 사실은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지난해 9월 최씨 모녀가 독일에서 덴마크로 은신처를 옮긴 후에도 헬그스트란과 모종의 거래를 이어갔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헬그스트란은 “블라디미르는 (다른 3마리 말과 달리) 한 번도 (삼성이나 정씨를 위해)팔린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전 공동소유주 중 한 명인 호크펠트는 경향신문 통신원에 보낸 e메일에서 다른 주장을 폈다. 그는 “블라디미르가 팔리고 이틀 후쯤 헬그스트란으로부터 ‘말은 건강하게 잘 있고 정유라가 말을 탈 것’이라는 메일을 받았다”고 했다.

호크펠트의 말이 맞다면 최씨 모녀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덴마크로 주거를 옮긴 것 역시 단순한 도피 목적 외에 헬그스트란이 운영하는 승마장과 말거래를 통해 재산을 묻어두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헬그스트란은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지난 1년간 우리 승마장 직원이 20명(현재 47명) 늘어났다”고 자랑한 바 있다. 또 승마장에서 관리하는 말이 250마리로 늘어났고 프랑스 현지업체와 제휴를 맺고 종마산업에도 진출했다.

공교롭게 헬그스트란 사업이 급속 번창하기 시작한 시기는 비덱이 삼성과 컨설팅 지원계약을 맺은 시기와 일치한다. 헬그스트란은 ‘두 가지 시점의 일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헬그스트란과 말 거래를 하다 2012년 법적소송을 벌였던 요안 안드리어슨은 의미심장한 말을 전해왔다. 그는 “헬그스트란이 삼성을 위해 일을 했고 자금세탁에도 깊이 관련돼 있지만 덴마크 승마업계 내부에서 그의 영향력 때문에 진실을 얘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단독] 말거래 통해 최순실·삼성 자금세탁 중개 정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