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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범죄, 문체부내 부역자 청산이 우선이다

블랙리스트 범죄, 문체부내 부역자 청산이 우선이다
[민중의소리] 배인석 화가, 한국민예총 사무총장 | 발행 : 2017-01-23 10:58:57 | 수정 : 2017-01-23 10:58:57


1월 19일 오전 4시 50분경, 거물급 범죄자 한 명을 놓치고 온 국민이 허탈해 할 때 이틀 후 두 명의 거물급 범죄자들을 다행히 구속시켰다. 당연히 온 국민은 환호하고 특검의 거침없는 수사에 지지와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 재벌의 상속자 이재용은 증거 인멸에 대한 시간을 벌었고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과 문체부 장관 조윤선은 구속 격리하여 수사하게 되었다. 사실 이들에겐 그동안 자신의 범죄 사실을 충분히 인멸할 시간도 있었고, 실제 인멸을 시도하였으며, 그 정황도 특검에서 확보한 듯하다.

사상 초유의 현직 문체부 장관의 구속 수사는 문체부 관료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예술계와 시민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 구속으로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파렴치하게 국민을 속여 왔던 문화융성이라는 문체부 정책 쇼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조윤선 장관은 지난 1월 21일 새벽,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바로 장관 사퇴서를 제출하였고 황교안 국무총리는 신속하게 사퇴서를 수리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문체부는 당분간 송수근 1차관의 장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 22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혐의로 구속된 조윤선 전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특검팀으로 소환되고 있다. ⓒ정의철 기자


이에 앞서 20일 문체부 공무원노조는 “국정농단으로 흔들리는 문체부, 직업 공무원제 파괴에 분노하고 사죄한다! - 결국, 우리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라는 성명서를 내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조윤선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국가의 모든 문화정책을 담당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갖고 일했던 순간이 다른 세상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진다고 밝혔다. 또 도저히 있을 수 없고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정권 비선 실세와 주요 위정자들에 의해 스스럼없이 자행돼 허탈감과 함께 자괴감마저 밀려든다고 하였다. 조윤선 장관은 반문화적 행태를 조직적으로 벌였다는 것만으로도 자격상실이며, 헌법에서 보장된 직업 공무원제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일선 공무원으로서 성토하였다.

하지만 이 성명서에서 밝힌 심각성은 그동안 노조가 문체부 내의 사태 해결 의지를 예의주시해 왔으나 호전되기는커녕 악화되어, 내부 분위기가 말이 아니라는 고발이다. 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의 진원지인 문체부 내에서는 오히려 더 악화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하거나 책임 회피를 시도하는 살아있는 부역자들이 문체부 내에서 아직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차가운 광화문 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는 예술가들이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는 그 시간에도 문체부 내의 부역자들은 따뜻한 건물에서 자신의 살길을 찾고 증거를 인멸해 사건을 축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언론과 국민이 조윤선의 구속과 더불어 이제는 박근혜와 최순실만 남았다고 고대하는 그 순간에도, 그 관심의 공백기에 문체부의 실핏줄 같은 부역자들은 하루하루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일까? 과연 문체부 스스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것이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의심은 그리 오래 생각해 볼일도 아니다.

역시나 황교안 총리의 판단과 조치는 믿을 수 없다. 송수근 1차관을 문체부 장관의 직무대행으로 맡긴 일이다.

송수근 차관은 기조실장 시절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이미 특검에 소환 조사를 받은 인물이다. 아울러 그가 기조실장에 오기 전, 유진룡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실행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면직당하고 당시 최규학 기조실장에게도 사퇴를 종용한 후 기조실장에 온 바가 있다. 더더욱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검열이 운용되는 기간에 그가 업무를 하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한 번도 제대로 사태수습을 해본 적이 없는 인물이며 무능하기까지 하다고 한다.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던 인물이 오히려 문체부 내 진상규명과 수습책을 내야 하는 지경이 되었으니 일선의 문화예술인들에게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 송수근 문체부 1차관의 권력상승 루트. ⓒ한국민예총


이런 식이라면 황교안과 송수근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황교안은 더는 대통령권한대행의 자격도 국정농단의 수습과 진상 규명의 의지도 없다.

문체부는 사과문과 눈 가리기식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기보다는 국민과 문화예술인들이 이해할 만한 진상규명의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국회 교문위 또한 문체부 내 국정농단과 블랙리스트 검열을 자행했던 부역자들을 명백하게 밝히는 일이 현장 예술인들의 피부에 와 닿도록 나서야 한다.

특검이 수사과정에서 입수된 정보들을 국민 앞에 합법적으로 그때그때 브리핑하고 있는 마당에 국회는 너무 조용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국회로 들어오는 정보를 언제 어떻게 쓰려고 꽉 쥐고만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것인지? 특검만 쳐다보고 있는 듯하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벌어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한 나라의 예술가로서 또는 문화 행정을 책임져 온 공무원으로서 불행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특히 조직사회에서 동료 간의 갈등으로 벌어진 상처는 고스란히 개인과 국민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문체부 내의 부역자를 세세하게 도려내어 신뢰할 수준의 문체부 내 공직기강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친일파의 온존과 불완전한 민주화는 모두 그 범죄자들을 처벌하고 청산하지 못한 과거로 인하여 야기된 불행이다.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 사건이 어찌 이와 다를 바 있겠는가?


출처  [배인석 칼럼] 블랙리스트 범죄, 문체부내 부역자 청산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