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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헉! 소리나는 박근혜의 변호사들

헉! 소리나는 박근혜의 변호사들
‘기행’ 박근혜 대리인단 속속들이 뜯어보니
[한겨레] 정유경 김지숙 기자, 그래픽 강민진 | 등록 : 2017-02-20 15:40 | 수정 : 2017-02-20 16:03



‘탄핵 지연작전’을 펼치고 있는 박근혜 탄핵심판 사건 대리인단의 ‘기행’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태극기를 등에 걸치고 기자들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는가 하면, 국회와 특검은 물론 헌법재판소에 대한 모욕도 공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의도는 무엇이고, 어떤 일들을 벌이고 있을까요? <그래픽뉴스>로 정리해 드립니다.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 탄핵 인용에 맞서는 박근혜 대리인단 서석구 변호사의 변론입니다. 박근혜를 예수로, 군중심리에 매도된 인물로 묘사한 것입니다. 국정농단과 블랙리스트 등 엄연히 드러난 혐의들을 간과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코웃음칠 주장이지만, ‘십자가 진 대통령’ 주장이 노리는 효과는 따로 있습니다. ‘태극기집회’로 불리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의 탄핵인용 반대 집회를 향한 ‘결집’ 메시지입니다.

2월 14일(13차 변론기일)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등장해 불필요한 물품을 반입해선 안 된다는 제지를 받았지만, 서 변호사는 방청석을 향해 태극기를 펼쳐들며 시위했습니다. 2월 16일(14차 변론기일)에도 태극기를 두른 채 기자들 앞에 등장했죠. 법정에서 <탄핵을 탄핵한다>는 김평우 변호사의 책을 일부러 읽는 듯 하며 표지가 보이게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그는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의 행위가 탄핵 당할 사유인지 아닌지 변론하기보다는, 촛불집회를 폄훼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미국 국방부 인공위성으로 찍어 분석해보니 촛불집회 참여자가 11만명밖에 안 되는데 언론이 과장하고 있다더라’고 주장했는데, 근거는 “미국 지인에게서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미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 촛불집회가 김정은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고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통일부에 확인해보니, ‘김정은 동지의 명에 따라 적화통일의 횃불을 들었습네다’라는 노동신문 보도는 페이크뉴스”라고 설명하며 “서석구 변호사가 가짜 노동신문에 속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짜 뉴스’는 퍼뜨리는 사람 또한 거짓임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사기 뉴스’라고도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서 변호사의 목표는 색깔론을 덧칠해 탄핵을 ‘불순한 세력이 한 짓’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됐던 사건, 즉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했던 80년대 ‘부림사건’의 판사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인생 궤적은 다음 기사에서 상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 관련기사 보기 : 박근혜를 예수에 비유… 궤변 변론 서석구 변호사는 누구)


1월 25일 9차 변론기일에 박한철 헌재 소장은 자신의 퇴임 일자(1월 31일)를 밝히면서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없도록 늦어도 3월 13일까지는 최종결정이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장 대행을 맡을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3월 13일)이 만료되면 재판관이 7명 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었죠.

그러자 이중환 변호사는 “어제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3월 초 탄핵소추 결정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했다”며 “권성동 위원은 국회 법사위원장이라서 헌재 등을 관할한다. 심대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박한철 소장과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이 하는 말이 비슷하니 헌재가 국회 법사위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궁입니다.

이에 박 소장은 “타당하지도 않고 무례한 이야기”라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재판부 구성 문제로 양 당사자에게 협조를 구한 것이지,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없다. 대리인단의 방어권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있는데, (국회와) 물밑 소통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재판부 모독”이라고 말이죠.

이 변호사는 2월 14일에는 대리인단이 증인 채택을 재차 고집한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또 다시 불출석 한 것을 되레 “재판부가 심판 기일을 아예 정해놓고 한 것 때문”이라고 엉뚱한 공격을 했습니다.


이중환 변호사는 2월 1일 10차 변론에서는 “사건의 발단은 대통령의 40년 지기로서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던 최서원(최순실의 개명 이름)이 고영태와 불륜에 빠지면서 시작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자들에게는 “구역질 나는 직업을 가진 남자가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1월 23일 8차 변론에서도 대리인단은 증인 차은택씨의 신문을 진행하면서 “고영태가 돈 때문에 나이 많은 최순실과 성관계를 가져야 하는 것에 고역을 느꼈다고 한다”, “2년간 동거했다고 한다” 등의 ‘질문’을 쏟아내 헌재 심판장을 막장 드라마의 현장으로 바꿔놨습니다. (▶ 관련기사 보기 : 탄핵이 최순실·고영태 불륜 탓? 대통령 대리인 ‘궤변’)


손범규 변호사는 라디오방송 등에 출연해 “탄핵 자체가 엉터리”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2월 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출연해서는 “검찰은 제일 믿을 수 없는 기관”, “밀실수사에서 만든 자료”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들이 탄핵을 감행해놓고 인용을 윽박지르는 것은 오만방자한 태도”라며 국회도 비난했습니다. 증인신청으로 지연 작전을 펼친다는 비판에 대해선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는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손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적 여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2월 5일에는 탄핵심판이 여론재판이라고 주장했고, 6일에는 “애국시민”들을 격려했으며, 7일에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탄핵 기각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고 비난했습니다. “윤상현·조원진·김진태 등을 빼고는 아무 움직임이 없다. 새누리당은 즉시 탄핵 기각을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습니다.

손 변호사는 2월 14일 14차변론에서 ‘김수현 녹음파일’을 검증하자고 요구하며 ‘막판 반전 카드’를 노렸지만, 정작 이 녹취록에는 박근혜가 최순실씨에게 얼마나 의존적인지가 드러나 있어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리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대리인단들이 녹취록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시간끌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관련기사 : “VIP 아무것도 못해” 녹음 틀자는 대통령 대리인단)


지난해 12월 16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박근혜 쪽 대리인단 명단이 나오자 “채명성 변호사가 11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탄핵 소추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탄핵 사유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고 페이스북에 썼습니다. 실제로 채 변호사는 민주당 주최로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에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였다는 점은 상당 부분 입증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헌법과 법률 위반을 인정하더라도 현재 대통령의 범죄 사실이 확정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 관련기사 : “탄핵이유 없다”는 채명성 변호사…한달 전엔 “탄핵사유 인정”)

민주당은 논평을 내어 “한 달도 안 되서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대통령 대리인, 모든 사실을 부인하고 은폐하는 ‘피의자의 신분’에만 충실하기로 작정한 대통령, 무고하고 억울한 건 우리 국민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동흡 변호사의 대리인단 합류는 극적입니다. 2013년 박근혜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으로 윤창중씨를 낙점한 데 이어, 헌재소장 후보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하자 법조인들은 ‘멘붕’에 빠졌습니다. “헌재의 윤창중”, “윤창중·이동흡을 쪽집게 고르듯 골라내는 솜씨는 MB보다 몇 단계 위”라는 비아냥까지 나왔습니다.

극우보수에 치우친 성향 우려 뿐 아니라, 헌재 내부에서 반대 연판장이 돌 정도로 인망이 없고 비리 의혹이 많은 인물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역시나 청문회에선 위장 전입,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기업체 협찬강요, 부부 동반 관광성 외유, 입원료 보험사 떠넘기기 등의 의혹이 줄줄이 쏟아져 ‘비리 백화점’이란 별명도 얻었습니다. “청문회 할 것도 없다”는 말까지 들으며 결국 자진 사퇴했던 그가, 헌재 심판정에 박근혜 대리인단으로 나타난 겁니다.

지난해 말부터 측면 지원을 해오다 2월 12일 대리인단으로 공식 합류한 그는 14일 ‘친정’ 헌재에서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대통령은 부양할 자식도 없이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말을 들으며 애국심 하나로 조국과 국민에 헌신했다. 애국심을 존중해 달라는 말은 못해도 조금은 따뜻한 시각에서 봐줄 필요가 있다.”


최종변론(2월 24일)을 불과 일주일 앞둔 2월 16일, 김평우 전 변협회장도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 변호사는 2월 13일 <탄핵을 탄핵하다>라는 책을 냈는데, 서석구 변호사가 앞서 재판정에 들고 온 바로 그 책입니다. 서문엔 “친구 하나 잘못 두신 죄로 그 깨끗한 이름을 잃으시고 탄핵소추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으나 끝까지 의연하게 대통령의 품위를 잃지 않고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하신 박근혜 대통령께 깊은 존경과 사랑을 드린다”고 적혀 있습니다.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아들이며, 판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한 뒤 1980년대 변호사로 활동하며 대한변호사회협회장을 역임한 무게 있는 법조 인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 4명으로 시작해 점차 늘어난 대리인단은 20일 또 다시 2명이 추가돼 모두 18명이 됐습니다. 법조계 원로인 정기승(89) 전 대법관과 장창호(73) 변호사가 이날 헌재 탄핵심판 15차 변론에 합류했습니다.

대리인단은 1월 25일 ‘대리인단 전원 사퇴’를 언급한 이후 계속 사퇴 카드를 만지작거려 왔습니다. 새로 대리인단을 선임한 뒤 기록을 검토해야 한다며 시간을 끌려는 것이죠. ‘대통령 출석’ 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박근혜가 출석 의사를 밝힐 경우 추가 기일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다시 지연 전략을 펼 수 있으니까요. 대리인단은 16일 재판 뒤 브리핑에서 “변론 종결 시점이 정해졌으니 대통령 출석과 관련해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2일까지 모든 증인 신문을 마무리하고, 24일 최종 변론을 하겠다는 헌재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헌재는 이날 탄핵심판 15차 변론에서 박근혜의 탄핵심판 출석 여부를 22일까지 밝혀 달라고 요청하면서, 변론 종결 뒤에 박근혜가 뒤늦게 출석 의사를 밝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18명으로 늘어난 대리인단은 과연 어떤 ‘전략’을 펴 나갈까요.



출처  헉! 소리나는 박 대통령의 변호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