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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에 관한 박근혜의 5가지 거짓말

‘세월호 7시간’에 관한 박근혜의 5가지 거짓말
[민중의소리] 이재화 변호사 | 발행 : 2017-03-12 10:49:17 | 수정 : 2017-03-12 11:16:14


2017년 3월 10일 11시 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주문을 낭독했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대통령의 권한과 지위를 동원해 ‘최순실 개인의 사익추구’에만 전념하였던 박근혜에게 퇴장을 명했다. 나는 4개월 동안 광장을 달궜던 1,600만 촛불의 승리를 선언한 이 역사적 판결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수 없다. 그 이유는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생명보호의무 위반’이 탄핵사유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사법심사 대상이 아닐까?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는 헌법적 의무에 해당하지만,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와는 달리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있는 성격의 의무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탄핵결정문 요지를 설명한 이정미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은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논리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이 ‘성실’인지는 비록 추상적인 것은 사실이다. 법규정이 추상적 개념으로 기술된 것은 한두 개가 아니다. 무수히 많다. 법규정이 추상적으로 규정되었다고 하여 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이 사법심사를 하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성실의 개념이 상대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을 탄핵심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사법심사를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모든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고(국가공무원법 제56조), 그 의무를 위반하였을 때에는 징계처분을 받게 된다(제78조 제1항). 국가공무원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통령은 예외에 해당한다’는 규정도 없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성실의무 위반 여부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다른 공무원들에게는 징계사유가 되는 행위를 대통령에게만 징계책임을 면해준 것이다.

이 해석은 합리적 근거없이 대통령과 일반 공무원으로 차별하는 결과가 되어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 대통령도 국가공무원법 제56조의 성실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사법적 판단이 가능하고, 대통령에게도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박근혜 탄핵 인용 직후 울먹이며 발언하고 있다. ⓒ정의철 기자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다수의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해지고 있는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한 경우,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국가위기 상황에 대한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국민을 보호할 구체적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전제한 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부여된 경우에는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법적인 의무이고, 그 불이행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의 문언,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타당한 논리이다.

두 재판관의 보충의견은 “피청구인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하여, 헌법 제69조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라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부여된 직책수행의무를 현저하게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의식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이 사유만으로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탄핵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집무실에도 출근하지 않고 단 한 차례도 의미있는 구조지시도 하지 아니한 채 관저에서 사생활만만 누린 박근혜의 행위가 죽어가는 학생들에 대한 구조를 의식적으로 방임하는 것이 아니면 과연 무엇이 방임이고 포기일까?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5가지의 거짓말

보충의견은 비록 이 문제를 탄핵사유라고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박근혜의 7시간 동안의 행적이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다한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보충의견은 ‘세월호 7시간’에 관한 박근혜가 밝힌 변명은 모두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거짓말 1. “15:00경에 심각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는 변명

피청구인은 “당일 15:00경에서야 비로소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충의견은 이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판단했다. 피청구인은 11:28경, 12:05경, 12:33경 사회안전비서관실로부터 세월호 침몰상황 보고서를 받아 검토했고, 12:54경 행정자치비서관실로부터 세월호 침몰 관련 중대본 대처 상황보고서를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피청구인이 실제 위 보고서를 모두 검토하였다면 상황의 심각성일 15:00경에야 깨달았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거짓말 2. “언론사의 오보 때문에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해명

피청구인은 언론사의 오보 때문에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충의견은 ① 대통령이 당일 국가안보실이나 비서실 등으로부터 오보를 보고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② 10:36분 KBS의 낙관적 보도가 있었다 하여 국가안보실 등이 피청구인에게 위 보도를 그대로 보고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③ 청와대는 11:07경 해경에 문의하여 ‘전원구조’라는 언론보도가 오보라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뒤늦게 중앙재해대책본부를 방문한 박근혜 ⓒ자료사진


거짓말 3. “관저가 아닌 집무실에 있었더라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변명

피청구인은 ‘관저도 집무실이 있고, 관저에서 있었다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이 이유로 이 주장을 배척했다.

① 관저는 대통령의 휴식과 개인생활을 위한 사적인 공간이고 그곳에서의 근무는 집무실에서의 근무로 볼 수 없다.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머무르게 되면 긴급한 순간에 참모들이 보고에 지장이 생기게 되는 것은 명백하다.

② 국가안보실이 사고를 안 시점은 9:20경이고, 해경 중앙구조본부, 국방부 재난대책본부, 해수부 중앙사고본부, 안전행정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된 시점은 09:39에서 09:45경이다. 해양수산부는 9:40경 위기경보 ‘심각’단계를 발령하였다. 박근혜가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를 하였다면 9:40경에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③ 당일 휴일이 아니었으므로, 피청구인은 업무시간 중에 집무실에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피청구인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시점에는 시급히 출근하여 청와대 상황실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지휘를 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짓말 4. “전화로 구조지시를 했다”는 변명

피청구인은, 10:15경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하여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객실 등을 철저히 확인하여 누락 인원이 없도록 할 것’을 지시하였고, 10:22경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하여 ‘샅샅히 뒤져서 철저히 구조해라’라고 다시 강조하였으며, 10:30경 해경청장에게 전화하여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권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충의견은 국가안보실장 및 해경청장과 피청구인이 실제로 통화를 하였다면 그 통화기록도 당연히 존재할 것인데, 피청구인은 이를 제출하지 아니하고 그 통화기록이 있다는 주장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통화가 실제로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청와대와 해경사이의 10:25경 통화 녹취록에 특공대 투입 등 지시를 전달하거나 그 지시의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내용의 대화가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이 해경청장에게 지시하였다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거짓말 5.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책임을 다했다”는 변명

피청구인은 사고 당일 오전에 3차례에 걸쳐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객실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누락인원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등의 지시를 하였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충의견은 이 주장을 다음과 같이 신랄하게 비판했다.

“위 내용은 지시받은 자에게 매우 당연하고 원론적 내용으로서, 피청구인이 최초로 지시하였다는 것인데, 이 내용에는 급박한 위험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어떠한 구체적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 이 지시에는 현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고, 어느 해법을 강구할 지에 관한 어떤 고민도 담겨 있지 않다.”

보충의견은 피청구인이 하였다는 전화지시는 상황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것에 불과할 뿐이고, 피청구인은 위기에 처한 수많은 국미의 생명과 안전을 보보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심도 있는 대응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피청구인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할 구체적 작위의무가 발생하였음에도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것은 헌법 69조 및 국가공무원법 56조의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 김이수 헌법재판관 ⓒ사진공동취재단



판결문에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한 이유

보충의견은 비록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생명보호의무 위반이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지만 판결문에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앞으로도 국민 다수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들이 그 직책을 수행할 것이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불성실 때문에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이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므로 우리는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것이다.”

‘세월호 7시간’에 관한 박근혜의 행위에 대해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의 거부로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지 못했고, 짧은 수사기간으로 인해 관련자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 헌법재판소의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박근혜의 행적에 대한 판단은 이처럼 그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한 ‘잠정적 판단’에 불과하다.

헌법재판소의 파면결정으로 박근혜는 민간인이 되었다. 언제든지 그에 대한 수사는 가능해졌다. 청와대에는 피의자 박근혜가 없다. 언제든지 청와대에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 행정’에 대한 진상규명은 특검의 사명을 이어받은 검찰의 몫이다. 그 진상이 규명된 후에야 비로소 ‘박근혜의 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헌법적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출처  [이재화 칼럼] 탄핵판결문을 통해 밝혀진 ‘세월호 7시간’에 관한 박근혜의 5가지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