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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위기 때마다 대규모 기도회로 비호했던 개신교 보수세력

정권 위기 때마다 대규모 기도회로 비호했던 개신교 보수세력
[민중의소리] 권종술 기자 | 발행 : 2017-03-09 12:05:19 | 수정 : 2017-03-10 00:56:57


한국교회총연합회는 지난 3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2017한국교회대각성 기도회’를 열었다. 매일 1만 명 넘는 신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기도회에선 난국에 빠진 우리나라와 교회를 구하기 위해 회개운동을 벌이자는 호소가 나왔다.

첫날인 6일 기도회에서 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인 김선규 목사는 대회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최대 국난 가운데 있다. 이번 기도회가 끝나면 탄핵이 선고된다. 이런 비상시국에 한국교회 성도들은 민족을 위해 생명을 걸고 기도해야 한다”면서 “기독교인들이 회개하고 거룩함을 회복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기도회를 통해 한국교회 전체에 회개운동을 일으켜 민족에 희망을 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개신교 보수세력들은 그동안
권력이 위기에 처할 때 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며
신도들을 향해 위기감을 부추기며 대규모 기도회를 열어왔다.

박근혜 탄핵 심판을 앞두고 개신교 보수 교단들을 중심으로 최근 각종 기도회가 이어지고 있다. ‘2017한국교회대각성 기도회’에 앞서 지난 3월 1일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이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3.1 만세운동 구국기도회’를 열었다. ‘지금은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할 때입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 날 기도회는 “정치적 노선을 배제하고 초교파적인 순수한 신앙적 기도회”라고 주최 측은 밝혔지만, 기도회 참석자들이 뒤이어 열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 집회에 대거 참석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개신교 보수세력 가운데 일부는 국가기도연합이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한국교회 성도들이 잘못된 여론조작, 선전·선동의 영을 바르게 분별할 수 있게 해달라”며 서울역 광장 등에서 지난해 말부터 ‘미스바 구국연합기도회’를 지금까지 스무 차례 넘게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미스바 구국연합기도회’에선 “혼란 초래 하는 종북세력 제거하자”는 구호가 나오는 등 사실상 박근혜 탄핵 반대 기도회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 1일 오전, 3.1만세운동 구국기도회 관계자들이 세종대로 사거리에 설치된 본무대 하단에 적힌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글씨를 태극기와 검은 천으로 가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개신교 보수세력이 국가위기를 외치며 기도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개신교 보수세력들은 그동안 정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며 신도들을 향해 위기감을 부추기며 대규모 기도회를 열어왔다.

논란이 일었던 ‘3.1 만세운동 구국기도회’에 신도들을 대규모로 참석시킨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교회 신문을 통해 비판을 의식한 듯 “미스바에 모여 기도했던 이스라엘 백성처럼 국가 위기 때마다 모여서 기도회 연 우리 교회”라며 “우리 교회가 개최한 나라를 위한 대각성기도회의 역사는 1987년부터 시작된다. 북한의 테러 위협과 학생시위, 노동쟁의로 분열과 대립이 고조되었을 때 우리 교회는 10월 3일 여의도광장에 모여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 대성회’를 열어 간절히 기도했다”고 소개했다.


1987년 전두환 정권 위기
여의도광장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 대성회’
“공산집단 붉은 마수의 흉계 경계”

1987년은 우리 사회에 민주화의 열풍이 불던 시절이었다. 전두환 정권에 맞서 많은 시민이 민주화를 외치며 투쟁했다.

전두환 정권이 위기를 맞자 1987년 10월 3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선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 대성회’가 열렸다. 개신교 보수 세력들은 민주화 열풍의 시기를 ‘북한의 테러 위협과 학생시위, 노동쟁의로 분열과 대립’의 시기로 규정하며 신도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

한국개신교단협의회 등이 주축이 돼서 열린 기도회에선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 극동방송 사장인 김장환 목사 등이 단상에 올랐다. 100만 명이 넘는 개신교 신자들이 함께한 기도회에선 공산집단의 붉은 마수의 흉계를 경계하고, 정치인 근로자 학생 모두의 자성을 촉구하는 등 4개 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박정희 집권 시절이던 지난 1975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유신 독재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이 커졌고, 박정희는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유신헌법 재신임 투표를 추진했다. 그해 4월 9일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고인들을 사형선고 20시간 만에 사형에 처하는 등 박정희 정권의 인권탄압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박정희 정권의 위기가 커지자 6월 22일 개신교 보수세력이 중심이 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100만 명이 모여 ‘나라를 위한 기독교 연합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는 4월부터 준비됐다. 각 교단이 모임을 하고 기독교범교단지도자협의회를 결성하기로 하고, 한경직 목사를 회장으로 추대했다.

협의회는 “최근 인도차이나 사태에 따른 공산주의의 위협을 중시해 이에 대해 최대의 관심을 기울인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기도회를 추진했다. 그리고 6월 22일 열린 기도회에서 한경직 목사는 대회사를 통해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지금 남침야욕에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나라 없이는 신앙도 자유도 재산도 모두 잃게 되므로 자유 민주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깨어나 함께 기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1975년 박정희 정권 위기
여의도광장에서 ‘나라를 위한 기독교 연합 기도회’
“자유 민주국가를 키지기위해서는 온국민이 깨어나 함께 기도하자”

2년 뒤인 1977년 8월에도 서울 여의도광장에선 ‘77민족복음화대성회’가 열렸다. 150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집회에선 “우리는 계속 복음화의 기수가 될 것을 다짐한다. 김일성 북한 괴뢰정권은 침략야욕을 버리고 정부의 통일 노력에 호응하라.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중지하고 우방으로서 신의를 지키라”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당시는 미군 철수 문제 등을 두고 논란이 이는 등 박정희 정권이 위기를 겪고 있었고, 위기의 박정희 정권에 개신교 보수세력이 나서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동안 개신교 보수세력은 권력을 향한 찬양 발언으로 여러 차례 지탄을 받아왔다.

지난 2014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김삼환 목사는 “대통령이 하나님의 일꾼인 고레스와 같은 지도자가 될 줄 믿는다. 훌륭한 여성 대통령이 뽑힌 것은 100% 교회의 영향”이라고 극찬했다.

1980년 8월 열린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에선 권력을 잡은 전두환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학살자’ 전두환을 이스라엘의 지도자인 여호수아에 비교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 시절이던 1968년 열린 첫 공식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고 김준곤 목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하려는 나라가 속히 임하길 빈다”면서 “우리나라의 군사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라고 칭송했다.


국민 모두가 죄인이라고 선언하면서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자들에 면죄부를 준 개신교 보수세력이 오늘 또 다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맞자 모두가 죄인이라며 기도하자고 말한다.

이처럼 권력을 찬양할 때는 국민에게 돌릴 영광과 찬사까지 모두 권력을 향해 바치던 그들은 정작 권력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위기에 처하면 권력을 향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은 채 국민을 향해서만 자성을 촉구해왔다. 그렇게 모든 국민이 죄인이라고 선언하면서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자들에겐 면죄부를 준 개신교 보수세력이 오늘 또다시 박근혜가 탄핵 위기를 맞자 모두가 죄인이라며 면죄부를 주려하고 있다.

교회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 가운데 하나는 예언자적 사명이다. 국민을 대변해 권력을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다.

구약시대의 예언자였던 미가는 당대의 불의한 권력을 향해 “망할 것들! 권력이나 쥐었다고 자리에 들면 못된 일만 꾸몄다가 아침 밝기가 무섭게 해치우고 마는 이 악당들아, 탐나는 밭이 있으면 빼앗고 탐나는 집을 만나면 제 것으로 만들어 그 집과 함께 임자도 종으로 삼고 밭과 함께 밭 주인도 부려먹는구나. 나 야훼가 선언한다. 나 이제 이런 자들에게 재앙을 내리리라. 거기에서 빠져나갈 생각은 마라. 머리를 들고 다니지도 못하리라. 재앙이 내릴 때가 가까이 왔다”고 외쳤다.

개신교 보수 세력은 권력을 향해선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모두가 죄인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권력을 향해 면죄부를 주고 있다. 지금 교회가 해야 할 사명은 국민에게 반성하라며 기도를 촉구하는 게 아니라 불의한 박근혜 정부와 권력을 향해 미가 예언자처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출처  [기자수첩] 정권 위기 때마다 대규모 기도회로 비호했던 개신교 보수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