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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지켜준다? 불안의 주범일 뿐”

“사드가 지켜준다? 불안의 주범일 뿐”
괌 거주 지식인, 활동가들 “괌의 위협은 사드 배치에서 왔다”, 아직도 ‘영구 배치’ 확정 못 해
[민중의소리] 김원식 전문기자 | 발행 : 2017-03-13 11:47:43 | 수정 : 2017-03-13 12:24:10


▲ 7일 주한미군사령부에 따르면, 지난 6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첫 부품이 한국에 도착했다. ⓒ주한미군 제공


"미국은 여기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것을 사드가 북한(혹은 러시아, 중국)으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드 배치로) 우리는 '창의 끝(tip of the spear)'에 놓였다. 창의 끝에 놓인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누구의 말일까? 혹자는 사드를 무조건(?)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의 발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발언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한 아시아 매체와 인터뷰한 미국령 괌에 사는 시민이자, 미국 시민이며, 괌대학 부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마이클 버쿠아 박사의 말이다. 그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대다수 괌의 원주민 사회에서는 괌이 사드 배치 등으로 더욱 군사화되면서, 지정학적으로 다른 국가들의 공격 목표가 되어 오히려 불안이 더욱 증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쿠아 박사는 지난해 8월에도 외교 전문 매체 '디플로매트(The Diplomat)'와의 인터뷰에서도 "괌 시민들은 미국을 전부로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도, 미국은 단지 괌을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괌에 임시 배치된 사드를 반대하는 지식인은 그뿐일까?

같은 괌대학에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리사 나티비다드 박사는 '디플로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안전하게 괌을 지켜준다는 생각은 매우 수준 낮은 식민지적 사고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리사 교수는 "오히려 미군의 존재는 괌 사회에서 우리 최고의 자산을 빨아 먹는 흡혈귀(vampires our best)"라는 극단적이 주장까지 펼쳤다. 그러면서 "왜 일본이 많은 돈을 들어가며 일본을 보호하고 있다는 오키나와에 있는 미 해병대를 다시 괌으로 옮기려고 애쓰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며 "미 해병대의 괌 재배치로 인해 강간 등 많은 범죄가 다시 괌에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령 괌에 거주하는 지식인뿐만 아니라, 괌의 독립을 주장하는 활동가들의 사드 반대 목소리는 더욱 구체적이다. '괌독립추진위(Guam Independence Task Force)'의 레온 게레로 부의장은 지난해 9월 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괌은 많은 미국 군사 무기들이 즐비해 전쟁이 시작되는 장소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다른 나라의 무기들이 우리(괌)를 겨냥하고 있다"며 "중국이나 북한이 그들의 의지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가 미국의 식민지일 뿐이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레로 부의장은 2013년 괌에 임시 배치된 사드와 관련해서도 영구 배치를 주장하는 측의 주장을 반박하며 "사드는 실제 테스트에서도 신뢰성(reliability)과 유지성(maintainability)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사드는 괌을 보호한다는 안전장치(foolproof)가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래도 우리가 그것(사드)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우리를 보호한다고 말하는 미국이 아니라, 그들(북한과 중국)에게 공격(offending)을 가하는 미국 때문에 위협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괌에서도 친미적인 괌의회 의장 등은 괌에 임시 배치된 사드를 빨리 '영구 배치'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자가 주로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의 말을 인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령인 괌에 사는 주민들도 안 그래도 군사기지화 되고 있는 괌에 사드까지 임시 배치되어 그 불안감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 사진은 현 주한미군사령관인 빈센트 브룩스 당시 태평양사령부 육군사령관이 괌 앤더슨 공군기지를 찾은 모습. 미국은 2013년 4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미국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했다. ⓒ뉴시스



미 본토 도시에는 하나도 없는 사드, 야밤 틈타 기습 전개
'화약고' 만드는 일

그런데 이런 사드를 미국은 한국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불과 3일 전에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이 야밤을 틈타 사드 미사일 발사대 2기를 긴급히 전개했다. 누가 봐도 한국의 정권이 바뀌기 전에 '대못박기'를 하려는 처사에 불과하다. 이미 언급했듯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괌에 신속, 임시 배치했다는 사드에 대한 불만은 괌 시민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더구나 적국의 공격 미사일로부터 떨어지는 종말단계에 최상의 방어 무기체계라고 광고하면서도 정작 미국 본토에 있는 수많은 도시 지역에는 사드가 하나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갑자기 성주 배치를 강행하면서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설득하다가 "그럼 수도권은 어떻게 방어하느냐"의 볼멘소리가 나오니 "몇 포대 더 사가라"는 속내를 드러낸다.

북한 공격에 대한 방어를 위해 긴급히 필요하다며 부지 조성이나 환경 평가도 안 끝났는데, 마치 '땡처리'하듯 강매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자국령 괌에는 2013년에 임시 배치한 사드를 지난해에 '영구 배치'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환경 평가도 진행했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나마 군사 기지가 즐비한 자국령 괌에서도 지식인과 활동가들의 반대 등으로 영구 배치를 4년째 확정을 짓지 못하면서 한국에서 불고 있는 반대 여론은 개의치 않겠다는 '주권 무시'의 발상일 뿐이다.

단거리 미사일을 포함해 수천 발에 이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한 개 포대 6기의 사드 미사일로 막아내겠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이마저도 무슨 이유인지, 4기 사드 미사일만 도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아무리 중국 편을 들지 않으려고 해도 실제로 미국의 한국 사드 배치는 사드 미사일이 아니라, 중국을 탐지하려는 '사드 레이더' 설치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주는 일이 아닌가?

자국령 괌에 사는 미국 시민들이 "사드는 자신들을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과 위협을 가중하는 '주범'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괌을 전진 기지로 삼는 미국의 군사 정책으로 사드 등이 설치되어 오히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공격의 타깃이 되고 말았다"고 강조한다. 이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우리 국민들과 특히, 성주 군민들이 "사드 도입은 우리 땅을 화약고로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정당성이 없다고 할 것인가.


출처  ‘4년째 임시배치’ 괌 주민들 “사드가 지켜준다? 불안의 주범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