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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의 경제학, 비호감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고, 멍청아!

우병우의 경제학, 비호감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고, 멍청아!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7-04-07 07:47:50 | 수정 : 2017-04-07 07:47:50


마침내 ‘눈을 아래로 깐 우병우’의 모습을 보았다. 쉴 새 없이 레이저를 발사하며 ‘싸가지 없음’의 극치를 달렸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검찰에 출두하며 전에 없던 겸손(!)한 모습을 연출했다.

더 이상 자기를 보호해 줄 연줄이 없다고 판단했을까? 평소 사용하지 않던 “가슴 아프고 참담한 심정”이라는 말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기자들의 질문 세례 속에 걸음을 옮길 때 “들어가겠습니다”라고 작은 목소리로 양해도 구했다. 아, 이런 예의바름이라니! 우병우가 원래 이렇게 나긋한 사람이었던가?

하지만 이 장면을 지켜본 국민 가운데 ‘우병우가 참 겸손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누군가는 그를 ‘소년등과한 천재 법조인’이라고 부른다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헛똑똑이다. 그의 뒤늦은 겸손 코스프레는 씨알도 안 먹힐 것이고, 그의 오만한 이미지는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호감경제학’이라고 불리는 경제학의 가르침이다.

▲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들의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전 청와대 민정수석)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정의철 기자



호감경제학 : 호감은 이익을 가져오고, 비호감은 대가를 치른다

경제학에는 호감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영어로는 라이코노믹스(Likeonomics)라고 부른다. ‘좋아한다’라는 단어인 Like와 경제학을 뜻하는 Economics를 합성한 말이다. 마케팅 전문가이며 조지타운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인 로히트 바르가바(Rohit Bhargava)가 만든 말이다.

바르가바에 따르면 호감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온다. 바르가바는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①진실성 ②관련성 ③이타성 ④단순성 ⑤타이밍 등 다섯 가지를 꼽는다. 이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 바로 ‘이타성’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서구 사회에서는 의료 소송이 매우 일반적인 일이다. 특히 환자의 생명이 걸린 사건일수록 소송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특이한 연구가 진행됐다.

한 번도 소송을 당하지 않은 의사들과 소송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의사들을 비교해 보니, 소송을 당한 적이 없는 의사들은 다른 의사에 비해 평균 3분 정도의 시간을 환자들에게 더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잘 웃고, 더 적극적으로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은 “우선 이렇게 해 보고, 다음에 그렇게 해 봅시다”였다. 환자들에게 습관적으로 따뜻한 관심을 보인 것이다.

비슷한 시기 영국 런던의 세인트메리병원 정신의학과에서는 환자들을 상대로 유사한 연구를 진행했다. 환자들이 어떤 의사한테 소송을 잘 거는지를 연구했는데, 환자들은 의사들이 냉담하고 싸가지가 없을 때 훨씬 적극적으로 소송에 나섰다.

미국 시카고 대학교 산하 벅스봄 연구소에 따르면 의사가 친절하고, 더 꼼꼼히 처방전을 쓸 때 드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그런 행동으로 얻게 될 이익(소송 회피)이 압도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하면 친절하고 착한 것이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을 안겨준다는 것이 호감경제학의 핵심이다.


우병우의 죄목에는 비호감도 포함돼 있다

우병우의 죗값이 얼마나 될까? 법리적 판단을 기다려야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의 죄가 박근혜나 이재용만큼 클 것 같지는 않다. 누가 뭐래도 박근혜와 이재용은 범죄의 몸통이고, 우병우는 몸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국민 법 감정은 어떨까? 이재용과 박근혜가 구속되니 “남은 것은 우병우 하나다. 반드시 구속시켜라!”라는 것이 국민들의 감정이다. 우병우에 대한 국민감정은 박근혜, 이재용과 버금간다.

이유가 뭘까? 우병우가 자초한 예의 그 ‘싸가지 없음’이 한 원인일 것이다. 비호감이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우병우의 고교 동창은 “당시 나도 그렇고 병우도 그렇고 고등학교 때 싸가지가 없었고, 그게 잘못된 거라고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라고 증언했다.

▲ 우병우(전 청와대 민정수석)가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제5차 오후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제는 그가 언제부터 싸가지가 없었는지가 아니다. 왜 저런 보도가 버젓이 공중파를 타고 보도되느냐에 있다. 만약 우병우가 검찰 출석 단계에서 레이저를 쏘지 않았고, 검찰 조사실에서 팔짱을 끼지 않았으며, 청문회 때 최소한 상식적인 매너를 보였다면 굳이 공중파가 저런 보도를 세상에 흘릴 이유가 없다.

지난해 11월 8일 <세계일보>는 ‘단독’ 마크를 붙이고 <우병우 “지방경찰청장 내 가방 들어줬다”...권위주의 성향 표출>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2011년 검찰 내부의 비공개 인터뷰 자료집을 <세계일보>가 입수했는데 우병우가 이렇게 말한 대목이 나온다.

나는 (평검사 시절인) 23살 때도 45살인 계장(수사관)을 수족 부리듯이 부려먹었다. (지방)경찰청장도 내 가방을 들어주고 그랬다.

얼마나 싸가지 없어 보이나? 이것도 그가 정상적으로 수사와 청문회에 임했다면 중앙일간지에 나오지 않았을 기사다. 우병우의 비호감이 누적된 것은 순전히 그가 자초한 일이라는 이야기다.

호감경제학의 창시자 바르가바 교수는 “호감도의 차이는 종종 성공과 실패를 가름할 수 있는 간단한 원칙이다”라고 단언한다. 헛똑똑이 우병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줄곧 ‘국민 비호감’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우병우는 그것을 자존심이라고 생각했을까? 참으로 아둔하다. 그는 그가 저지른 범죄에 더해 국민을 깔아본 그 오만한 눈빛에 대한 대가까지 함께 치러야 할 때를 맞았다.


출처  우병우의 경제학, 비호감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고, 멍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