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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프리존 법 통과시키자”는 안철수, 제정신입니까?

“규제프리존 법 통과시키자”는 안철수, 제정신입니까?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발행 : 2017-04-11 08:54:34 | 수정 : 2017-04-11 09:39:10


처음에는 기자가 뭘 잘 못 읽은 줄 알고 한참을 들여다봤다. 4월 10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진 강연회에서 “이 법(규제프리존 법)을 민주당이 막고 있다. 다른 이유가 없다면 통과시키는 것이 옳다”고 말했단다.

물론 정치인으로서 규제프리존 법을 통과시키자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런데 황당한 건 같은 장소, 같은 강연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환경과 안전을 위한 규제는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이게 웃기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면 진지하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규제프리존 법’은 말 그대로 규제가 프리(free)한, 즉 규제가 없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법이다.

그런데 규제의 무풍지대를 만들어놓고 환경과 안전을 위한 규제는 어떻게 더 강화한다는 이야기인가?

이러니 한 언론보도 기사에 <안철수 “규제는 철폐하고 환경-안전규제는 강화해야”>라는 말도 안 되는 제목이 뽑힌다.

안철수 후보님. 규제프리존 법이라는 게 바로 그 환경과 안전을 위한 규제조차 없애자는 법입니다. 이런 것까지 일일이 설명해줘야 합니까?

박근혜 정부가 목숨을 걸었던 규제프리존 법. 이건 재벌들이 박근혜에게 “부디 이 법안만큼은 꼭 임기 내에 통과시켜주세요”라며 간청을 거듭했던 법안이다. 돈 되는 일이라면 환경이건 안전이건 다 휴지통에 처박아버리는 재벌들의 숙원 법안이 이 법이었다는 이야기다.

실제 재벌들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뇌물성 자금을 입금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박근혜 정부에게 규제프리존 법 통과를 요구했다.

재벌들이 왜 이 법에 목숨을 걸까? 규제프리존 법은 지역 경제 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지자체가 신청한 27개 전략산업에 대해 대부분의 규제를 풀고 각종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특정 산업이 ‘지역 전략 산업’으로 선정만 되면 해당 분야에 진출한 기업은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와진다.

제일 큰 문제는 규제프리존의 혜택자로 선정만 되면, 환경이나 안전 등을 위한 각종 법률 규제마저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는 “이 법은 규제프리존에 적용되는 규제특례를 적용하는 경우 다른 법령보다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대놓고 적어놓았다. 규제프리존 법이 법률이 정한 모든 규제를 뛰어넘는 절대법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규제프리존 법이 통과되면 그동안 다양한 법으로 규제해왔던 절대농지, 그린벨트, 자연환경지구, 계획관리 지역, 녹지, 보전산지 등에 공장 입지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 당연히 환경이 훼손된다는 뜻이다.

기업이 새 사업에 진출했을 때, 신제품의 안전성은 국가가 검증한다. 하지만 이 법이 통과되면 ‘기업실증특례’라는 황당한 제도에 의해 신제품의 안전성을 기업 스스로 입증하게 된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 당연히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뜻이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때 해당 기업들이 자기들에게 불리한 실험 결과를 은폐했던 사실을 벌써 잊었나?

처음 등장해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을 때만 해도 안철수는 신선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광기에 사로잡힌 지금의 안철수는 보수 표를 얻기 위해 규제프리존 법을 밀어붙여 박근혜와 이명박의 후예를 자처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환상에 빠져 안전에 대한 규제를 소홀히 했던 한국은 끝내 세월호 참사를 맞았다.

그런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온 다음날, 안 후보는 “규제프리존 법 만세!”를 외친다. 진심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 후보, 당신 지금 제정신인가?


출처  [기자수첩] “규제프리존 법 통과시키자”는 안철수 후보님, 제정신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