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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한밤중 사드 기습배치 누가 왜 밀어붙였나

한밤중 사드 기습배치, 누가 왜 밀어붙였나
청와대 안보실장, 탄핵 의결뒤 1·3월 방미 사드 논의
매티스 국방·펜스 부통령, 2·4월 차례로 방한해 협의
‘주인없는 청와대’ 절차 무시하며 ‘대선전 배치’ 강행

[한겨레] 정인환 기자 | 등록 : 2017-04-26 21:08 | 수정 : 2017-04-26 21:23


▲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일부가 배치되어 있다. <대구일보> 제공


한밤중 기습작전을 방불케 했다. 정해진 절차는 철저히 무시됐다. 26일 주한미군과 국방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배치를 밀어붙이면서, 누가 언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사드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게 된 터라,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선거 개입’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따져보면 사드 배치 시점은 처음부터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있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지난해 7월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밝히면서, 실전 배치 시점에 대해 “늦어도 내년(2017년) 말까지”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는 박근혜의 탄핵 가능성이 거론조차 되지 않던 때로, 차기 대선은 올 12월로 예정돼 있었다.

애초 사드 배치 결정의 주체는 청와대 안보실이었다. 특히 김관진 안보실장이 박근혜 파면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사드배치를 주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해 국방부의 발표 당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사실상 청와대 안보실과 주한미군이 국방부를 거치지 않은 채 직접 접촉해 결정하고, 국방부는 사후 수습에 나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 배치 발표 사흘 전(7월 5일) 국회 대정부질문 때 ‘(사드 배치에) 신중하겠다’고 말해놓고 태도를 뒤집었다.

그간 미국 쪽은 겉으론 사드 조기 배치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올해 들어 잇따라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2월)을 비롯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3월)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4월) 등은 사드 배치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말만 재확인했지, 시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한 일이 없다. ‘조속한 배치’란 표현은 한국 쪽에서만 나왔다.


상황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건 매티스 장관이 방한 당시 한민구 장관과 대선 전에 사드 장비를 성주골프장에 ‘야적’하기로 합의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난 2월 말께부터다. 실제 주한미군은 3월 6일 밤 사드 장비 일부를 오산 공군기지로 실어왔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파면 결정을 나흘 앞둔 시점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김 실장은 2014년 6월 임명된 뒤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 미국을 방문했다. 그 가운데 두 차례가 박근혜 탄핵안 국회 의결 이후인 지난 1월과 3월에 집중됐다. 두 차례 모두 ‘차질 없는 사드 배치’가 핵심 의제였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청와대 안보실장은 대통령의 참모로, 직접 외교를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라며 “탄핵으로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두 차례나 미국을 다녀온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를 대신해 김 실장이 사드 조기 배치를 주도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사드 조기 배치에 대한 그간의 과정으로 미뤄, 한국 쪽이 강하게 요청하고 미국이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절차적 비합리성이 나중에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대선 전에 배치를 강행하는 우를 범했다”고 짚었다.


출처  김관진 두번 방미, 미 국방·부통령 방한…모종의 거래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