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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통신사들 “차라리 우릴 국유화해라” 적반하장

통신사들 “차라리 우릴 국유화해라” 적반하장
휴대폰 기본료 폐지 논란 “통신이 공공재냐” 시비로 번져
이통사들 “요금 내리라 기업 압박 시장경제에 맞냐” 불만
법에선 공공재 성격 뚜렷... 법원도 “투명성·정당성 필요”

[한겨레] 안선희 기자 | 등록 : 2017-06-15 19:15 | 수정 : 2017-06-16 14:52


▲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12개 통신·소비자 시민단체가 15일 낮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포함한 통신비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을 둘러싼 논쟁이 통신비의 성격 규정과 통신비 결정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산하고 있다. 통신요금은 기업 자율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통신은 공공재여서 정부와 소비자들이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현행 법령은 통신사업을 정부 규제를 받아야 하는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도 이동통신서비스의 공공적 특성을 인정하며 통신비 관련 원가자료 공개를 판결한 바 있다.

▲ 이동통신 가입자수 추이 및 통신비 원가공개 관련 법원 판결문 중 주요 내용.



통신요금은 시장자율로?

최근 기본료 폐지 논란에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정부가 이렇게 기업을 압박하는 게 시장경제에 맞느냐. 차라리 통신사를 국유화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공정거래·규제개혁 관련 단체인 공정거래실천모임은 지난 8일 자료를 내고 “국정기획위의 통신요금 인하 강요는 통신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통신요금의 수준 및 구조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으로 자유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서비스는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를 기반으로 한 것인데다 이미 가입자가 6011만 명(2016년 6월 기준)에 이를 정도로 국민의 삶에 필수재로 자리 잡아 일반 상품과는 다르다는 반론이 나온다. 실제 전파법은 “정부는 한정된 전파자원을 공공복리의 증진에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전파자원의 이용촉진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3조)고 규정하며 공공성을 강조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역시 “전기통신 역무의 요금은…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 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3조3항)고 명시하고 있다.


미래부의 강력한 권한…“누굴 위한 건가”

현행 법령은 정부에 통신사업자를 감독하고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모든 기간통신사업자는 정부에 이용약관을 신고해야 하고, 요금산정근거 자료를 미래부에 제출해야 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스케이텔레콤)는 인가를 받아야 한다. 미래부는 에스케이텔레콤에만 요금 인가권한을 갖고 있지만, 사후감독권은 전 이통사에 대해 갖고 있다. 사업자가 비용이나 수익을 부당하게 분류해 요금을 산정하거나 신고약관과 다르게 서비스를 제공하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런 감독을 제대로 하기 위해 미래부는 통신사업자로부터 매년 별도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된 영업보고서를 제출받고 이를 검증할 권한도 가지고 있다. ‘전기통신사업 회계구분’(미래부 고시)을 보면 전기통신서비스의 ‘총괄원가’는 ‘사업비용+투자보수’로 구성돼있다. 투자보수는 유형자산·재고자산 등의 ‘요금기저’에 ‘투자보수율’을 곱해서 산정하는데 이 투자보수율도 미래부장관이 결정한다. 현 투자보수율은 5.7%다.

문제는 이런 권한이 법 취지대로 국민이 ‘공평하고 저렴하게’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행사되고 있는지 불신이 크다는 것이다. 미래부 출신들이 규제권을 이용해 이통사나 관련 단체에 ‘낙하산’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은 미래부 소관 사업자단체 사무국에 상근임원을 두는 33개 기관 중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출신들이 임원인 곳이 26개(78.8%)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현재 에스케이텔레콤과 엘지유플러스(LGU+)의 대외협력(대관) 담당 임원도 미래부 출신으로, 통신회사에도 통신 관료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법원은 통신비 원가공개 결정

법원이 2011년 참여연대가 미래부(당시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이동통신요금 원가자료 공개 청구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참여연대 쪽 손을 들어준 것도 통신의 공공적 성격을 인정해서다. 서울고법은 2014년 2월 (일부 자료를 제외하고) 미래부가 보유한 이동통신요금 원가 산정을 위해 필요한 자료, 이용약관 신고·인가에 대한 적정성 심의·평가 관련 자료, 이통사가 제출한 요금 산정 근거자료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국민 전체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동통신서비스는 다른 재화 또는 서비스에 비해 양질의 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적정한 가격에 제공돼야 할 정책 필요 내지 공익이 현저하다”고 말했다. 또 (이런 필요성에도) “통신산업이 과점적 시장에서 공급되고 단말기 보조금 등에 관한 정보 비대칭으로 이용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 실패, 시장 왜곡 등 부작용과 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피고가 감독·규제하고 있는 요금의 결정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피고의 권한 행사에 관한 투명성 및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이통사들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면 당국에 대한 신뢰가 깨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익적 요청이 더 크다”고 일축했다. 현재 이 소송은 이통 3사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거세지는 투명성 요구

계속되는 통신비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통신요금 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최근 미래부가 이용약관 심사를 할 때 자문을 받는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미래부에 요청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미래부 요금인가 과정에 대한 감사 청구를 검토 중이다. 참여연대는 독립적인 이용약관심의위원회를, 정의당도 유사한 성격의 통신비심의위원회를 만들 것을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경실련 등 12개 시민단체는 1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통신요금이 통신원가 대비 적정 수준으로 책정되었는지 검증하는 절차를 강화해 통신비 부담을 덜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기획위는 오는 19일 미래부로부터 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출처  통신사들 “차라리 우릴 국유화해라” 적반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