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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츠페터는 북한 간첩?…‘택시운전사’ 흥행에 가짜뉴스 극성

힌츠페터는 북한 간첩?…‘택시운전사’ 흥행에 가짜뉴스 극성
‘힌츠페터·김사복은 간첩’ ‘5·18은 북한군 폭동’ 등
카톡방·SNS 통해 5·18 관련 가짜뉴스 퍼날라져
대부분 <뉴스타운> 등 온라인 보수매체 출처

[한겨레] 황금비 기자 | 등록 : 2017-08-17 13:38 | 수정 : 2017-08-17 16:19


▲ 영화 <택시운전사>. 쇼박스 제공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거주하는 김운대(71)씨는 지난 11일 초등학교 동창 20여 명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친구가 보낸 글에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힌츠페터는 간첩!’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는데,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위 장면을 보도했던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왔던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가 북한군의 간첩이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김 씨는 “시도 때도 없이 카톡방을 통해 5·18을 왜곡하는 뉴스들이 들어온다”며 “최근 받은 카톡 중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 가운데 북한 간첩이 있었다.’, ‘북한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북한군들을 추모하는 추모비를 세웠다.’ 등의 글도 있었다”고 말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실상을 보도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왔던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가 17일 오전 관객 수 922만 명을 돌파하며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둔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가짜 뉴스도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김씨가 받은 카카오톡의 출처를 찾아보니, 대부분 <뉴스타운>, <올인코리아> 등 온라인 보수 매체에 올라와 있는 글인 것으로 나타났다.

▲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김씨가 받은 카톡방 글의 출처는 지난 9일 김동일 칼럼니스트가 <뉴스타운>에 기고한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은 간첩!’이라는 글이다. 저자는 이 글에서 줄곧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인 위르겐 힌츠페터와 김사복이 실제 북한의 요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힌츠페터는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이승만 박정희 시대를)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독재시대로 규정하는 인물이었다”며 “힌츠페터의 5·18이 편향적 시각과 선동으로 가득 차 있는 이유는 5·18 취재 목적이 ‘진실 보도’가 아니라 ‘정치 선전’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김사복 씨 역시 “서울 운전사이면서도 광주 지리에 능통했다”는 이유로 힌츠페터의 안내와 경호를 책임진 북한 요원이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좌익정권이 들어서면 으레 5·18폭동을 미화하는 영화가 만들어진다. 힌츠페터는 ‘푸른 눈의 목격자’가 아니라 ‘푸른 눈의 간첩’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김씨가 카톡방을 통해 받은 글 가운데에는 지난 촛불 정국 당시 ‘박근혜 정권 퇴진운동’을 주도했던 시민단체들이 ‘남조선 체제 전복·혁명정권 수립’을 주장하는 세력이라고 왜곡하는 글도 나온다. 이 역시 지난 3월 온라인 보수 매체인 <올인코리아>에 게시된 글이다. 이밖에도 5·18 당시 광주에서 찍힌 시민들의 사진과 현재 북한 고위 관리들의 사진을 서로 동일인물이라고 비교하는 등 ‘북한군의 5·18 개입설’을 주장하는 사진도 카카오톡 등을 통해 다시 퍼지고 있다.

최태섭 문화평론가는 “최근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1차원적인 주장에서 더 나아가, 5·18 유공자들이 가산점 등의 특혜를 받고 있다는 것처럼 요즘 사람들의 정서를 찌르는 가짜 뉴스들도 나오고 있다”며 “우파 세력에게 가장 민감한 역사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인 만큼 계속해서 5·18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그런 가짜 뉴스도 여전히 5·18 역사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가진 사람들 안에서만 소구되는 내용이라고 본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달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계엄군에 체포된 시민군들이 실제로는 북한 특수군이었다’고 주장한 지만원(76) 씨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했다. 광주지법은 지난 11일 5.18 북한군 배후설을 주장한 지 씨와 뉴스타운에게 “5·18 단체 등에 8,2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출처  힌츠페터는 북한 간첩?…‘택시운전사’ 흥행에 가짜뉴스 극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