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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폭격 준비는 광주를 초토화하려는 끔찍한 살상 계획”

“전투기 폭격 준비는 광주를 초토화하려는 끔찍한 살상 계획”
광주시민 “문 대통령 지시 5·18진상 규명 긍정적”
5·18 진상규명법 제정 통해 진상규명위 설립 시급

[한겨레] 광주/정대하 기자 | 등록 : 2017-08-23 18:34


“끔찍합니다. 광주를 박살내고 초토화해서라도 전두환이 집권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5·18민주유공자 이재의 씨는 23일 80년 5·18 당시 공군이 전투기를 동원해 광주를 공중에서 폭격할 계획을 세웠다는 증언과 관련해 “당시 신군부의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낸 중요한 증거이자 사례”라고 말했다.

<제이티비시>(JTBC) 보도를 보면, 수원 제10전투비행단 101대대 F-5E/F 전투기 조종사 김 아무개 씨는 80년 5월 21~22일 비행단 전체에 광주로 출격 대기 명령이 내려졌다고 증언했다. 이런 증언은 당시 전두환 등 신군부가 광주 시민들을 적군으로 간주해 무차별 학살하려고 했다는 정황을 드러낸다.

▲ 윤장현 광주시장이 2016년 12월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에서 헬기 사격으로 생긴 총탄 흔적을 살펴보고 있다. 광주시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전투기 폭격 준비와 함께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 등의 진상을 규명하라고 특별지시한 것은 그동안 진실의 퍼즐에서 빠진 부분을 메꿀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제기된 5·18 당시 헬기에서 기관총으로 사격을 했다는 증언들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故 조비오 신부는 1989년 2월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에서 “5월 21일 오후 1시 30분에서 2시 사이 옛 전남도청 쪽에서 사직공원 쪽으로 헬기가 날아가면서 번쩍하는 불빛과 함께 연속 세 차례에 걸쳐 지축을 울리는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직접 증거가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1996년 검찰의 5·18 수사에서도 이를 밝히지 못했다. 전두환은 <전두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군 당국의 주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를 통해 힘을 잃고 있다.

김동환 국과수 총기안전실장은 지난 4월 “(80년 5월 시민군 항쟁 거점인 옛 전남도청 근처)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10층 실내에서 발견된 150개의 총탄 자국들이 기둥을 중심으로 부챗살 모양으로 퍼져 있어 ‘헬기 기총 소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헬기가 공중에서 일시 정지한 상태서 기관총을 연달아 쐈을 가능성을 국가기관이 확인한 것이다.

▲ 5·18기념재단은 광주 시민들의 제보로 5·18 당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탄피를 보관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하지만 여전히 헬기 기관총 발포 명령권자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광주 인근인 전남 나주시 한두재에서 80년 5월 24일 김 아무개(64) 씨가 발견해 보관하다가 5·18기념재단에 신고한 탄피 3점은 M16 소총 5.56mm 탄피보다 확연히 큰 20mm 기관총(벌컨포) 탄피다. 벌컨포는 보통 공격용 헬기인 AH-1J(일명 코브라)에 장착한다.

5·18기념재단은 당시 한두재에서 헬기 벌컨포 공격을 맞아 천장 구멍이 뚫린 ‘브리사2’ 택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확인하려고 택시 운전사를 수소문하고 있지만, 조사권이 없어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헬기기총 소사, 전투기 폭격 준비 등의 진상 규명은 당시 자위권을 발동했다는 신군부 주장의 허구성과 진압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증거로 매우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국회에 발의된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 관련법을 제정해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객관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전투기 폭격 준비는 광주를 초토화하려는 끔찍한 살상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