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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원공대, 국비를 해외 관광·접대비에 썼다

두원공대, 국비를 해외 관광·접대비에 썼다
[경향신문] 탐사보도팀 박주연·강진구기자 | 입력 : 2017.09.04 06:00:01 | 수정 : 2017.09.04 13:49:16


▲ 지난 1월 22일부터 26일까지 WCC사업비 1971만 원을 들여 두원공대 교직원 등 13명이 다녀온 중국 쿤밍 방문 일정표. WCC사업과 관련된 공식 일정은 2013년 이미 MOU를 체결한 현지 학교 1곳 방문뿐 나머지 일정은 모두 관광으로 채워져 있다. 두원공대 교수협의회 제공

교직원과 학생을 상대로 ‘도 넘는 갑질’(경향신문 8월 24일 자 1면)을 한 두원공과대학이 국고 지원금을 교직원의 해외 공짜관광과 기업단체 접대비 등으로 유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매년 100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은 두원공대가 국고를 사금고처럼 탕진하는 동안 교육부는 형식적으로 작성된 서류만 믿고 단 한 번도 비리를 적발하지 못했다. 교육부의 부실한 감독 탓에 국민 세금이 ‘눈먼 돈’처럼 엉뚱한 곳으로 새나간 셈이다.

4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두원공대(이사장 김종엄) 교직원 9명은 올 1월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사업비로 중국 윈난성 쿤밍을 4박 5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원공대는 WCC사업을 위한 업무용 출장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 현지 일정은 대부분 관광으로 채워졌다. 일정에는 경기중소기업연합회 전·현직 임직원과 재벌기업 협력업체 모임 간부 등 외부인사 3명도 동행했다. 이들이 5성급 호텔에 머물며 고급요리에 마사지를 받으며 유명관광지를 돌아 다는데 쓴 공식경비만 1971만 원이다. 이들은 ‘자부담’을 주장했지만, 증빙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대학생들과 교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써야 할 국고가 교직원들의 공짜관광과 기업단체 접대비로 지출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 두원공대 처장들이 올해 5월 1인당 국비 440만 원을 들여 가려 했던 영국 런던·버밍엄 여행 일정표. 역시 관광일정만 빼곡하다. 두원공대 교수협의회 제공

두원공대가 교육부 제출용으로 작성한 사업계획서는 현지 대학생의 국내 유치와 상호교류를 위해 쿤밍 이공대학과 윈난대학을 방문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경향신문 취재 결과 실제 공식방문 일정은 우리나라 직업고교 격으로, 이미 지난 2013년 두원공대와 MOU 체결을 한 제1직업중등전업학교가 전부였고 나머지는 종일 관광일정으로 채워졌다. 1월 23일 직업학교 방문을 마친 참가자들은 원통사, 취호공원, 육군강무단을 관람한 후 2시간 동안 전신 마사지와 함께 광둥식 해물요리로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엔 윈난성 대표 관광지인 서림지역과 종유동 박물관 ‘구향동굴’에서 전통카트와 보트를 타며 관광을 즐겼다. 마지막 날도 윈난민속촌 관람에 이어 해발 2500m 서산을 리프트로 올라갔다가 내려온 후 1시간 동안 전신 마사지를 받고 귀국길에 올랐다. 첫날 직업학교에서 잠깐 시간을 보낸 것을 제외하면 WCC사업에 부합하는 일정이 전혀 없는 셈이다.

두원공대 교수협의회는 “학교는 이사장에게 잘 보인 교직원들을 국비나 교비로 해외관광을 보내면서 외부감사에 대비해 현지 대학 등을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찍어 증거자료로 남긴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재단 이사장 부인(부총장)이 간호학과·유아교육학과·자동차학과 교수 7명을 데리고 국고 2170만 원을 들여 5박 7일로 캐나다를 다녀왔다. 두원공대는 “미국과 캐나다에 양해각서(MOU) 체결 건이 있어 적정 인원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총장은 캐나다에만 머물렀고 이미 협의를 끝내고, 서명 절차만 남겨놓은 MOU 체결을 위해 7명의 교수가 5박 7일로 부총장을 수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교수들은 당시 캐나다(14명)와 미국(4명)에서 한 달간 단기연수 중인 학생에 대한 지도 업무도 맡고 있었지만, 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캐나다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은 “교수님들은 점심시간에 학원에 딱 1번 찾아온 것을 빼고는 우리와 따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미국 대형병원 실습차 연수를 갔던 학생들도 “대학병원은 견학만 했고 실습은 우리로 치면 요양원에서 했다”며 “교수님은 (부총장님과 함께 캐나다로 출국했다가) 미국으로 와서 이틀 동안 머문 후 다시 캐나다로 돌아갔다”고 했다.

두원공대는 당시 캐나다로 출국한 간호학과 교수 4명 중 2명이 도중에 미국으로 갔다가 다시 캐나다를 통해 귀국한 이유에 대해 “경비 절감과 일정단축에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생을 중심으로 일정을 짰다면 처음부터 간호학과 교수 2명은 미국으로 가서 학생들의 현지 정착을 도와주고 귀국하는 게 상식적이다. 또 경비 절감 차원에서도 효율적이다. 그런데도 교수들은 국비로 출장 가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제자보다는 부총장의 눈도장을 찍는데 열을 올린 셈이다.


두원공대가 교육부 지원금을 얼마나 눈먼 돈으로 생각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단서는 또 있다.

처장급 교수 2~4명은 올해 5월 1인당 국고 440만 원을 들여 ‘해외 취업처 또는 해외 인턴십 발굴’을 명목으로 6박 8일 동안 영국 런던과 버밍엄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여행사에서 작성해 두원공대로 보낸 일정표에는 국비 출장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온통 유명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일정만 빼곡하게 적혀 있다. 여행사와 학교 측은 “원래 계획은 있었지만 (WCC 재선정에 탈락해)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올해 두원공대가 WCC(사업 기간은 매년 3월 1일~이듬해 2월 28일)에 탈락하지만 않았다면 해당 프로그램 역시 WCC 사업비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았던 셈이다.

두원공대는 WCC사업 외에도 특성화전문대육성사업(SCK·2014~2016), 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육성사업(LINC·2012~2016) 등으로 매년 100억여 원 이상의 재정지원을 지원받고 있다. 국내 140여 개 전문대학 중 두원공대의 재정지원 사업 수혜실적은 2013년 88억(6위), 2014년 129억 (1위), 2015년 132억(2위)이었다.

국고를 타내기 위해 두원공대가 외부 컨설팅업체에 사업계획서 대필을 맡긴 정황도 드러났다. 두원공대의 한 내부관계자는 “학교에서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졸업생들이 운영하는 ㄱ컨설팅에 비밀리에 대필을 맡겼다”고 말했다. ㄱ컨설팅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의혹에 “소문이 맞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두원공대도 사업계획서 전체를 대필해줬느냐’는 질문에 “어느 대학이라 콕 짚어 답하긴 곤란하지만 통으로 작성해준 학교는 대부분 재정지원 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두원공대는 이 업체에 2014년 7000여만 원, 2015년 1억7000여만 원, 2016년 8000여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원공대는 “학교에 특정한 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전문가가 없어 사업계획서 작성 시 참고자료로 활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두원공대가 교육부 눈을 속이고 국고를 거리낌 없이 유용할 수 있었던 데는 허술한 감독체계 책임이 크다.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을 위탁 관리하는 한국연구재단 측은 “대학으로부터 받는 사업실적 집행 자료에는 사업명과 금액, 대강의 일정만 적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금을 애초 사업 취지와 다르게 사용해도 상세 증빙자료는 대학이 보관하게 돼 있어 교육부가 직접 점검을 나가지 않으면 확인할 길이 없다”고 했다.

교수협의회는 “학교 측이 교육부 감사에 대비해 모 회계법인의 점검하에 증빙보완작업을 실시했고 컴퓨터에 보관 중인 자료를 비롯해 각종 문서도 폐기하고 조작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두원공대는 경향신문을 상대로도 거리낌 없이 허위자료를 들이대며 연거푸 거짓 해명을 했다. 대외협력처는 ‘공짜관광’ 의혹에 대해 “올 1월 교직원들이 중국 방문 시 윈난경제관리학원에서 촬영한 것”이라며 사진 자료를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해당 자료는 홈페이지 등에서 캡처한 사진을 편집한 것에 불과했다. 두원공대 측은 “직원의 실수였다”며 윈난성의 인력정보서비스유한공사를 방문했다는 출장결과보고서를 보내왔다. 하지만 경향신문 취재결과 두원공대는 4~5년 전부터 해당 기관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올 1월 참가자들은 제1직업중등전업학교만 방문했다. 또한, 올해 작성했다는 출장결과보고서 파일의 최초 문서 작성 시점은 2013년으로 돼 있었다. 2013년 작성된 출장보고서에 올 1월 방문 당시 촬영한 사진을 짜깁기한 것이다.

이처럼 두원공대가 온갖 자료 조작과 은폐에 나서고 있음에도 교육부는 여전히 감사를 미적거리고 있다.

최성부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장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단독] 두원공대, 국비를 해외 관광·접대비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