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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알바생도 퇴직금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알바생도 퇴직금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배째라’와 ‘꼼수’ 등 퇴직금 사각지대에 놓인 알바생들
안 주려는 자와, 받아내려 분투하는 자의 ‘밀당’ 현장
‘솜방망이 처벌’에 법 악용하는 사업주 막을 길이 없다

[한겨레] 유덕관 기자 | 등록 : 2017-09-06 11:03 | 수정 : 2017-09-06 11:08


▲ 김씨가 근무하는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들이 주문받은 음료를 만들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아르바이트(알바)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아르바이트 직원 800여 명을 조사해보니, 퇴직금 제도에 대해서 모른다고 응답한 아르바이트 직원이 47.3%였습니다. 처음부터 퇴직금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 노동으로 시작하거나, 경제활동 경험 부족해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퇴직금 제도를 알고도 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더(The) 친절한 기자들’은 왜 아르바이트 직원이 알고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지 들여다봤습니다.


사장 바뀌었다고 미루고, 사촌형제 지인이라고 떼 먹고

“사장들끼리 주거니 받거니…책임 떠넘기기 지치네요”

한 제빵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1년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한 대학생 김 아무개 씨는 퇴직금 문제로 사업주와 갈등을 겪다 결국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퇴사했습니다. ‘성실 사원’으로 줄곧 꼽혀왔던 김씨가 최악의 마무리를 하게 된 이유는 3개월 전 사업주 즉 사장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새로 온 사장은 김 씨의 근무 시간을 조정하려고 했습니다. 2016년 시간당 6030원의 최저임금을 받고 처음 일을 시작한 김 씨는 그간의 노력으로 시간당 8500원을 받고 일하는 중이었습니다. 새 사장은 그 급여가 탐탁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 씨는 퇴직 의사를 밝혔고, 퇴직금을 요구했습니다. 새 사장은 “나와 함께한 근로 기간이 길지 않으니 퇴직금은 전 사장에게 요구하라”고 답했습니다. 전 사장은 “사업장을 넘긴 뒤에도 계속 일했으니, 퇴직금 여부는 지금 사장의 권한이다”고 답했죠. 이렇게 두 사업주는 퇴직금을 서로에게 떠넘겼습니다. 결국, 김 씨는 퇴사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장과 아르바이트 직원의 관계가 돈독했을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사장이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러냐”며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경기도 부천의 편의점에서 1년 근무한 차 아무개 씨는 퇴직금 이야기를 꺼냈다고 사장에게 되레 혼이 났습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잘해줬는데, 욕심을 부리냐”는 게 사장의 말입니다. 하지만 차 씨는 퇴직금을 강하게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사장이 사촌 형제의 지인이기 때문입니다. 사장은 △업계 평균보다 높은 급여를 지급해왔던 점 △연차 휴가를 챙겨준 점 등을 나열하며,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차 씨는 사장은 물론 사촌 형제와도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퇴직금을 포기했습니다.

▲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들이 허술한 근로기준법으로 신음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1년 이상 근무자는 퇴직금을 받지만, 이 규정을 피하고자 이들과 11개월 이하로 근무 계약을 맺거나 불규칙적으로 2~3개월씩 연장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김성광 기자

근로기준법을 보면, 일정한 근로 조건이 충족된 아르바이트 직원은 퇴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손에 퇴직금이 온전하게 들어오기까지는 난항이 많습니다. 못 주겠으니 ‘배 째라’는 사업주고 있고, 일부 사업주는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해 증빙할 수 없게 만든 뒤 퇴직금을 적게 주는 ‘꼼수’를 부리기도 합니다.


1년, 1주일 15시간, 한달 60시간을 기억하세요

그렇다면 모든 아르바이트 직원은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걸까요?

아르바이트 퇴직금 지급 기준은 일반 노동자와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년 이상 근로를 했냐는 것인데요. 다만 중간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가 다시 시작했거나, 휴직 기간이 있었다면 ‘계속 근로’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근로 시간도 충족돼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에는 1주일에 15시간 이상, 한 달에 60시간 이상 일을 했을 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밝히고 있습니다. 근로시간은 4주간의 평균을 내서 구하기 때문에, 특정일에 근로시간이 부족했다고 해서 퇴직금을 못 받는 건 아닙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제빵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1년 6개월을 일한 김 씨는 퇴직금을 받아야 합니다. 사업주가 바뀌어도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사업주가 바뀐 뒤에도 근로를 계속했다면, 새 사업주가 고용 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사업주끼리 종업원의 계약과 관련한 별도의 협약이 없었다면 새 사업주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근로계약서가 없어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고객 상담센터의 말을 종합하면, 아르바이트 퇴직금과 관련된 문의 중 ‘근로계약서’ 여부를 묻는 아르바이트들이 많다고 합니다. 단기간 노동을 하는 아르바이트들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흔한데요. 가급적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면 일정 기간 급여를 받았다는 통장 입금내용, 급여 명세서 등으로도 증빙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아르바이트의 근로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도 참고될 수 있습니다.

퇴직금은 5인 이하 사업장에서도 받을 수 있습니다. 4대 보험 가입 여부와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퇴직 뒤 상호 협의에 따른 조정이 없으면 14일 이내에 받아야 합니다. 못 받았던 퇴직금에 대한 권리는 3년 이내에 청구하면 되찾을 수 있습니다.

▲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직원 5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도 법적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받기가 쉽지는 않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법의 허점은 바로잡고, 인식은 개선돼야

근로기준법은 기업이 노동자의 임금을 체납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징역은커녕 약간의 벌금만 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퇴직금을 안 주고 버티다 분쟁 조정이 들어오면 그제야 지급하는 ‘얌체’ 사업주들도 있다고 합니다. 솜방망이 처벌을 사업주들이 악용하는 것이죠.

고용노동부는 임금체납 문제가 생기면 주저 없이 노동청 등에 신고하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차후 불거질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아르바이트들도 근로계약서를 명확히 작성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직도 아르바이트의 근로계약서 작성 요구를 ‘유난스럽다’고 생각하는 사업주가 많습니다. 그러다 아르바이트이 퇴직할 때가 되면 ‘정’을 내세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지요.

퇴직금은 사업주가 아르바이트에게 주는 ‘수고비’가 아닙니다. 노동자가 근무한 기간 적립해 뒀던 임금의 일부를 퇴직 때 받는 것일 뿐 당연히 아르바이트의 권리입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업주들이 퇴직금 지급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도 임금체납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알바생도 퇴직금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