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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국정원 직원·VIP 자녀 등 20명 ‘특혜채용’

우리은행, 국정원 직원·VIP 자녀 등 20명 ‘특혜채용’
심상정 의원, ‘공채 추천’ 문건 공개
지난해 금감원·우리은행 임직원 등
‘빽’ 명시한 지원자 명단 작성
리스트 오른 사람들은 모두 합격
은행 “내부서 작성 맞다…시점은 몰라”

[한겨레] 송경화 김태규 기자 | 등록 : 2017-10-17 04:59 | 수정 : 2017-10-17 09:50



우리은행이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직원과 은행 브이아이피(VIP) 고객의 자녀 등 20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공개 채용엔 1만7000여 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가운데 200여 명이 최종 합격해 8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6일 <한겨레>에 공개한 우리은행의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문건의 내용을 보면, 은행 내부에선 국정원, 금융감독원,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 등의 자녀와 친인척 등을 명시한 지원자 명단을 정리했고, 여기에 이름이 오른 이들은 모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천현황’ 문건에는 입사 지원자의 이름·나이·출신학교·학점과 함께 이들의 ‘배경’을 명시한 관련 정보가 적혀 있었고, ‘추천인’란에는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의 이름과 직책이 명시됐다.

가령 ‘국정원 직원 자녀’로 표시된 한 지원자는 ‘우리은행 남 아무개 그룹장’의 추천을 받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금감원으로부터 추천받은 지원자도 2명 포함됐다. 합격자 ㄱ 씨는 ‘금융감독원 요청’으로, ㄴ 씨는 ‘금융감독원 이 아무개 부원장 요청’이라는 설명과 함께 본점 이 아무개 간부의 추천으로 리스트에 올랐다.

▲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우리은행 내부 문건 내용. 심상정 정의당 의원 제공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서울의 한 대학 부총장의 요청으로 추천받거나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이사장의 요청으로 내부 문건에 이름을 올린 합격자도 있었다. ‘병원 이사장 요청’의 경우 ‘비고’란에 ‘퇴직연금 41억 원’이 적혀 있어, 은행과의 금융 거래가 추천에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할 만한 대목이 있다. 역시 채용에 합격한 서울의 한 부구청장 자녀의 경우에도 비고란에 ‘급여 이체 1160명, 공금예금 1930억 원’이 참고사항으로 적혀 있었다.

은행의 ‘큰손 고객’인 브이아이피(VIP) 고객들의 자녀도 리스트에 포함됐다. 우리은행의 한 센터장이 추천한 것으로 적힌 한 고객 자녀의 경우 ‘여신 740억 원’, ‘신규 여신 500억 원 추진’이라고 적혀 있어 은행 거래 액수와 채용이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와 함께 은행 본부장, 실장의 조카와 전직 행장, 부행장의 자녀들도 추천 목록에 포함돼 실제 합격했다고 심 의원은 밝혔다.

심 의원은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문건이 인사팀 내부에서 작성된 것이 맞다고 하면서도 이 명단이 채용 이전에 작성된 것인지 등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심 의원은 “국정원부터, 감독기관이 돼야 할 금감원, 부자 고객의 자녀들이 망라된 문건을 보면 ‘빽 없으면 취직이 어렵다’는 취업 준비생들의 자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문건에 드러난 이들의 채용 과정은 물론 추가 사례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단독] 우리은행, 국정원 직원·VIP 자녀 등 20명 ‘특혜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