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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국세청 로비’ 수사받던 변호사, 영장심사 당일 잠적

‘검찰·국세청 로비’ 수사받던 변호사, 영장심사 당일 잠적
법조계 등 전방위 로비 의혹 제기돼 검찰 수사 중
수차례 수사받고도 구속 면해…검찰 ‘봐주기’ 의혹
검찰, 조세포탈 혐의 최아무개 변호사 구속영장
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 불출석…향후 수사 촉각
친인척 등 차명계좌 46개 이용 소송금 빼돌린 USB
과거 수사 때 탈세혐의 적용 않고 재판 넘겨
녹취록엔 “세무·검찰공무원…” 등 석연찮은 내용

['한겨레] 서영지 신민정 기자 | 등록 : 2018-02-02 05:01 | 수정 : 2018-02-02 09:48



검찰을 포함한 권력기관에 전방위 로비를 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견 변호사가 1일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돌연 잠적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해당 변호사와 관련된 사건이 대형 로비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고검은 지난 30일 조세포탈 및 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최 아무개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최 변호사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기로 돼 있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나타나지 않았다. 검찰은 법원에서 구인장을 발부받아 최 변호사 검거에 나섰다. 검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조세포탈액은 30~40억 원대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고검은 지난해부터 최 변호사에 대한 석연찮은 ‘봐주기 수사’ 등 의혹이 불거지자 감찰에 나섰으며, 최 변호사가 권력기관을 상대로 로비에 나선 단서 등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수사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에는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소속 부장검사 등을 투입해 별도 수사팀을 꾸렸다.

최 변호사는 비행장 소음 등 집단소송으로 수백억 원대 이익을 얻고도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지연이자 142억 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져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여러 차례 진행된 검찰 수사를 빠져나갔고, 법조계에선 최 변호사의 막강한 로비가 통했다는 의혹이 파다했다.

수사팀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최 변호사 등 관련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최 변호사의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단서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검찰 간부와 수사관, 국세청 등에 로비를 한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의 관건은 최 변호사가 집단소송으로 벌어들인 수백억대 돈으로 권력기관 주요 인사에게 로비하거나 시세조종꾼(구속)을 통해 주식투자를 했다는 의혹을 어느 정도 밝힐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최 변호사는 관련 의혹과 관련해 번번이 검찰 수사대상이 됐으나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파악한 거액의 탈세 정황 등에 대해서도 봐주기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횡령액 축소·탈세 봐주기?

검찰이 최 변호사를 처음 수사한 것은 2015년 2월이다. 당시 서울 서부지검은 최 변호사의 횡령 및 탈세 제보를 받고 수사를 벌였다. 최 변호사의 측근 이 아무개 씨가 갖고 있던 법무법인 소유 유에스비(USB)가 결정적이었다. 여기에는 최 변호사가 군 비행장 소음 피해 사건을 대리하면서 국방부 등을 통해 받은 보상금을 친인척·회사 직원 차명계좌 46개를 이용해 빼돌린 내역이 있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압수수색에 나섰고, 그해 5월 최 변호사의 재산에 대해 추징보전명령까지 청구했다.

하지만 서부지검은 최 변호사의 횡령액을 축소해주고, 탈세 혐의도 적용하지 않은 채 2015년 11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당시 서부지검 관계자는 “탈세가 쟁점이 아니었기 때문에 횡령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사건을 잘 아는 변호사는 “추징보전명령 청구를 했다는 건 탈세를 전제로 수사한 것”이라며 석연찮은 점이 있다고 짚었다.


로비첩보도 ‘반려’ 의혹

두 번째 수사는 2016년 2월 서울 남부지검에서 시작됐다. 서부지검으로부터 기록을 넘겨받은 남부지검은 최 변호사 계좌추적 내역과 유에스비 회계장부 등을 대조해 군 비행장 소음피해 사건과 고압선 가설 토지 사건의 탈세액(125억 원)과 횡령액(171억 원) 등을 파악해 수사보고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었다.

서부지검과 남부지검 모두 로비 의혹 첩보도 입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역시 이를 인지하고, 로비 의혹을 제기하는 제보자로부터 내용을 확인해 보고서까지 작성했지만 ‘윗선’에서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 내용에는 검찰 간부 이름도 포함됐다고 한다.


녹취록에 어떤 내용?

<한겨레>가 확보한 녹취록에도 최 변호사가 한때 사업파트너였다가 사이가 틀어진 ㄱ씨와 통화하며 자신의 운전기사로부터 어떤 자료를 넘겨받았는지 추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기에는 “세무공무원”, “검찰공무원”, “검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가령 최 변호사는 “네가 내 사건 관련해서 여기저기다 진정 넣는다고 치자. 내가 좀 불편해지겠지. 세무공무원들 좀 힘들어지는 거지. 내가 다 돌봐줘야지 그러면 이제”라고 말한다. 또 “어디 가서든 공직자 얘기는 안 꺼내줬으면 좋겠다”, “진짜 공무원 내용 안 나오지? 검찰 공무원 내용. 아니 그게 뭐 전달되고 이런 것 나오나?”라는 내용도 있다.

최근 다시 최 변호사 수사에 나선 서울고검은 최 변호사 신병이 확보되면 과거 검찰 수사 무마 로비 의혹 등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출처  [단독] ‘검찰·국세청 로비’ 수사받던 변호사, 영장심사 당일 잠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