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무죄’로 끝난 이석기 ‘국고사기’ 사건의 전말
[인터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채희준 변호사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발행 : 2018-02-01 18:46:22 | 수정 : 2018-02-01 20:51:51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국고사기’ 사건 항소심에서 관련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인정받았다. 종북공세 속에서 덧씌워졌던 흠집이 바로잡힌 것이다. 결국 무고로 밝혀진 이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보면 매우 흥미롭다.
이 전 의원 등의 국고사기 사건을 줄곧 맡아왔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채희준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법률사무소 단심)를 항소심 판결 직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애초 국고사기 사건은 2012년 총선 전후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진행한 장만채 전남교육감의 순천대 총장 시절 비위 의혹 수사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이 사건 수사 역시 정권이 주도해 진보진영 흠집내기 차원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장 교육감은 2010년에 있었던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대거 당선되면서 돌풍을 일으킨 진보 성향 교육감들 중 한명이었다.
13개 혐의로 기소된 장 교육감은 1개 혐의만 유죄로 인정받아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별 소득 없이 끝난 이 사건 수사는 결국 이석기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을 겨냥한 기획 수사로 확대됐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순천지청장은 조은석 현 서울고검장이다.
“장 교육감 수사를 하던 검찰이 장 교육감 측이 후보 시절 이석기 전 의원이 대표로 있던 선거기획사 CNP와 계약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그때부터 순천지청에서는 조은석 지청장의 지휘로 이석기 개인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하기 시작한거죠. 신상부터 CNP 거래처까지 전방위적으로….”
당시 이 전 의원을 겨냥한 검찰 내사의 법적 근거는 뚜렷하지 않았다. 장 교육감을 수사하면서 확인했던 후보 시절 CNP와의 선거물품 거래내역만 갖고 인지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당시 정치적 상황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였다.
이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을 겨냥한 기획 수사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진영의 ‘종북공세’의 일환이었다. 통합진보당은 2011년 12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을 거쳐 대중적 진보정당을 표방해 탄생한 정당으로, 이듬해 4월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13석을 확보, 보수진영을 위협하는 정치세력으로 발돋움했다. 자연스럽게 보수정권의 전방위적 종북공세 표적이 됐다. 국고사기 사건은 정권 입장에서는 통합진보당 비례후보 경선 부정 사건과 함께 통합진보당의 도덕성은 물론 야권의 기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반면 제1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은 정권의 공세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처지였다.
“이 전 의원의 경우 2012년 2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렸을 때부터 ‘종북’이니 해서 온갖 매도를 당해왔었어요. 이명박 정부가 민간인 사찰 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건 등으로 온갖 위험에 처해 있는 그런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조은석 그 양반이 기획을 한 거죠.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기 한참 전부터 기획된 겁니다. 이석기를 포함한 통합진보당을 흠집내려는 시도의 출발점이었다고 보면 되죠.”
정권과 보수진영의 ‘종북몰이’에 힘입어 이 사건은 군소정당의 수억대 국고사기 사건으로 비화됐다. 이 전 의원이 대표로 있던 CNP가 2010년 지방선거 등에서 선거비용을 부풀려 4억 4천만원 상당의 보전비용을 가로챘다는 것이 주된 혐의였다.
압수수색 및 체포 당시 검찰의 유일한 단서는 ‘장만채 교육감 측과 선거물품 계약을 하면서 비용을 부풀렸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이었다. ‘CNP가 종북세력의 자금줄’이라는 근거 없는 검찰발 보도들이 난무하면서 이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은 이 사건으로 인한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검찰은 뚜렷한 혐의조차 없던 이 전 의원과 CNP 임직원들은 순식간에 ‘피의자’로 전환할 수 있었다.
추측만 난무한 종북공세는 수사의 핵심 원칙인 영장주의마저 무력화시켰다.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혐의는 단순 추측이고, 단서는 계약서에 적힌 숫자 뿐인데, 어떻게 피의자로 전환시킬 수 있으며, 범죄가 특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압수수색·체포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될 수가 있나?’ 기자의 질문에 채 변호사는 “당시 상황에서는 그게 가능했다. 종북몰이가 없었더라도 시골 법원·검찰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무렵 CNP는 ‘종북세력의 돈줄’로 국민들에게 인식됐다. 법적으로 옳고 그른 문제를 떠나 검찰의 정치공작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 해 7월 검찰 인사에서 조은석 당시 지청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임되면서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겨졌다. 기존 수사에서 엮은 국고사기 구성이 허술하다는 판단에서였는지, CNP가 이 전 의원이 주주 대부분을 갖고 있는 1인 주주회사라는 점을 착목한 서울중앙지검은 운영상 취약할 수 있는 지점을 하나하나 뒤져 횡령 혐의를 덧씌웠다. 법원에서 국고사기 관련 혐의가 무죄로 나올 가능성을 대비한 조치였다. 검찰은 그해 10월 이 전 의원 등 14명을 국고사기 범죄자로 몰아 기소했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국고사기 관련 내용은 매우 허술합니다. 예를 들어 기획사가 100원에 선거물품을 가져와서 후보자에게 130원에 넘기면 그 30원의 마진까지 선거비용으로 보전받았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거예요. 검찰 공소사실대로라면 선거기획사는 영리를 취하지 말고 자선사업을 하라는 말이죠. 또 유시민, 장만채, 장휘국,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후보자들을 전부 ‘공모자’로 적시해놓고 정작 통합진보당 후보자들만 기소 대상에 포함시켰어요. 전형적인 공소권 남용에 따른 선별적 기소라고 볼 수 있죠.”
유시민 후보와 장만채·장휘국 교육감을 모두 엮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검찰이 통합진보당에 도덕적 타격을 주려는 목적에서 통합진보당과 CNP 관계자에 한해 선별적으로 기소했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표적수사, 흠집내기 수사였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이 공소장에 장만채·장휘국 교육감 측과 공모했다고 적시한 편취 금액은 1억이 넘어가고, 유시민 측과 편취했다는 돈은 7천만원이 넘어요. 반면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후보자들의 편취 금액은 몇십만원, 제일 많은 사람이 200만원대에 불과해요. 법원에서도 저희는 줄곧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유시민·장만채·장휘국 측이나 진보당 후보자 측에서조차 모두 같은 취지로 증언했지만, 법원에서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국고사기 사건 당사자들과 변호인들은 이미 그때부터 무죄를 확신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연이어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2012년 이 사건이 재판에 넘겨질 때 우리는 ‘그렇게 이석기·통합진보당을 엮어보려고 했는데 고작 나온 게 이거네. 그러면 자신 있다. 이건 무조건 무죄다’라고 생각했어요. 그 와중에 국정원 프락치가 등장하면서 내란음모 조작 사건이 터져버렸어요.”
이석기 전 의원이 연루된 내란음모 사건으로 인해 국고사기 사건 재판은 내란음모 사건 재판 항소심 이후로 연기됐다. 기소 후 3년 3개월 만인 2016년 1월 1심 재판부는 장휘국 교육감과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의 선거에 관련된 비용을 편취했다는 혐의 중 일부와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이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내란음모’ 사건의 중형 선고에 기댄 다분히 편의적이고 정치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이 전 의원 등은 항소심에서 국고사기 혐의와 별개인 횡령 혐의만 제외하고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다.
“검찰 조서의 일부 문구들만 따와서 유죄 판결을 한 1심 재판부와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오히려 1심 재판 과정에서부터 저희가 했던 주장을 주로 인용하면서 1심 판단을 뒤집었어요. 항소심 과정에서 특별히 새로운 증거나 증언이 나왔던 것도 아니었어요. 결국 검찰의 기소와 1심의 판결이 잘못됐음이 인정된 셈이죠.”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1,2심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즉 검찰 수사와 기소, 여기에 기대어 내린 1심 판결의 오류를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수사 검사 및 검찰 지휘부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당사자들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과거 정권과 보수진영의 공세에 편승한 검찰의 표적수사 과정에서 덧씌워진 ‘종북’이라는 딱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반면 이 사건을 진두지휘했던 조은석 검사는 문재인 정부 첫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출처 결국 ‘무죄’로 끝난 이석기 ‘국고사기’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인터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채희준 변호사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발행 : 2018-02-01 18:46:22 | 수정 : 2018-02-01 20:51:51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국고사기’ 사건 항소심에서 관련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인정받았다. 종북공세 속에서 덧씌워졌던 흠집이 바로잡힌 것이다. 결국 무고로 밝혀진 이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보면 매우 흥미롭다.
이 전 의원 등의 국고사기 사건을 줄곧 맡아왔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채희준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법률사무소 단심)를 항소심 판결 직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애초 국고사기 사건은 2012년 총선 전후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진행한 장만채 전남교육감의 순천대 총장 시절 비위 의혹 수사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이 사건 수사 역시 정권이 주도해 진보진영 흠집내기 차원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장 교육감은 2010년에 있었던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대거 당선되면서 돌풍을 일으킨 진보 성향 교육감들 중 한명이었다.
13개 혐의로 기소된 장 교육감은 1개 혐의만 유죄로 인정받아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별 소득 없이 끝난 이 사건 수사는 결국 이석기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을 겨냥한 기획 수사로 확대됐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순천지청장은 조은석 현 서울고검장이다.
▲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률사무소 단심에서 <민중의소리>가 채희준 변호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화영 기자
“장 교육감 수사를 하던 검찰이 장 교육감 측이 후보 시절 이석기 전 의원이 대표로 있던 선거기획사 CNP와 계약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그때부터 순천지청에서는 조은석 지청장의 지휘로 이석기 개인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하기 시작한거죠. 신상부터 CNP 거래처까지 전방위적으로….”
당시 이 전 의원을 겨냥한 검찰 내사의 법적 근거는 뚜렷하지 않았다. 장 교육감을 수사하면서 확인했던 후보 시절 CNP와의 선거물품 거래내역만 갖고 인지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당시 정치적 상황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였다.
이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을 겨냥한 기획 수사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진영의 ‘종북공세’의 일환이었다. 통합진보당은 2011년 12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을 거쳐 대중적 진보정당을 표방해 탄생한 정당으로, 이듬해 4월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13석을 확보, 보수진영을 위협하는 정치세력으로 발돋움했다. 자연스럽게 보수정권의 전방위적 종북공세 표적이 됐다. 국고사기 사건은 정권 입장에서는 통합진보당 비례후보 경선 부정 사건과 함께 통합진보당의 도덕성은 물론 야권의 기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반면 제1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은 정권의 공세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처지였다.
“이 전 의원의 경우 2012년 2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렸을 때부터 ‘종북’이니 해서 온갖 매도를 당해왔었어요. 이명박 정부가 민간인 사찰 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건 등으로 온갖 위험에 처해 있는 그런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조은석 그 양반이 기획을 한 거죠.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기 한참 전부터 기획된 겁니다. 이석기를 포함한 통합진보당을 흠집내려는 시도의 출발점이었다고 보면 되죠.”
‘종북몰이’에 편승한 억지 수사·허술한 범죄 구성
정권과 보수진영의 ‘종북몰이’에 힘입어 이 사건은 군소정당의 수억대 국고사기 사건으로 비화됐다. 이 전 의원이 대표로 있던 CNP가 2010년 지방선거 등에서 선거비용을 부풀려 4억 4천만원 상당의 보전비용을 가로챘다는 것이 주된 혐의였다.
▲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률사무소 단심에서 <민중의소리>가 채희준 변호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화영 기자
“검찰은 이석기의 신상정보, CNP를 조사하면서 CNP가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후보자들을 포함해 여러 후보자들과 계약을 했었다는 사실만 갖고 수사를 본격화했어요. 총선 이후 2012년 6월에 CNP 압수수색과 임직원 체포를 연달아 했죠. 그렇게 CNP가 보관하던 서류 대부분을 압수해서 엮을 거리를 찾아낸 것이 선거보전금 편취 혐의에요. 그 중에 굵직한 건이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 장만채 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 캠프 측과 맺었던 계약이었죠.”압수수색 및 체포 당시 검찰의 유일한 단서는 ‘장만채 교육감 측과 선거물품 계약을 하면서 비용을 부풀렸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이었다. ‘CNP가 종북세력의 자금줄’이라는 근거 없는 검찰발 보도들이 난무하면서 이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은 이 사건으로 인한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검찰은 뚜렷한 혐의조차 없던 이 전 의원과 CNP 임직원들은 순식간에 ‘피의자’로 전환할 수 있었다.
추측만 난무한 종북공세는 수사의 핵심 원칙인 영장주의마저 무력화시켰다.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혐의는 단순 추측이고, 단서는 계약서에 적힌 숫자 뿐인데, 어떻게 피의자로 전환시킬 수 있으며, 범죄가 특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압수수색·체포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될 수가 있나?’ 기자의 질문에 채 변호사는 “당시 상황에서는 그게 가능했다. 종북몰이가 없었더라도 시골 법원·검찰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무렵 CNP는 ‘종북세력의 돈줄’로 국민들에게 인식됐다. 법적으로 옳고 그른 문제를 떠나 검찰의 정치공작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 해 7월 검찰 인사에서 조은석 당시 지청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임되면서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겨졌다. 기존 수사에서 엮은 국고사기 구성이 허술하다는 판단에서였는지, CNP가 이 전 의원이 주주 대부분을 갖고 있는 1인 주주회사라는 점을 착목한 서울중앙지검은 운영상 취약할 수 있는 지점을 하나하나 뒤져 횡령 혐의를 덧씌웠다. 법원에서 국고사기 관련 혐의가 무죄로 나올 가능성을 대비한 조치였다. 검찰은 그해 10월 이 전 의원 등 14명을 국고사기 범죄자로 몰아 기소했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국고사기 관련 내용은 매우 허술합니다. 예를 들어 기획사가 100원에 선거물품을 가져와서 후보자에게 130원에 넘기면 그 30원의 마진까지 선거비용으로 보전받았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거예요. 검찰 공소사실대로라면 선거기획사는 영리를 취하지 말고 자선사업을 하라는 말이죠. 또 유시민, 장만채, 장휘국,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후보자들을 전부 ‘공모자’로 적시해놓고 정작 통합진보당 후보자들만 기소 대상에 포함시켰어요. 전형적인 공소권 남용에 따른 선별적 기소라고 볼 수 있죠.”
유시민 후보와 장만채·장휘국 교육감을 모두 엮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검찰이 통합진보당에 도덕적 타격을 주려는 목적에서 통합진보당과 CNP 관계자에 한해 선별적으로 기소했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표적수사, 흠집내기 수사였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이 공소장에 장만채·장휘국 교육감 측과 공모했다고 적시한 편취 금액은 1억이 넘어가고, 유시민 측과 편취했다는 돈은 7천만원이 넘어요. 반면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후보자들의 편취 금액은 몇십만원, 제일 많은 사람이 200만원대에 불과해요. 법원에서도 저희는 줄곧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유시민·장만채·장휘국 측이나 진보당 후보자 측에서조차 모두 같은 취지로 증언했지만, 법원에서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흠집 잡으려 찾아낸 것이 고작 이거였다…무죄는 당연히 예상했던 일”
국고사기 사건 당사자들과 변호인들은 이미 그때부터 무죄를 확신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연이어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률사무소 단심에서 <민중의소리>가 채희준 변호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화영 기자
“2012년 이 사건이 재판에 넘겨질 때 우리는 ‘그렇게 이석기·통합진보당을 엮어보려고 했는데 고작 나온 게 이거네. 그러면 자신 있다. 이건 무조건 무죄다’라고 생각했어요. 그 와중에 국정원 프락치가 등장하면서 내란음모 조작 사건이 터져버렸어요.”
이석기 전 의원이 연루된 내란음모 사건으로 인해 국고사기 사건 재판은 내란음모 사건 재판 항소심 이후로 연기됐다. 기소 후 3년 3개월 만인 2016년 1월 1심 재판부는 장휘국 교육감과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의 선거에 관련된 비용을 편취했다는 혐의 중 일부와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이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내란음모’ 사건의 중형 선고에 기댄 다분히 편의적이고 정치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이 전 의원 등은 항소심에서 국고사기 혐의와 별개인 횡령 혐의만 제외하고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다.
“검찰 조서의 일부 문구들만 따와서 유죄 판결을 한 1심 재판부와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오히려 1심 재판 과정에서부터 저희가 했던 주장을 주로 인용하면서 1심 판단을 뒤집었어요. 항소심 과정에서 특별히 새로운 증거나 증언이 나왔던 것도 아니었어요. 결국 검찰의 기소와 1심의 판결이 잘못됐음이 인정된 셈이죠.”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1,2심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즉 검찰 수사와 기소, 여기에 기대어 내린 1심 판결의 오류를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수사 검사 및 검찰 지휘부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이 사건은 분명히 검찰의 정치적 의도로 시작된 표적 수사, 먼지털이식 수사였어요.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었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에 불려가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생업에 지장을 받았어요. 검찰이 깊이 반성하고 사죄해야 할 문제입니다. 더군다나 직접적 책임이 있는 당시 순천지청장이었던 조은석 서울고검장을 비롯해 그 부당한 의도에 편승한 검사들, 당시 검찰 수뇌부가 반드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당사자들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과거 정권과 보수진영의 공세에 편승한 검찰의 표적수사 과정에서 덧씌워진 ‘종북’이라는 딱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반면 이 사건을 진두지휘했던 조은석 검사는 문재인 정부 첫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출처 결국 ‘무죄’로 끝난 이석기 ‘국고사기’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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