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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한 대법관 등 ‘법원 적폐’의 버티기는 사실상 항명

고영한 대법관 등 ‘법원 적폐’의 버티기는 사실상 항명
[민중의소리] 이중한(사법부내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직원들의 모임 집행위원장) | 발행 : 2018-01-30 09:24:30 | 수정 : 2018-01-30 09:24:30


지난 22일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하여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인사모(인권을 사랑하는 판사들의 모임) 및 공동학술대회와 관련하여 특정 연구회 소속 법관들에 대한 동향파악이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나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사법정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법관들의 연구 활동을 제한하고 연구회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논의한 것 또한 방안의 실현 여부를 떠나 합목적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판사회의 경선과 관련하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판사회의 의장에 출마한 법관의 인적 사항과 세부 동향을 파악하고 다른 판사의 선출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마련한 것은 대응 방안의 실행이나 성공 여부를 떠나 사법행정권의 판사회의에 대한 부당한 개입으로 볼 소지가 있다. 사법행정위원회와 관련하여 특정 연구회 회원인지, 이들과의 친소관계, 정치적 성향 등을 주요 기준으로 핵심그룹과 주변그룹, 진보와 보수, 강성과 온건 등으로 법관을 분류하여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명단을 작성한 부분은 그 분류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일정 집단의 법관 내지 특정한 가치관을 지닌 법관을 특별히 취급하거나 배제의 요소로 이용할 여지가 있음을 밝혔다.

▲ 고영한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 ⓒ뉴시스

또한, 법관에 대한 동향파악과 관련하여 사법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법관들의 활동에 대응할 목적으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이 작성하여 보고한 문건들로서 인사나 감찰부서의 필요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 볼 여지가 있다. 그 내용 가운데 내부 게시판, 법관들의 익명카페, 페이스북 등의 SNS 및 행정처에 호의적인 법관들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법관들의 동향과 여론을 파악하고 익명카페의 자진폐쇄 유도방안까지 검토한 것은 수단과 방법의 면에서 합리적이라거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정연구회 소속 법관들을 핵심그룹으로 분류하여 그 활동을 자세히 분석하고 이념적 성향과 행태적 특성까지 파악하여 대응 방안을 마련한 것도 법관의 연구 활동에 대한 사법행정권의 지나친 개입으로 볼 수 있다. 특정사건 담당재판부의 동향파악과 관련하여 법원행정처가 외부기관과 사이에 특정재판에 관한 민감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외부기관의 문의에 따라 담당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거나 파악하여 알려주려 했다는 부분은 사법행정권이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고,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음을 밝혔다.

위 조사결과 발표 내용을 보면 상당히 신중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면모를 볼 수 있다. “~ 소지가 있다”, “~볼 수 있다”, “~우려가 있다”는 등으로 단정성 의견 즉, ‘이것은 분명 블랙리스트가 확실하고 이것은 불법이다’라는 판단을 유보한, 있는 사실에 대한 단순 의견을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확실한 판단을 유보했을까?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추가조사위의 유보적 표현 쓴 조사 발표에
자유한국당 측 “블랙리스트 없었다” 궤변

추가조사위의 위원들은 전부 판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임시적 행정기관에 불과하다. 재판장으로서 부장판사, 단독판사(소송법상 법원)의 지위가 아닌 행정기관의 일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추가조사위에서 “이것은 분명 블랙리스트가 확실하고 이것은 불법이 확실하므로 관련자들을 처벌해야한다”라고 발표하였다면 후일에 있을 이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 예단을 형성시키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고뇌에 찬 추가조사위의 의견 발표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보수당인 자유한국당 측에서는 말로만 무성했던 ‘판사 블랙리스트’는 없는 것이 밝혀졌다며 추가조사를 결단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물고 늘어졌고, 진보 측과 집권여당 측은 ‘판사 블랙리스트’는 현실로 드러났으므로 관련자를 처벌해야한다고 언론을 통해 공식의견을 발표했다.

누구의 의견이 맞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필자는 과연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았다. 네이버 위키백과사전에 의하면 ‘블랙리스트(영어 : blacklist)’는 ‘경계를 요하는 사람들의 목록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추가조사위가 밝힌 자료와 종합의견에 있어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작성 문건들은 특정연구회 회원인지, 이들과의 친소관계, 정치적성향 등을 기재한 것으로, 주로 사법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법관들의 활동에 대응할 목적(대응은 대책, 단순 보고와 또 다른 뉘앙스를 가진다.)으로 작성되었다는 것이며, 결국 이는 경계를 요하는 사람들의 목록임이 분명한 것이었다.

이를 이용하여 직접적으로 인사에 불이익을 줬는지 아닌지는 판단의 대상이 아니며 작성 그 자체만으로도 불법행위임(불법 사찰)이 명백한 것이며 따라서 ‘블랙리스트가 맞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불법행위를 저지른 관련자 모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돼야 한다.

▲ 김명수 대법원장 ⓒ임화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속조치’ 의지에
버티기로 사실살 항명하는 고영한 전 행정처장

추가조사위의 조사결과 발표 이틀 후인 지난 24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내부통신망을 통하여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추가조사위의 조사결과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했다. 발표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확실한 진상규명과 강력한 척결 의지를 천명했다. 먼저 추가조사위의 조사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조치를 약속했다.

필자가 생각할 때 여기서 언급된 ‘합당한 후속조치’라 함은 이 사건과 관련된 최종책임자와 관련당사자들에 대하여 처벌이 뒤따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만약 이를 덮어두고 향후의 제도개선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 사건을 대강 마무리 한다면 국민으로부터의 사법부 신뢰는 이제 헤어나지 못할 깊은 구렁텅이로 추락하여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처지에 놓일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표 내용 속에는 의미심장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관련 당사자들이 전부 법관들이었다는 사실, 그렇지만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인적쇄신을 단행할 것을 국민들에게 약속하였다. 필자는 ‘인적쇄신’이란 단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을지라도 “일부는 살아있고, 일부는 병든 몸의 상태에서 뛸 수는 없다” 라는 위 발표 내용속의 언급을 비추어보면 관련자들에 대한 파면 등의 초치 및 형사처벌도 숨겨진 단어임을 필자는 직감한다.

문제는 이 사건에 연루된 고위법관들 즉 고영한 전 행정처장을 비롯한 일부 대법관들이 당장 사퇴하여 김명수 대법원장의 의지가 곧바로 현실화 될 수 있도록 걸림돌이 없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퇴는커녕 굳세게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법조 후배인 대법원장에 대한 보이지 않는 항명이나 다름없다. 양심이 있는 사람들인가? 의지가 충천해 있는 신임 대법원장을 보기 좋게 능멸하려하는 것인가?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금 최대한의 예의를 베풀고 있다. 스스로 결단할 기회를 주고 있다. 사법농단과 적폐의 몸통이자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의 수괴라 할 수 있는 양승태처럼 버티기로 일관하다가 화려한 퇴임을 준비하려 생각하는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또한 사법부 구성원인 법원가족들도 모두가 숨죽이며 당신들의 빠른 결단을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다.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 있다면, 그리고 우리 법원을 사랑하는 마음이 털끝만큼이라도 남아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사퇴의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조용히 형사처벌을 달게 받을 각오를 하고 참회의 마음으로 후속 처분을 기다리라. 그것만이 주어진 최선의 책무임을 똑똑히 인식하라.


출처  [기고] 고영한 대법관 등 ‘법원 적폐’의 버티기는 사실상 항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