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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내통 반박’ 대법관에 일침 날린 김주대 시인의 시(詩)

‘청와대 내통 반박’ 대법관에 일침 날린 김주대 시인의 시(詩)
김주대 시인 ‘시’ 급속 확산 “사람들의 소망과 한을 확인했다”
[민중의소리] 김백겸 기자 | 발행 : 2018-01-26 10:12:31 | 수정 : 2018-01-26 10:12:31


▲ 김주대 시인 ⓒ페이스북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 당시 청와대가 대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반박하고 나선 대법관 13명을 향해 “법관 위에 시민이 있다”고 일침을 날린 시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김주대 시인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박 성명 발표한 대법관 13인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으로 격문 형태의 장시를 공개했다.

김주대 시인은 시에서 13명의 대법관을 향해 “너희들이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하여도 우리가 낸 세금으로부터 우리로부터 독립할 수 없다”며 “너희들은 우리 국민들이 고용한 임기 6년의 장기 알바생들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 대통령을 우리가 뽑았다. 너희들의 위에 법이 있고 법 위에 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대 시인의 시는 26일 오전 9시 현재 1,200회 이상 공유됐으며, 2,000개 이상 ‘좋아요’ 등 반응을 얻으면서 SNS 상에서 퍼지고 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김주대 시인은 26일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SNS 곳곳에 삽시간에 퍼지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지나친 칭찬과 감사인사에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억수로 좋았다”면서 “사람들의 소망과 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글로라도 위안 받으려고 하실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김주대 시인의 시 전문이다.

<반박 성명 발표한 대법관 13인에게 고함>
- 김주대

너희들 고운 손 깨끗한 피부 다칠까봐
땅 파고 농사짓는 일, 바닷바람에 살점 파먹히며 물고기 잡는 일, 공장 돌리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영하 20도 굴뚝 꼭대기에 올라가 농성하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촛불 들고 언 손 불며 청와대로 행진하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너희들 판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방해될까봐
너희들은 판결에만 전념하라고
비린내 나는 생선은 우리가 팔고
육중한 기계음 들리는 공장 컨베이어벨트는 우리가 지켰다
너희들 월급 받아 판결 잘 해달라고
나라에 꼬박꼬박 세금 바쳤다

너희들이 빵 한 조각 훔친 아이는 징역을 보내고
수백 억 갈취한 파렴치범은 집으로 돌려보낼 때
너희들 지위를 지키며 겸손한 척 더러운 판결을 내릴 때
너희들 좋은 머리 아플까봐
너희들의 판단이 맞겠지 하며
첫 버스를 타고 출근하여 막차를 타고 퇴근하였다

우리는 농사 전문가
우리는 기계 전문가
우리는 노동 전문가
우리는 알바 전문가
우리는 예술 전문가
우리는 장사 전문가
우리는 사무 전문가
우리는 택시 전문가
우리는 버스 전문가
우리는 서비스 전문가
우리가 판단하는 것보다
법 전문가 너희들이 더 잘 할 것이므로
우리는 못하니까
우리는 법을 못 배웠으니까
기꺼이 너희들을 인정하며 너희들에게 법의 칼을 쥐어주었다
너희들 법복 앞에 떨며 서서
때로 꾸중도 듣고
시키는 대로 감옥에도 가고 벌금 내며 살았다

우리는 환경미화 전문가
너희들이 버린 쓰레기가 너희들을 더럽힐까봐
너희들 눈에 띄지 않게 치우고 줍고
너희들이 화장실에서 묻혀온 더러운 발자국을
대법원 복도마다 소리 없이 지워주었다
우리는 위생 전문가
너희들이 싼 똥이 너희들을 더럽힐까봐
너희들이 싼 똥 냄새가 너희들 법전을 더럽힐까봐
너희들 눈에 띄지 않게 수거하여 먼 바다에 뿌려주었다
너희들이 죽어도 못 하는 일
우리가 살아서 다 해주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라고
우리는 언 땅에 서서 두 손 호호 불며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야간 근무를 하였으며
공사장에서 떨어져 죽었고
과로로 죽었고
뿔뿔히 흩어진 가족들 살 길 찾다 죽었다
절망으로도 죽고
희망으로도 죽었지만

사법권은 그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독립되었다고 믿고
법은 너희들에게 맡겼다
아니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너희들과 다른 우리의 일을 해야하니까
너희들이 결코 못 하는 일은 우리가 하고
우리가 못 하는 일은 너희들이 하라고
너희들에게 맡겼다

너희들이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하여도
우리의 노동
우리의 예술
우리의 사무
우리의 아르바이트
우리의 장사
우리의 눈물로부터
아니 우리가 낸 세금으로부터 우리로부터 독립할 수 없다

너희들은 우리가 언 손 불며 돈 벌어 월급 주며
우리가 고용한 알바생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고개 숙였다
너희들은 우리가 법의 이름으로 고용한 알바생들이다
그래서 따랐고 인정했고 심지어 복종했다
너희들은 우리 국민들이 고용한 임기 6년의 장기 알바생들이다

대법원장인 법관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원장은 대법관이 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 대통령을 우리가 뽑았다

너희들의 위에 법이 있고 법 위에 우리가 있다

(건방진 놈들)


건방진 놈들 (13인의 대법관들에게 고함)


출처  “법관 위에 시민있다”...‘청와대 내통 반박’ 대법관에 일침 날린 시(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