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경찰, 군 사이버사 ‘누리꾼 블랙리스트’ 레드펜 협조 정황

경찰, 군 사이버사 ‘누리꾼 블랙리스트’ 레드펜 협조 정황
이철희 의원 등 국방부·경찰청 문건 입수
2010년 군 사이버사 설립 일주일 전
경찰 ‘보안사이버수사대’ 확대·개편
구속 ‘댓글 부대장’과 수시 업무교류
‘2012년 사이버심리전 작전지침’ 등도
“군-경찰청 등 유관기관 공조” 확인
‘레드펜’ 작전 대상 민간인인 탓에
경찰이 명단받아 수사·사찰 가능성
경찰 “그런 자료 주고받은 적 없다”

[한겨레] 허재현 기자, 하어영 정환봉 <한겨레21> 기자 | 등록 : 2018-02-05 05:01 | 수정 : 2018-02-05 09:30


▲ 한겨레 자료사진

경찰이 정부 비판 성향 누리꾼 아이디를 대량 수집·관리하는 이른바 ‘레드펜’ 작전을 벌여온 국군 사이버사령부(군 사이버사)와 업무 협조를 해온 정황이 4일 확인됐다. 정보 기관의 불법 정치개입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던 경찰이 보안사이버수사대를 신설해 군 사이버사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온 정황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이재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방부·경찰청의 각종 문건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군 사이버사와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는 ‘2인3각’처럼 함께 작전 협조를 진행해 온 것으로 나타난다. 군 사이버사와 경찰청의 부적절한 업무 협조 정황은 2009년 12월 24일 경찰청이 보안국 보안사이버분석계를 보안사이버수사대로 확대 개편하면서 시작된다. 군 사이버사는 그로부터 일주일여 뒤인 2010년 1월 1일 설립됐다.

▲ ※ 누르면 확대됩니다.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의 출장 관련 문건 등을 살펴보면, 경찰과 군의 교류는 군 사이버사가 창설을 앞두고 경찰청 보안국 산하 ㅁ보안사이버수사대장이 직접 군 사이버사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ㅁ대장의 군 쪽 파트너는 사이버사 내 심리전단(530단)의 (댓글) 운영부대장인 박아무개 과장이었다. 박 전 과장은 2013년 군 사이버사 댓글작전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된 인물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전직 군 관계자는 “(이 작전지침에 따라) 경찰청 보안사이버 수사대 인원이 수시로 사이버 사령부를 방문해 협의하고 업무를 공조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보안국이 군과 업무협조를 한 시점은 2010년 이전부터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군 관계자는 “경찰청 보안국의 한 팀장급 간부(경감)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꾸준하게 군을 방문해 업무 공조를 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문건에서도 이런 협조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은 곳곳에도 발견됐다. 최근 군사 2급 기밀에서 해제된 국방부 ‘2012년 사이버심리전 작전지침’을 보면, 제2장 4조(작전운영) 4항에 “작전협조는 국방부, 합참, 기무사, 청와대, 국정원, 경찰청 등과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보안유지 하에 정보를 공유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같은해 1월 20일 청와대에 올린 ‘청와대(BH) 현안업무보고’에서 “청와대, 국정원, 경찰청, 기무사 등 유관기관과의 실시간 정보공유, 공동 대응체계 유지”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군 사이버사 요원 ㅂ씨는 2010년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서 받은 표창 공적서에서, “유관기관(경찰청)과 주요 첩보활동을 93회 278건 실시해 사이버 첩보능력 및 부대인식 제고에 기여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시 사정을 잘아는 전직 군 관계자는 “(이 작전지침에 따라)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인원이 수시로 국방부 내 사이버사령부를 방문했다. (경찰청의) 방문이 공식 확인되지 않을 만큼 보안이 철저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온라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레드펜’ 작전의 대상이 민간인이고, 경찰이 민간에 대한 수사권을 가졌기 때문에 업무협조가 중요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즉, 군 사이버사가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하는 누리꾼들의 아이디(닉네임, 누리집 주소 등 포함)를 모아 관리한 ‘특별관리대장’(레드펜 작전)을 경찰에 전달하면, 경찰이 넘겨받아 이 명단에 포함된 민간인에 대한 직접 사찰을 하는 방식으로 군의 작전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군과의 업무 협조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군과 함께 민간인 사찰 등을 하는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군과 세미나를 하며 대공업무 노하우를 축적하고 친북 사이트 140개 차단과 관련된 자료를 받거나, 군 사이버사가 아닌 기무사로부터 손에 꼽을 정도의 (친북 관련) 누리꾼 아이디를 건네받은 적 있을 뿐”이라며 “군으로부터 그런 자료를 주고 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이철희 의원은 “청와대까지 제출된 국방부 문서에 나온 근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찰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정 의원도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역할이 위축된 상황에서 경찰의 보안사이버수사 조직이 확대 개편돼 왔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볼 때 이번 사안은 더욱 엄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는 2016년 해체돼 현재 경찰청 보안국 보안4과로 흡수 통합됐다.


출처  [단독] 경찰, 군 사이버사 ‘누리꾼 블랙리스트’ 레드펜 협조 정황





경찰 ‘대북 사이버전’ 위해 재테크·성경모임까지 감시?
직원 공적조서에 모니터링 기록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괜찮나’
활동 내용 진상조사 요구 불거져

[한겨레] 정환봉 <한겨레21> 기자, 허재현 기자 | 등록 : 2018-02-05 05:01 | 수정 : 2018-02-05 07:36


문재인 정부가 권력기관 개편안에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기관으로 꼽은 경찰의 보안 파트가 정치 개입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군 사이버사령부와 긴밀하게 협조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공수사권 이전에 앞서 철저한 진상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보안 업무란 간첩이나 좌익사범을 감시·대응하는 대공업무를 뜻한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보안경찰 정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을 거치며 3000여 명에서 1800여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3년 차인 2010년 1900여 명으로 늘었다가 박근혜 정부 후반부인 2016년에는 2500여 명을 넘겼다.

업무 영역도 간첩 수사에서 사이버 쪽까지 확대됐다. 경찰청이 보안사이버 영역에 주목한 것은 2010년께부터다. 경찰청은 2009년 12월 24일 경찰청 보안국 보안사이버 분석계를 확대해 보안사이버수사대를 만든다. 당시 근무했던 한 경찰 간부는 “2009년께 북한의 사이버 공격 부대의 규모가 커져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며 보안사이버 분야 확대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청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보안사이버수사대 직원들의 공적조서를 보면 ‘보안 업무’의 범위가 북한 대응에만 그쳤는지는 의심스럽다. 보안사이버수사대에서 근무한 한 경찰의 공적조서를 보면 “2015년 7월 3일~14일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기간 중 사이버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인터넷 게시물을 이용한 안보 위해 세력 동향 분석·상황 전파하여 범죄 예방에 기여한 공이 있음”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다음과 네이버 카페도 모니터링 대상이었다. 보안사이버수사대에서 일했던 한 경찰은 재테크, 성경 연구, 한 대학교의 졸업생 모임 카페 등을 대상으로 게시글을 모니터링했다. 북한 연계 사이트만이 아니라, 광범위한 사이버 공간에 대한 감시가 있었던 셈이다.

경찰청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인 최강욱 변호사는 “안보수사처 설치 등으로 경찰 보안 파트가 장막에 가려진 또 다른 비밀 조직이 될 수 있다”며 “불법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군 사이버사와 긴밀한 업무 공조를 벌인 정황이 드러난 이상, 당시 경찰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단독] 경찰 ‘대북 사이버전’ 위해 재테크·성경모임까지 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