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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폐쇄 GM’ 지난 6년간 그들이 군산에서 한 짓들

‘공장 폐쇄 GM’ 지난 6년간 그들이 군산에서 한 짓들
신차 생산 배제, 수출시장 차단...그때마다 “걱정 말라” 안심시킨 GM 경영진
[민중의소리] 홍민철 기자 | 발행 : 2018-02-14 10:10:18 | 수정 : 2018-02-14 15:23:52


GM이 결국 군산공장 문을 닫는다. "최근 3년간 가동률이 20%에 불과해 지속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13일 GM이 밝힌 공장 폐쇄 이유다. GM의 설명대로 군산 공장의 가동률은 매우 낮다. 연간 26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서 지난해 만든 차는 3만대에 불과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구조조정이 예상됐고 이번 발표 역시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공장 가동률만 놓고 본다면 폐쇄는 당연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공장이 문을 닫고 일하던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퇴직 대상자가 된데다 한국 정부가 이들을 지키기 위해 혈세 투입을 고민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GM은 "이번 조치는 지난 몇 년 동안 심각한 손실을 기록한 경영 실적을 면밀하게 검토한 이후 내려진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노동조합 등 모든 당사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6년 동안 GM이 군산공장에서 내린 "경영 실적을 면밀하게 검토"해 보면 과연 이들을 지원해야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지속적으로 물량 감축한 GM
그때마다 “걱정하지 말라” 안심시킨 사장들

6년 전인 2012년, 군산공장은 지금과 달랐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는 지금 생산량의 7배에 달했고 가동률은 수년 동안 100%에 육박했다. 주력 차종은 '크루즈'였다. 노동자들은 3교대로 돌아가며 밤낮, 주말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공장을 돌렸다. 군산공장에서 만든 크루즈는 대부분 유럽과 북·남미 등 세계 곳곳으로 수출됐다.

잘 돌아가던 군산공장에 제동이 걸린 것은 그해 연말이었다. GM은 '신형 크루즈' 생산기지에서 군산을 제외했다. 한국 대신 미국, 유럽, 중국, 콜롬비아, 아르헨티나에서 분산 생산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군산 노동자들은 "우리가 왜 제외됐느냐"고 항의했지만, 당시 한국GM 사장 세르지오 호샤는 "GM의 경영 전략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인건비가 높은 유럽과 미국에서 생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판매하는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의 우려에는 "군산공장은 폐쇄되지도 축소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GM과 노동자들의 대화 테이블인 '미래발전위원회'에서 나온 공식 발언이었다. 신차를 생산하지 않는 대신 기존 차량의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군산공장은 21만대였던 생산량이 14만대로 줄었고 가동률은 60%로 떨어졌다.

2013년에 말에는 수출길도 막혔다. GM은 군산공장의 주력 수출 시장이었던 유럽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GM이 유럽에서 운영하던 쉐보레와 오펠, 복스홀 등 완성차 브랜드 중 쉐보레의 유럽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한국은 유럽에서 팔리는 쉐보레 차량 90%를 공급하고 있었고 한국공장 중에서도 군산은 유럽시장 수출 의존도가 유독 높았다.

GM 댄 애커슨 회장은 "유럽 철수로 우리는 성장 기회가 가장 많은 지역에 쉐보레 브랜드를 위한 투자를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노동자들을 안심시켰지만 정작 군산에는 '집중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신차 생산에서 제외된 데다 남아 있던 수출길마저 막히자 노동자들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구조조정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 이즈음이었고 실제 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규모로 해고됐다. 군산공장 생산량은 14만대에서 8만대로 급감했다. 2015년엔 7만대, 2016년엔 3만대로 추락했다. 가동률이 30%를 밑돌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부터다.

▲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준중형 세단인 올 뉴 크루즈(All New Cruze) 양산 공정 모습. (자료사진) ⓒ제공 : 뉴시스

GM은 지난해 군산공장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신형 SUV 생산도 외면했다. 미국 시장에서 연간 20만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SUV, '에퀴녹스'을 직수입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바로 GM이었다. 군산공장에서는 중형 SUV 올란도를 생산 중이었는데 이를 대체할 차종이 바로 에퀴녹스였다. 가동률이 20%로 떨어진 군산공장 노동자들은 에퀴녹스 국내 생산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결국 GM은 미국에서 생산한 차를 수입 판매하기로 했다. "현지 생산 전략"이라며 크루즈 생산을 군산공장에서 각국으로 나눠줬던 GM은 '에퀴녹스'는 왜 현지생산을 하지 않는냐는 질문에 "차량이 어디서 생산되든 소비자들 선택의 폭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자행한
글로벌 강도 자본 GM의 만행을 규탄한다”

GM은 이날 공장 폐쇄를 결정하며 "군산공장이 최근 3년간 가동률이 20%에 불과하고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몇 년 동안 심각한 손실을 기록한 한국지엠의 실적을 면밀하게 검토한 이후 내려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6년 동안 군산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신제품을 만들지 않고, 제품이 팔리던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공장 가동률 하락을 유도한 것은 GM 자신이었다. 그런 GM이 공정률 하락에 따른 공장 폐쇄를 근거로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니 "글로벌 날강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GM의 공장폐쇄 발표가 나온 직후 기자들에게 발송한 논평의 제목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자행한 글로벌 강도 자본 GM의 만행을 규탄한다"였다. GM의 이번 결정이 "외국 투기자본의 악질적인 먹튀 행각"이며 "경영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는 것이다.


출처  ‘공장 폐쇄 GM’ 지난 6년간 그들이 군산에서 한 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