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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천박한 인식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천박한 인식
[민중의소리] 사설 | 발행 : 2018-03-08 12:51:47 | 수정 : 2018-03-08 12:51:47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정당 대표 초청 오찬에 참석해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황당한 말을 건넸다. 홍 대표는 임 실장에게 “안희정(의혹)이 임종석 기획이라던데…”라며 정치판이 무섭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있는 일이다. 홍 대표는 이런 일을 누구의 기획이라고 보는 셈이다. 홍 대표는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농담한 것”이라고 발을 뺐다. 농담도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그렇지 않은 말이 있다. 홍 대표는 ‘미투’운동에 대해 일말의 진정성도 갖고 있지 않음이 분명하다.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미투’운동을 정략적으로 접근하거나, 혹은 조롱한다는 사실은 이외에도 여러번 드러났다. 홍 대표는 충남 지역을 찾아 안 전 지사 사건을 거론하면서 “대통령도 대국민 사과를 당연히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곽상도 의원은 “문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것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번 사건과 문재인 대통령이 무슨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방법이 없다.


홍 대표는 6일에는 “미투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할 때 나와 우리 당의 모 의원을 덮어씌우기 위한 출발로 봤다”면서 “미투 운동이 본격화되니 민망한 사건들이 좌파진영에서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정략으로 봤고, 지금도 정략적 이해타산만 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밝힌 셈이다. 이날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는 미투 운동을 놓고 웃고 떠드는 자리가 됐다. 그래 놓고도 ‘#with you’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들에게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이 있다거나 스스로의 자격에 대한 성찰이 있다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홍 대표의 천박한 인식은 미투운동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진행된 남북대화가 실패하면 “무슨 대안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번의 남북대화는 고조되어 온 한반도 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해법으로 추진되었고, 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반도 위기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도리어 위기를 부추겨온 구 여권 인사로서 이런 질문은 애초 성립할 수가 없다. 나아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화 국면이 좌초하길 바란다는 느낌도 역력하다.

홍 대표에게 정치란 무조건 상대편을 비난하고 격하하는 게 전부다. 홍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는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진지한 정책토론 대신 비속어가 난무하는 정치공세만 남는다. 이런 인사가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였고, 지금 대표라는 사실이 국민 누구도 여의도 정치에 기대를 걸지 않게 만드는 이유다.


출처  [사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천박한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