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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협동조합’ 쿱택시의 꿉꿉한 속사정

‘국내 1호 협동조합’ 쿱택시의 꿉꿉한 속사정
박계동 전 이사장 조합원 과반 동의로 해임
출자금 임의 대출하고 회의록도 안 남겨
박 전 이사장 vs 비대위 5~6건 소송 맞붙어
비대위 “친인척·측근들로 사실상 족벌경영”
박 전 이사장 “비대위 조합 탈취하려 시도”

[한겨레] 임재우 기자 | 등록 : 2018-05-20 15:06 | 수정 : 2018-05-20 19:52


▲ 한국택시협동조합 ‘쿱택시’ 차고지에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쿱택시는 택시 기사들이 출자해 운영하며 사납금이 없고 수익을 모두 기사들에게 배당하는 구조로 주목받았다. 강재훈 선임기자

국내 1호 택시협동조합인 ‘쿱 택시’의 이사진이 해임되고 조합원과 소송전을 벌이는 등 분란에 휩싸였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택시 150여 대가 열흘 넘게 운행을 멈추기도 했다. ‘조합원 모두가 주인’이라는 택시협동조합에서 구성원 간의 갈등에 ‘유사 노사분쟁’이 벌어진 모양새다.

‘쿱 택시’는 ‘사납금 없는 택시협동조합’을 내걸고 탄생한 국내 첫 택시협동조합이다. 2015년 출범한 ‘쿱 택시’는 기사들이 2500만 원씩 출자금을 내 조합원이 되고 조합의 수익을 배당으로 나눠 갖는 구조다. 매일 사납금을 내는 법인택시와는 다른 ‘공동체 모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인 박계동(66) 전 이사장을 비롯한 운영진의 불투명한 운영이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다. 박 전 이사장 해임에 앞장섰던 비상대책위(비대위) 쪽은 박 전 이사장이 사실상 ‘족벌경영’했다고 주장한다. 비대위 설명을 종합하면, 조합의 경리부장은 박 전 이사장 동생의 부인이었다. 감사와 이사진들도 박 전 이사장의 측근으로 구성돼 조합 운영을 전혀 견제하지 못했다는 게 비대위의 지적이다.

실제 박 전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이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출자금을 임의로 빌려준 정황도 있다. 박 전 이사장은 지난 2016년 택시협동조합에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하겠다며 구미·경주·광주 등의 택시협동조합과 함께 한국택시협동조합연합회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처남이 이사장으로 있는 구미 쿱 택시에 서울 쿱 택시의 돈 3억 원을 조합원 동의 없이 빌려줬다. 박 전 이사장은 “협동조합끼리는 통화 스와프처럼 단기자금을 이자 받고 빌려주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대위 쪽은 “조합원들은 억대의 돈을 빌려준 사실을 회계 명세를 직접 확인한 후에야 알게 됐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이사장이 조합원 동의 없이 출자금을 무단 반환해 법원에서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총회나 이사회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아 불투명한 운영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박 전 이사장은 지난달 20일 임시총회에서 조합원 159명 중 과반인 85명의 찬성으로 해임됐다.

갈등은 열흘이 넘는 택시 운행 중단으로 이어졌다. 박 전 이사장은 이사장 ‘직무대행’으로서 결재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기사들의 급여·가스비 등의 지급을 막았다. 비대위 쪽은 집행부가 급여 지급 등 통상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결국, 박 전 이사장 쪽은 지난 15일 “업무를 전면 정상화하겠다. 박 전 이사장의 직무대행 자격은 향후 법원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냈다. <한겨레>가 취재에 나선 직후였다.

이에 대해 박 전 이사장은 “(이사장 해임 등은) 비대위가 협동조합을 탈취하겠다는 생각으로 선동한 결과”라며 “협동조합의 기본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대위가 파업을 해 조합이 와해됐다”고 주장했다.


출처  ‘국내 1호 협동조합’ 쿱택시의 꿉꿉한 속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