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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언론과 종편

조선일보 ‘광주 시각’은 80년에서 변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광주 시각’은 80년에서 변하지 않았다
광주의 과격성과 폭력성?…전두환 광주법정 출석 아침신문 ‘표정들’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19.03.11 10:11:20 | 수정 : 2019.03.11 10:40:30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8)이 11일 광주 법정에 선다. 전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은 1988년 퇴임 이후 처음이다.”

오늘자(11일) 조선일보 10면에 실린 <‘퇴임후 첫 光州 방문’ 전두환, 오늘 5·18 법정에>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퇴임후 첫 광주 방문’이라는 표현이 반어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조선일보는 정말 독특합니다.

다른 주요 일간지들이 ‘단죄’, ‘과거청산’, ‘망언 종지부’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전두환을 비판한 반면 조선일보는 매우 건조한 제목으로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기사 내용도 다른 신문들과는 포인트나 방점이 다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광주의 폭력성? ‘광주 시민’에 대한 조선일보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오늘(11일) 조선일보 기사에는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광주 시민은 ‘용서할 수는 없지만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재판을 지켜보는 국민에게 광주의 과격성, 폭력성을 부각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감정적인 대응은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습니다. 이 대목을 보면 마치 광주시민들이 전두환이 광주에 오면 ‘폭력적인 방식’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이건 왜곡에 가깝습니다. 광주시민을 비롯해 5월 광주단체들은 지금까지 ‘그런 입장’을 밝힌 적이 없습니다.

광주의 과격성과 폭력성이라구요? 대체 뭐가 과격하고 폭력적이라는 건가요? 전두환은 지금까지 ‘5월 광주학살’과 관련해 제대로 사과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2017년 4월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에서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故 조비오 신부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해선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채 조선일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차분하게 피켓 시위”, “감정적인 대응은 최대한 자제”와 같은 주문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대로라면 마치 광주는 ‘폭동 전야’인 것 같습니다. 오버도 좀 적당히 하기 바랍니다.

제목과 기사 자체도 ‘튀지만’ 기사 비중 면에서도 조선일보는 개성을 뽐내고(?) 있습니다. 직접 한번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단죄 못한 역사…전두환, 11일 ‘광주 법정’ 선다> (경향신문 1면)
<전두환, 23년 만에 다시 ‘5·18 광주의 진실’ 앞에 선다> (국민일보 15면)
<전두환, 23년만에 다시 법정 선다… 11일 광주지법 출석> (동아일보 4면)
<전두환, 5·18 과오 용서 구할 마지막 기회다> (동아일보 사설)
<전두환 ‘5·18 참회’ 마지막 기회> (서울신문 1면)
<‘5·18피고인’으로 23년 만에 다시 법정 서는 전두환> (세계일보 11면)
<전두환 23년 만에…오늘 광주 법정 선다> (중앙일보 1면)
<아들 잃은 5월의 아버지 “전두환, 진실을 말하라”> (한겨레 1면)
<법정 서는 전두환, 5ㆍ18 망언 종지부 찍나> (한국일보 13면)


일부 신문을 제외하곤 1면에 ‘전두환 기사’를 실은 곳이 많습니다. 1면에 기사를 싣지 않았더라도 사회면에 비중을 실어 보도한 곳이 대부분입니다. 동아일보처럼 사설을 통해 전두환을 비판한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오늘(11일) 10면에 <‘퇴임후 첫 光州 방문’ 전두환, 오늘 5·18 법정에>라는 기사를 실은 게 전부입니다. 기사 내용도 ‘전두환 비판’보다는 ‘광주시민들, 차분하게 대응해야’라고 주문하는 형식입니다. 주객전도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어이가 없다는 말입니다.

▲ 전두환과 부인 이순자가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자명예훼손 혐의 관련 재판 출석을 위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집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80년 광주시민들을 일본 관동대지진 때 무자비한 일본인 폭도에 비유했던 조선일보

사실 조선일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보도에 대해 몇 개 지면을 걸쳐 사과와 정정보도를 해야 하는 언론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을 할 법도 합니다.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폭압에 맞서 저항한 언론이 있었냐고? 조선일보만이 아니라 대다수 언론의 문제이지 않았냐고?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신군부 통제’에 따라 소극적으로 왜곡보도를 한 언론이 상당수였지만 조선일보는 달랐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최근 <한국 언론사>(인물과 사상사)라는 책을 펴낸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도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부 내용을 인용합니다.

“5.18 당시 일부 언론이 나름대로 진실을 보도하려고 전혀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대체적으로 보아 언론은 신군부의 통제하에 놓인 상태에서 왜곡·허위보도로 신군부의 광주 학살을 거드는 역할을 했다.

일부 언론은 신군부의 통제에 소극적으로 응한 것이 아니라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신군부를 지지하기까지 했는데, 그 대표적인 신문이 바로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1980년) 5월 25일자 사설에서 항쟁 세력들을 분별력을 상실한 군중으로 몰아붙이고는 ‘57년 전 일본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의 역사가 반교사적으로 우리에게 쓰라린 교훈을 주고 있다 …’며 마치 광주 시민들을 무자비한 일본인 폭도들에 비유하기도 했다.(정운현, 2001)”


‘80년 광주 시민들을 일본 관동대지진 때 무자비한 일본인 폭도에 비유했던’ 조선일보는 2019년 3월 지금에서도 광주시민들을 향해 ‘광주의 과격성, 폭력성을 부각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냅니다.

민주화가 진전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이 일정 부분 밝혀졌음에도 조선일보가 광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조선일보는 ‘5.18 왜곡보도’에 대해 지금까지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광주 시각’은 80년에서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