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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노동부와 ‘양승태 행정처’의 전교조 문건 ‘오타’까지 동일”

검찰 “노동부와 ‘양승태 행정처’의 전교조 문건 ‘오타’까지 동일”
[경향신문] 이혜리 기자 | 입력 : 2019.03.11 17:04:00 | 수정 : 2019.03.11 17:20:57


▲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관계자들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정의당 윤소하,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연루 법관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법원행정처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련 소송을 검토한 문건과 노동부가 대법원에 낸 문건이 ‘오타’까지 동일했다고 검찰이 밝혔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정부 문건을 대필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부적절한 문건을 만들면서 외부에 숨기기 위해 문건의 파일명을 일부러 허위로 기재한 흔적도 있다고 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1회 공판에서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공소사실과 입증계획을 설명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일부 증거의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은 “대법원에서 진행되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사건에 제출된 노동부 명의의 재항고 이유서와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작성한 검토보고서 내용이 ‘오타’까지 동일했다”며 “문건은 임 전 차장의 USB 중 ‘BH(청와대) 폴더’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검찰은 노동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해 넘겼음을 보여주는 정황들로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 도입 등을 위해 청와대 협력을 얻어낼 목적으로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전교조 사건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법원행정처 자체도 부적절한 행위라는 점을 인식한 정황도 있다. 검찰은 “심의관은 향후 발각될 것을 우려해 파일명을 허위로 위장해 저장했다”고 했다. 또 임 전 차장이 이군현·노철래 국회의원의 사건 관련해 검토하라고 심의관에게 지시하면서는 ‘법원 마크와 명의가 없는 양식으로 작성하라’고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수첩은 이 재판의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표적으로 2015년 11월 6일 자 업무수첩에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하자는 내용이 기재돼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수첩 기재 이틀 뒤 법원행정처에서 보고서가 작성됐다. 헌재가 현대차 사건을 한정위헌으로 결정하면 ‘국정안정의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파업공화국이 초래’된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이 업무수첩이 임 전 차장이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이유를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직권남용죄가 적폐청산의 도구로 이용된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프레임에 갇혀 진실은 온데간데없고 피고인(임 전 차장)은 이미 괴물 같은 중범죄자가 돼 버렸다”며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관을 지휘·감독할 권한은 갖고 있지 않아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변호인은 또 “행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직권남용죄의 남용”이라며 “성창호·조의연 판사가 직권남용의 피해자에서 자발적 범죄자로 변경된 것만 봐도 직권남용죄에 대한 검찰의 판단 기준이 얼마나 자의적인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검찰 “노동부와 '양승태 행정처'의 전교조 문건 ‘오타’까지 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