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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발전소의 ‘나노미세먼지’가 강수 패턴을 바꾼다

석탄화력발전소의 ‘나노미세먼지’가 강수 패턴을 바꾼다
독일·호주 연구팀 15년 장기분석
유인동력기 띄워 현장 검출 조사
화력발전 배출량이 차량보다 많아
청정에 쓰이는 암모니아가 발생원
수백㎞ 먼 곳까지 강수 영향 미쳐

[한겨레] 이근영 선임기자 | 등록 : 2019-03-13 15:07 | 수정 : 2019-03-13 17:56


▲ 오스트레일리아 남서부 퀸즈랜드의 현대식 석탄화력발전소 인근에서 연구용 비행기가 나노미세먼지 측정을 하고 있다. 플린더스대 제공

국제 공동연구팀이 15년 동안의 장기 분석을 통해 현대식 석탄화력발전소가 차량보다 더 많은 나노미세먼지(UFP·울트라파인 파티클)를 배출하고 이로 말미암아 강수 패턴을 변화시켜 지역 강수량에 변동을 가져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노미세먼지미세먼지(PM10 : 10㎛·1㎛는 100만분의 1m)와 초미세먼지(PM2.5 : 2.5㎛)보다 훨씬 작은 1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입자를 말한다. 나노미세먼지는 대류권에 불균질하게 퍼져 있다. 나노미세먼지는 검출할 수 있고 한세기 이상 연구돼 왔지만 3차원 확산과 형성, 대기의 존재량 등은 기후와의 밀접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상태로 남아 있다. 이는 나노미세먼지가 육안으로 관찰할 수도, 장거리 감지기술로 검출할 수도 없을 정도로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참고 : ‘독성 높은 나노미세먼지…교차로 전후 30m서 농도 최고’)

독일 카를스루에공대의 울프강 준케르만 교수와 오스트레일리아 플린더스대의 조르그 해커 교수 공동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기상학회보>에 게재한 논문에 현대식 석탄화력발전소, 정유소, 제련소 등의 여과 시스템이 나노미세먼지의 최대 배출원이고 여러 경로로 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보고했다. 도심에서는 오랫동안 차량이 건강과 환경에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으로 지목돼왔지만 실제로 장기 측정을 한 결과 지역 규모 기후에 영향을 끼치는 배출원은 현대식 석탄화력발전소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현대식 석탄화력발전소는 도심 차량보다 나노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한다 △나노미세먼지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나노미세먼지는 응결핵(구름씨) 수를 증가시켜 국지 규모의 강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노미세먼지는 고농도 상태로 수백킬로를 이동해 배출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입자 사건’(단기간에 입자 농도가 극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일으킨다는 것 등이다. 연구팀은 또 현대식 석탄화력발전소가 세계 곳곳에 건설된 이래 나노미세먼지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음을 밝혀냈다.

▲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 공동연구팀이 현대식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나노미세먼지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한 두 유인 비행기와 각종 측정 및 실험장치들. ‘미국기상학회보’ 제공

연구팀은 유럽과 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 내몽골 등지에서 두 개의 소형 연구용 비행체를 띄워 대기의 나노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다. 하나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만든 세계에서 가장 종합적인 연구용 동력활공기(모터글라이더)이고 다른 하나는 독일에서 개발한 ‘세발자전거’란 별명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유인 연구용 비행기이다. 이들 ‘날아다니는 연구소’에는 미세먼지 측정, 가스 추적, 온도, 습도, 풍속과 에너지 평형 등을 측정하는 고감도 장치와 센서들이 탑재돼 있다. 해커 교수는 “두 비행체는 굴뚝에서 나온 연기를 따라 수백킬로미터를 날아가며 연기의 거동을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기상관측 자료와 배출원의 경로를 추적하는 대기이동확산모델을 사용했다. 해커 교수는 “이 방법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가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나노미세먼지의 가장 강력한 배출원이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석탄화력발전소는 기상 현상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이는 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 현상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 강수 현상의 변동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을 일으킬 수도 있고 집중호우를 발생시킬 수도 있으며 다른 곳에서는 장마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 독일 복스베르크 화력발전소 인근에서 연구용 비행기가 나노미세먼지를 측정하고 있다. 카를스루에공대 제공

준케르만 교수는 “나노미세먼지는 대기중 화학반응을 일으켜 구름과 수증기의 특성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연 상태에서는 산불이나 모래폭풍, 화산 분화 등이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만 대부분 나노미터 크기 이상이다. 나노미세먼지의 출현과 분산, 이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소 인근이나 바로 위에만 검출장치를 설치해서는 안된다. 과거 지상에서 나노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낮게 측정됐더라도 먼 곳에도 검출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연구팀은 특히 서부 오스트레일리아나 퀸즈랜드처럼 강수량 변화가 뚜렷한 곳에서 나노미세먼지 농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이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정유소의 배출물질과 관련이 있음을 규명했다.

준케르만 교수는 “배출가스 청정 시스템은 나노미세먼지 형성에 적당한 조건에서 작동한다. 질소산화물을 무해한 물과 질소로 바꾸기 위해 배출가스에 암모니아를 처리하는데, 암모니아가 나노미세먼지 형성에 적당한 혼합 비율에 이르면 배출가스 농도가 상승할 수 있다. 200~300m 높이의 굴뚝에서 배출가스가 나온 뒤 아주 미세한 입자들이 대기의 기상과 기후 조건에 따라 수백킬로미터를 이동해 가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출처  석탄화력발전소의 ‘나노미세먼지’가 강수 패턴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