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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청와대 보고용 2016년 총선 보고서

경찰의 청와대 보고용 2016년 총선 보고서
유명 선거 컨설턴트 “우린 억만금 줘도 이런 건 못 만든다”
강신명·이철성 의혹 수사, ‘바닥 정보’ 추정 검찰 진술

[경향신문] 조미덥 기자 | 입력 : 2019.05.14 06:00 | 수정 : 2019.05.14 06:01


▲ 연합뉴스

경찰 정보국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보고용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두고 유명 선거 컨설팅 전문가가 “우린 억만금을 줘도 이런 건 못 만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나 탐문으로 알 수 없는 총선 후보들의 ‘바닥 정보’를 담았기 때문이다.

1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달 국내 유명 선거 컨설팅 회사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 출신 피의자들이 보고서는 지역에 도는 이야기를 정리한 수준이고 지방 언론도 할 수 있는 판세 분석 정도라 선거 개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의 보고서들을 컨설팅 전문가에게 보여준 뒤 해당 수준의 보고서 작성 비용과 선거 효과 여부 등을 물었다.

이 전문가는 “오랫동안 지역구별로 관리하고 사람 풀어서 확인해야 하는데 그럴 역량이 안될뿐더러 우리는 그런 정보에 접근할 수도 없다”며 “우리가 고용한 패널들이 알아봐서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경찰 보고서에는 각 지역구별 현안, 후보의 친분 관계, 후보의 골프 상대, 지역 내 지탄 사유 등 ‘바닥 정보’가 담겨 있었다.

검찰은 경찰이 민간에서는 전문가들도 만들 수 없는 유의미한 선거 관련 보고서들을 작성해 박근혜를 비롯한 당시 여권에만 보고했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서 중립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10일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이런 판단 때문이다.

검찰은 특히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개입 사건을 겪고 2014년 공무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강화된 후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더욱 나쁘다고 본다. 이러한 보고서 작성이 불법임을 모를 수 없었다고 판단한다. 국회는 2014년 2월 공직선거법과 공무원법에 공무원이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벌칙 규정을 신설했다. 공무원은 벌금 100만원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되면 공무원직에서 퇴출된다. 공소시효도 일반 선거사범이 6개월인 반면 공무원은 10년으로 늘어났다.

검찰은 경찰 정보관들이 청와대 입맛에 맞는 정보 위주로 생산하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문건도 확보했다. 경찰이 2015년 작성한 정보경찰 교육자료 ‘정보정책의 이해와 필요성’ 문건이다. 여기엔 ‘모든 정책 정보는 기본적으로 국정 최고 결정권자인 VIP(대통령)에게 보고되니 평소에 말씀, 강조사항, 행동 등을 유심히 살펴 국정 기조에 맞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돼 있다. 경찰은 매일 올라온 정보관들의 보고서들을 대통령 국정 기조에 따라 분류해 점수를 매기기도 했다.

강신명·이철성 전 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출처  [단독]경찰의 청와대 보고용 2016년 총선 보고서 본 유명 선거 컨설턴트 “우린 억만금 줘도 이런 건 못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