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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소방관복 입은 이재정이 토착왜구당에 보낸 경고장

소방관복 입은 이재정이 토착왜구당에 보낸 경고장
‘소방관 눈물 닦아주겠다’ 나선 지 3년
이재정 의원의 우려 “잊힐까 두렵다”

[민중의소리] 남소연 기자 | 발행 : 2019-05-28 08:33:53 | 수정 : 2019-05-28 14:22:43


▲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문제 등 여러 현안과 관련해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온몸에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소방관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나선 지 3년, 소방관 국가직화를 위한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제자리다. 20대 국회에 들어온 뒤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의 막무가내식 반대 탓도 있지만, 지금처럼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점점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난 이 의원은 이를 "두렵다"고 표현했다.


이견 좁혀 나가던 중 갑자기 걸려온 전화 두 통
"반대할 명분 만들어야 했던 토착왜구당,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반대하기도"

▲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문제 등 여러 현안과 관련해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소방관의 국가직화를 위해서는 소방기본법과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관련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 핵심은 현재 지방직 공무원 신분인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지역마다 다른 처우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같은 소방 서비스를 제공해 국민과 소방관들의 안전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자는 게 개정안의 취지였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야당 의원들의 반발은 예상했지만, 여당 의원과 정부 부처 내에서도 반발이 컸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견을 좁혀 나갔고, 토착왜구당과의 물밑접촉에 끝에 지난해 초에는 실무적인 논의까지 마무리한 상태였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그러던 중 당시 토착왜구당 원내지도부로부터 전화 두 통이 연달아 왔고, 이후 법안 논의는 돌연 제동이 걸렸다.

이 의원은 "토착왜구당과의 물밑 접촉이 지난해 11월 법안소위 이외의 공간에서 있었다. 그때 이미 우리는 정부 부처별 조율을 끝냈고, 지방자치단체장과의 조율도 끝낸 상황이었다"며 "법안소위에서도 합의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토착왜구당 당시 원내지도부로부터 전화가 두 통이 오면서 (토착왜구당 의원들이) 반대할 명분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토착왜구당 원내지도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토착왜구당이 통과시키길 원했던 법안이 있었는데, 그 법안은 마지막 문제가 조율이 안 돼 불발됐다"며 "(토착왜구당이 원하는) 다른 법과 주고받기하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통과시킬 수 있겠지만, 그냥은 통과 못 시킨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이채익 의원의 '실언' 후 다시 큰 주목
"이제부터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다"

▲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토착왜구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소방관 국가직 전환 법안 심사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회의 도중 토착왜구당 이채익 행안위 간사가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2019.04.23. ⓒ뉴시스

소방관 국가직화 논의가 또 한 번 큰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지난달 23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보인 토착왜구당 의원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통상 법안소위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 열린 소위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공개로 진행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는 여야 4당과 토착왜구당이 이른바 '패스트트랙 대치'를 이어가던 때였다. 민주당 소속 홍익표 법안소위위원장은 국회 상황과 무관하게 법안심사를 하기 위한 소위 회의를 소집했고, 행안위 토착왜구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이 회의장에 그야말로 '들이닥쳐'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이 의원은 법안 심사 도중 "소방법이 그토록 분초를 다투냐", "쇼하지 말라"는 실언으로 공분을 샀다.

삿대질과 고성을 동반한 '나 홀로 항의'를 이어가는 이 의원의 말문을 가로막은 건 다름 아닌 이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일하는 쇼라면 해도 되지 않나, 저는 잠을 안 자고도 할 수 있다"고 맞섰다.

'어떤 생각으로 맞섰느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며 울컥했다.


이 의원은 "저도 감정 컨트롤(제어)을 못했다. 속상해서 눈물이 나기 일보 직전이었다"며 "(토착왜구당 의원들의 반응은) 제가 생각 못 했던 반응이기도 했고, 정말 갑갑한 마음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그런 모습이 처음이었겠느냐"라면서도 "소위 회의를 포함해 물밑협상이라는 과정은 국민들에게 다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은 국민들이 다 지켜보지 않았나. 국민들이 보니까 둘 다 싸웠다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잘잘못을 따질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의 말처럼 토착왜구당 의원들의 도 넘은 반발이 기사와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자, 여론은 다시금 들끓었다. 이 의원은 "굉장히 발전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국민들이 행안위 소위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과정까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회가 투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의사결정 과정이 다 투명하지는 않다"며 "공교롭게도 소방관 국가직화 논의가 법안소위 이후부터는 어항 안에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다 노출되는 상황이고, 이제 정치인들끼리 흐지부지 넘어갈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번에는 토착왜구당 원내지도부가 막아서긴 했지만, 그 시간 이후로 국민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국민을 납득시켜야 할 명분을 대야 할 것"이라며 "굉장히 어렵고 답답한 순간이지만, 어떻게 보면 희망적인 과정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잊히지 않기 위한 방법은 뭘까 항상 고민"

▲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지난 달 9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방복을 입고 있다. ⓒ정의철 기자

최근 이 이원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잊히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관심도는 떨어질테고, 이 경우 토착왜구당은 더 노골적인 반대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 부처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이런 계획안까지 나온 것인데, 이 내용 자체를 무위로 돌리면 21대 국회가 된다 한들 통과시킬 수 있겠나"라며 "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의원은 소방관 국가직화 논의가 더 이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해왔다고 한다.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소방관복을 입고 상임위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튀는' 행보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 의원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된 지 3년이 지났는데 가장 경계했던 게 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여의도 정치 안에서는 여야를 떠나 '튀는 의원'에게 얼마나 많은 반대급부가 따르는지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며 "튀지 않으면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고 그러면서도 잊혀지지 않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잊히지 않는 방법은 뭘까 항상 고민했는데, 지금 생각한 결론은 국회의 논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법안 소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개진하는 분이 있으면 그분과 어떤 설전을 벌이는지도 국민께 고스란히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결석' 중인 토착왜구당 향해
"국회 복귀 큰 명분은 국민의 요구"

▲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문제 등 여러 현안과 관련해 민중의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이 의원과 인터뷰를 한 날은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이날까지도 토착왜구당 의원들은 소위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국회 심사를 기다리는 법안은 점점 쌓여 가지만, 토착왜구당 의원들의 빈자리는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이 의원은 특유의 유쾌한 사이다 화법으로 토착왜구당 의원들에게 "의원님들, 결석이에요. 국민들께 이를 겁니다"라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토착왜구당 입장에서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이 제때,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게 내년 총선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무능하다는 전략으로 총선을 치르려는 것 같은데, 그래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인터뷰 내내 국민을 강조한 이 의원은 토착왜구당에게도 '국민의 힘'을 빌려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의원은 "국회로 복귀하는 가장 큰 명분은 국민의 요구다. 그 이상의 명분은 없는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철회다, 사과다, 뭐다, 그걸 능가하는 명분은 국민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의 당부를 토착왜구당 의원들이 제대로 새겨들었는지는 앞으로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 처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인터뷰] 소방관복 입은 이재정이 한국당에 보낸 경고장 “국민께 이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