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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의 합병 후 가치, 영업권으로 근거 없이 부풀리기 의혹

삼바의 합병 후 가치, 영업권으로 근거 없이 부풀리기 의혹
‘안진회계 보고서’ 입수
[경향신문] 조미덥·김원진 기자 | 입력 : 2019.05.29 06:00 | 수정 : 2019.05.29 06:01


▲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김기남 기자


추상적 무형자산인 영업권, 회사 가치의 78%로 평가

안진회계법인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후 평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 6조9000억원 중 영업권을 5조3000억원으로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확한 근거가 없는 추상적인 무형자산인 영업권이 회사 가치의 80% 가까이 된다고 본 것이다.


제일모직 합병 비율 맞추려
삼성 요구에 따라 사후에
삼바의 가치 높게 평가 추정

검찰은 제일모직 가치를 삼성물산보다 3배 가까이 높게 적용한 합병비율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하려고 안진이 삼성 요구에 맞춰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린 것으로 의심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28일 금융권에서 2015년 10월 안진이 작성한 ‘사업결합에 따른 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 및 무형자산 평가 보고서’를 입수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후 인수 기업의 가치를 계산한 보고서다.

안진은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6조8502억원으로 평가했는데, 이 중 영업권이 5조3293억원으로 약 78%에 달했다. 개발 중인 기술의 가치는 7980억원, 장부상 자산액은 4861억원이었다.

영업권은 기업을 인수할 때 눈에 보이는 자산이 아닌 브랜드 충성도, 기업 입지 조건, 기술·조직의 우수성 등을 고려해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들에 비해 초과수익을 가질 수 있다고 기대해 부여하는 가치를 말한다.

보고서에서는 영업권을 고평가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다만 삼성바이오의 핵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래에 얼마나 영업이익을 낼지 추정한 자료가 있다.

2016년엔 423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지만, 2017년 27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플러스 전환된 후 2018년 759억원, 2019년 2746억원 등 폭발적으로 증가해 2024년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자료는 안진이 계산한 것이 아니라 삼성에피스에서 받은 자료라고 돼 있다.


보고서 밖 현실에서 삼성에피스는 2016년 영업손실 990억원에 이어 2017년 1035억원, 2018년 1027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업권을 높게 평가한 것은 삼성바이오 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는 “삼성바이오 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정해놓고, 장부로 표현 못하는 가치를 영업권으로 반영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영업권을 계산한 출발점이 시장에서 나왔으면 몰라도 삼성에서 준 자료를 바탕으로 했으면 틀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옛 미래전략실에서 만든 내부 문건에도 주가 적정성 확보를 위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안진 보고서가 나온 후 6조9000억원은 삼성바이오 등 계열사의 2015년 연결재무제표에도 반영됐다.


검찰도 보고서 입수해 분식회계 입증 단서로 검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도 이 보고서를 입수해 분식회계를 입증할 주요 단서로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많은 지분을 가진 제일모직이 합병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제일모직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했으리라 의심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 대 0.35인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합병 후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6조9000억원에 맞췄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비상장 계열사에다 신성장사업이었기 때문에 추상적인 미래 가치를 부풀리기 좋은 대상이었다.

또 삼성바이오가 6조9000억원으로 평가되면서 자본잠식이 될 위기에 처하자 삼성에피스에 대한 회계 처리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으리라고 의심한다.


출처  [단독]삼바의 합병 후 가치, 영업권으로 근거 없이 부풀리기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