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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구미 새마을공원 ‘새마을’ 지우기

썰렁한 구미 새마을공원 ‘새마을’ 지우기
‘새마을운동 전시관 등 빈약’ 지적에 콘텐츠 변신 추진
하루 평균 방문객 170명 그쳐…개관 7개월 만에 고육책

[경향신문] 백경열 기자 | 입력 : 2019.06.27 06:00


▲ 지난해 7월 경북 구미시 상모동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안에 있는 전시관의 개관 전 모습. 공원 개장 후 시민들의 호응이 낮자 경북도와 구미시는 공원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백경열 기자

경북도와 구미시가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을 ‘새마을 콘텐츠’ 외의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의 발길이 뜸한 데다 시설 활용도마저 떨어지면서 개관 7개월 만에 나온 고육책이다.

26일 경북도·구미시에 따르면, 현재 도는 5500만원을 들여 새마을공원 전시·콘텐츠 보강 기본계획 용역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공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8월 초쯤 실시설계 과정을 거친 후 구미시와 경북도가 각 25억원을 들여 콘텐츠 보강 공사를 벌일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개관 이후) 전시관 등을 둘러본 시민들로부터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고, 연수관·글로벌관 등의 공간도 마땅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고민거리였다”면서 “젊은층 등 고른 연령대가 공원을 찾을 수 있게 ‘새마을’과 무관한 체험형 시설을 들여놓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교육청은 도와 협의를 거쳐 내년 3월까지 공원 내 ‘글로벌관’에 2개 층(3355㎡·약 1017평) 규모로 ‘메이커교육관’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북지역 초·중·고교생들이 상상하고 생각한 것을 3D프린터 등을 통해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당초 글로벌관은 새마을운동 해외 활동사업을 소개하는 등의 목적으로 만든 곳이다.

이미 공원 내 시설들이 새마을과 무관한 내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이념과 정신을 배우고 연구하기 위해 건립한 ‘연수관’ 내 강의실 2곳에서 실시한 행사는 개관 이후 7건(32강의)에 불과하다. 이 중에도 ‘어린이집 회계실무교육’ ‘초등돌봄교실 돌봄전담사 역량강화 연수’ 등 새마을운동과 무관한 주제가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지난달 말에는 새마을세계화재단과 함께 보건복지 전문 연구기관인 경북행복재단이 공원 안에 둥지를 틀었다.

새마을공원 건립사업은 2011년 당시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이명박에게 건의해 성사됐다. 그때도 국비 293억원 등 모두 879억원이 들어가는 공사비를 두고 예산 낭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박정희 생가 옆에 들어선 이곳 전시관 건물에서는 새마을운동의 시작과 발전상, 해외 사업 등을 알리는 각종 자료가 전시돼 있다. 경북도는 이 일대를 관광벨트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새마을공원 방문객 수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후 올해 5월까지 3만5875명이 다녀갔다. 하루 평균 약 170명 수준이다. 생가 방문객 수도 박근혜 당선 전후에는 매년 50만명 이상이 생가에 들렀지만 2016년부터 크게 감소해 지난해에는 20만1034명에 그쳤다.

홍난이 구미시의원은 “거액을 들여 만든 공간이 정작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전 연령대가 찾을 수 있도록 어린이 직업체험관이나 안전체험관 등의 시설을 도입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출처  [단독]썰렁한 구미 새마을공원 ‘새마을’ 지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