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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무기계약직은 또 다른 차별”…노동자 6만명 광화문 운집

“자회사·무기계약직은 또 다른 차별”…노동자 6만명 광화문 운집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오늘부터 사흘 총파업
서울 광화문에선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 대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진짜 사장 문재인 정부 교섭 나서야”

[한겨레] 오연서 이주빈 기자 | 등록 : 2019-07-03 16:13 | 수정 : 2019-07-03 18:50


▲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해소,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동맹 총파업 노동자대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흘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첫날인 3일 노동자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 해소’를 주장했다.

전국민주노총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합원 5만3천여명(주최 쪽 추산)은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 대회’를 열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문을 열자’라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와 나란히 앉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했음에도 그 약속들은 하나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을 벗어던지기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예산 정책과 재정 지침으로 100만 비정규직의 실질적 사용자 역할을 하는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결을 위한 노정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총파업에는 급식노동자 등 학교 비정규직 외에도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민주일반연맹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환경미화원, 아이 돌봄 등 지자체 공무직, 민간 위탁 비정규직 조합원, 청소미화·콜센터 등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등이 참여했다.

▲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 총파업대회에서 참가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등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종로 등에서 사전집회를 열고 오후 1시부터 광화문 광장으로 집결했다. 본 집회인 전국노동자 대회가 열리는 오후 3시께 광화문 광장은 참가자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광장 곳곳에는 수백개의 깃발이 나부꼈고, 무대 전광판에는 총파업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인터뷰와 인증샷이 흘러나왔다. 참가자들은 ‘비정규직 철폐’라고 쓰인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차별 없는 세상으로’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오늘 총파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부터 건설, 생산현장까지 모든 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에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비정규직이든 알바 노동자든 어떤 일을 하든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위해 함께 투쟁했으면 좋겠다.” 집회 사회를 맡은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선언으로 전국노동자대회가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철폐하고 직접 고용하라”, “또다시 비정규직 자회사전환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3일 오후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해소,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동맹 총파업 노동자대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김정효 기자

집회 참가자들은 자회사 전환과 무기계약직을 통한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비판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우리는 무기계약직이란 이름으로 평생 비정규직이 되어 버렸다. 또 하나의 계급이 됐다”고 비판하며 “노동 존중 사회는 대통령이 만들어주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힘으로 쟁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 역시 “국토부 산하 한국도로공사는 법원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도 무시하고 노동자들에게 자회사를 강요하며 1500명의 동지를 해고시켰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놓고 통제하더니, 문재인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고용안정은 자회사로 눈속임하고 평생 저임금 직무급제를 강제 이식하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차별 받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울산에서 돌봄교사로 11년째 일하고 있다는 이효정(52)씨는 “다들 돌봄교사가 아이들만 돌보는 줄 알지만 우리는 8시간 근무를 하면서 아이들의 수업, 간식, 외부강사 섭외 등의 업무를 한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자격증 수당도 없고 연차와 상관없이 모두 기본급도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내 직업상담원으로 6년째 일하고 있는 서영진(51)씨는 “공무원들과 달리 비공무원들은 가족 수당도 못 받는다. 정기상여금도 공무원들은 기본급의 120%를 받는데 비정규직은 일괄 40만원으로만 정해져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취업성공패키지 관련 상담을 담당하고 있다는 서씨는 “상담원 1명이 1년 동안 120명 정도 관리해야 양질의 직업 상담이 된다는 내부적 매뉴얼이 있는데 일부 직업상담원이 1년에 200명 넘게 상담할 정도로 열악한 곳도 있다. 상담의 질과 노동 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국민주노총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합원 5만3천여명(주최쪽 추산)은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 대회’를 연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주빈 기자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본대회는 오후 4시 25분께 끝이 났다. 이후 조합원 5만3천여명은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에 나섰다. 행진에 나선 이들은 ‘총파업 승리! 비정규직 철폐! 차별철폐! 대정부 교섭쟁취! 비정규직 없는 세상! 좋은 세상!', ‘최저임금 1만원 노동기본권 보장!'이라고 적힌 대형 손팻말을 들고 “총파업 투쟁으로 비정규직 철폐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오후 5시 15분께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진행한 마무리 집회에서도 투쟁사는 계속 됐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철폐’라는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동 탄압 먹구름만 더 짙게 다가왔다”고 주장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단한치도 바뀌지 않았다. 1100만에 달하는 비정규직 속에는 노동자이면서 노동자라는 이름을 찾기 위해 가열차게 투쟁하는 특수고용노동자가 있다”며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도로 후퇴하고 말 것이다. 결연한 각오와 투쟁으로 물러섬 없이 투쟁하고 승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5일까지 총파업을 이어간다. 또 9일엔 우체국 등기·택배 배달 노동자 1만3천여명이 사상 처음 파업에 나서고 18일에는 민주노총 주도로 대규모 총파업을 진행하는 등 대정부 투쟁이 계속될 예정이다.

한편, 앞서 이날 오전 11시부터 민주노총 산하 단체들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했다.

연대회의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정규직화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공약이었는데 정부와 교육청은 오늘까지도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와 교육청은 대책을 세우겠다면서 빵과 우유, 도시락을 대책으로 내세워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했다. 이번 파업을 통해 조합원의 단결된 힘을 모아 우리의 요구사항 관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영금 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장은 “언론에서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두고 급식대란, 돌봄대란을 이야기한다”며 “진짜 대란은 학교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넘치는 세상이다. 비정규직이 대물림 되는 현실이 진짜 대란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 비정규직 똘똘 뭉쳐 차별을 끝장내자”, “파업투쟁 승리하고 기본급 인상 쟁취하자” 등 구호를 외쳤다. 연대회의는 △기본급 인상 △각종 수당 지급 시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 △퇴직금 확정급여형(DB)으로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출처  “자회사·무기계약직은 또 다른 차별”…노동자 6만명 광화문 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