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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종업원 기획탈북 의혹’ 국제진상조사단 “한국 국정원에 속아 납치돼”

‘北종업원 기획탈북 의혹’ 국제진상조사단 “한국 국정원에 속아 납치돼”
‘납치 전 도주’한 종업원들 진술도 나와 “국정원 직원 대화 엿듣고 도망쳐”
[민중의소리] 김지현 기자 | 발행 : 2019-09-05 11:08:15 | 수정 : 2019-09-05 11:08:15


▲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진상조사단’ 니루퍼 바그왓(Niloufer Bhagwat) 인도 변호사, 준 사사모토(Jun Sasamoto) 일본 변호사는 2일 평양 보통강호텔 회의실에서 이 사건 현장을 목격한 7명의 종업원들을 면담했다.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진상조사단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COLAP) 등이 참여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진상조사단’이 지난 2016년 입국한 12명의 종업원들이 국가정보원과 허강일 식당지배인에게 속아 ‘납치’됐으며 국정원에 수 개월간 ‘불법 구금’됐다고 판단했다.

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대응TF’에 따르면 국제진상조사단은 지난달 31일부터 평양에 방문해 조사활동을 벌인 뒤 발표한 중간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간보고서 발표에는 준 사사모토 일본 변호사(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 사무총장), 니루퍼 바그왓 인도 변호사(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 부회장) 등이 참여했다.

국제진상조사단은 방북 진상조사활동과 앞서 진행한 방한 진상조사 활동을 토대로 이달 말까지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유엔 측에 보고할 계획이다.

조사단은 평양을 방문해 이 사건 현장을 목격한 7명의 종업원들을 개별적으로 면담해 증언을 듣고 해당사건을 납치라는 형사범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국제진상조사단은 “12명의 종업원이 지배인이었던 허강일의 속임수에 넘어가 식당을 운영하던 중국 닝보에서 본인들의 가족과 조국과 분리되어 주 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표부로 강제적으로 납치되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사를 진행한 토마스 킨타나 유엔 특별보고관도 납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었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종업원들이 중국에서 의지에 반하여 강제이송된 경우 이는 범죄로 간주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진상조사단’ 니루퍼 바그왓(Niloufer Bhagwat) 인도 변호사, 준 사사모토(Jun Sasamoto) 일본 변호사는 2일 평양 보통강호텔 회의실에서 이 사건 현장을 목격한 7명의 종업원들을 면담했다.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진상조사단

7명의 여성종업원은 허강일 지배인으로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고위당국의 지시 하에 말레이시아에 새로 개업하는 식당에 일하게 되었으므로 짐을 챙겨 빠른 시일 내로 말레이시아로 이동해야 한다’고 통보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이미 연길에서 닝보의 식당으로 이동한 과거가 있어 지배인의 말을 수상하게 여기지 않았고 당시 지배인은 종업원들의 관리인 지위에 있으면서 모든 종업원의 여권 또한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2명의 종업원은 지배인이 중국에서 대출을 받았고 이를 갚지 못해 심각한 부채에 빠져있었다고 진술했다.

조사단은 대한민국으로의 강제이송을 피한 7명의 여성종업원들의 진술에 대해 “서울에서 만난 JTBC 취재기자의 설명과 흡사하고 TV에 나와 공개적으로 진술한 허강일과 탈북 여성 종업원 중 3명의 종업원들의 진술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강제이송 전 도주한 7명 종업원들
버스타기 전 지배인 허강일과 국정원 직원 대화 엿듣고 도주

이들은 2016년 4월 5일 지배인과 종업원을 데리고 공항으로 떠날 미니버스를 대절해 온 대한민국 국정원 직원의 대화를 엿들은 종업원의 조장 최례영씨 덕분에 도주할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12명의 종업원은 말레이시아를 통해 대한민국으로 이송되는 것을 모른 채 미니버스에 탑승해 떠나버린 후였다고 한다.

당시 직접 대화를 들은 최씨는 “허강일 지배인이 국정원 직원에게 마치 상사를 대하듯 대한민국 어휘에서의 존댓말을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7명 종업원 중 한 명은 허강일씨가 대한민국 당국과 연락하기 위해 본인의 핸드폰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해당 핸드폰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국에 증거물로 전달됐으며, 국제진상조사단도 이를 증거물로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국제진상조사단은 12명의 여성 종업원들이 의지에 반해 2016년 수개월 동안 한국의 탈북자 수용소에서 구금됐다고 판단했다.

조사단은 앞서 대한민국 국정원과 경찰청이 12명 탈북 여성 종업원들을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허가하지 않았으며 대한민국 정부 기관, 공무원 및 기관이 국제진상조사단에 12명의 젊은 여성 종업원의 소재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가 비밀스러운 방식의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한 “범죄가 행해지면 해당 범죄가 기소되어야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사생활 권리 보호에 관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바와 같이 사생활의 개념을 잘못 사용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공무원이나 기관에 면책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2명 탈북 종업원 부모들, 딸 소식 들을 수 없어 심각한 혼란
국제진상조사단 “반인륜적, 심각한 인권 침해”

국제진상조사단은 12명의 탈북 여성 종업원의 부모들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부모들은 “딸들이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부모는 3년 4개월 동안 자녀를 보지 못했다”며 “여성 종업원 12명 부모님의 간증은 딸들에 대한 기만에 대한 고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고 전했다.

▲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진상조사단’ 니루퍼 바그왓(Niloufer Bhagwat) 인도 변호사, 준 사사모토(Jun Sasamoto) 일본 변호사는 3일 평양 보통강호텔 회의실에서 12명 종업원들의 북측 가족들을 면담했다.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진상조사단

조사단은 또한 딸들이 대한민국으로 떠난 후 딸의 소식을 들을 수 없어 많은 부모들이 심각한 혼란에 빠졌고, 한 여성종업원의 아버지는 슬픔으로 죽었고 다른 여성종업원의 어머니는 딸을 잃은 것을 말미암아 말기 암에 걸렸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조사단은 “젊은 여성을 그들의 가족과 분리시키는 것은 반인륜적일뿐만 아니라 해당 부모와 12명 종업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근본적인 집단 단위이며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된 세계 인권 선언 (1948) 및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1966)을 위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12명 종업원의 부모는 국제진상조사단에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의 민족화해협의회 통해 UN인권위원회에 대표단을 보냈으나 UN인권위원회의 답변은 들을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진상조사단은 “해당 문제를 최종보고서에서 언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당국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에 외교적 해결을 시도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조사단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강제납치피해자구출비상대책위원회의 관계자들을 만나 ‘해당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로 여러 번의 외교적 항의문이 전달됐고 대화노력이 있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출처  ‘北종업원 기획탈북 의혹’ 국제진상조사단 “한국 국정원에 속아 납치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