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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회계사기 증거 삭제하고 금감원에 자료 냈다

삼바, 회계사기 증거 삭제하고 금감원에 자료 냈다
증거인멸 사건 첫 공판
검찰, 원본과 내용 대조해 주장
삼성쪽 “일반자료… 조작 아냐”

[한겨레] 장예지 기자 | 등록 : 2019-09-25 21:07 | 수정 : 2019-09-25 21:13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회계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핵심 내용을 삭제한 조작된 보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소병석)는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증거인멸 사건의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지난해 금감원에 제출한 보고서와 원본 보고서를 비교·대조하면서, 삼성바이오가 회계사기와 연결될 수 있는 자료를 누락한 채 조작한 증거자료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설명을 종합하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신인 전략기획실 산하 바이오사업팀은 삼성바이오와 미국 바이오젠이 합작 계약을 맺은 2011년 12월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보고서를 작성했다. 79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두 회사의 합작 내용 및 예상 수익, 순현재가치(NPV), 2009년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에 18억원을 건네고 받은 바이오시밀러 시장 분석 내용 등이 담겼다.

보고서는 바이오젠과 합작해 만든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가 생산할 제품의 판매량·판매가를 추정한 매킨지 자료를 토대로 삼성에피스의 사업 가치가 2조원가량 된다고 평가했다. 회계사기의 핵심 대목 중 하나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여부에 따른 삼성에피스의 가치 평가도 담겼다. 삼성바이오가 2014년까지는 콜옵션을 평가할 수 없었다며 콜옵션을 누락한 회계처리가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달리, 회사 설립 단계부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를 염두에 둔 ‘계산’을 했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양철보 삼성에피스 상무가 금감원에 제출한 같은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대부분 빠졌다. 검찰은 “삼성은 2015년부터 가시적인 사업 성과가 나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가능해졌으므로 회계처리 방식을 바꿨다고 주장했다”며 “금감원이 이를 이상하게 여겨 자료를 요청했지만 (삭제된) 보고서를 냈다. 금융당국이 정상적 회계인지, 분식회계인지 판단할 주요 자료를 주지 않고 조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 상무 쪽 변호인은 “내용이 바뀐 문서가 금감원에 제출된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조작의 고의는 없었다. 금감원 감리 후 검찰 고발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며 “해당 문건은 바이오 사업의 미래 전망 계획, 기대치를 다뤄 회사 설립 단계에서 임의로 설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출처  삼바, 회계사기 증거 삭제하고 금감원에 자료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