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유엔사의 ‘전작권 행사’ 가능성 확인, 국방부는 관련 문서 모두 ‘비공개’

유엔사의 ‘전작권 행사’ 가능성 확인, 국방부는 관련 문서 모두 ‘비공개’
유엔사 권한 규정한 문서는 군사기밀 이유 비공개
군 관계자, “바뀐 것 아무것도 없다” 실토

[민중의소리] 김원식 전문기자 | 발행 : 2019-09-23 15:37:45 | 수정 : 2019-09-23 15:37:45


▲ 한미연합상륙훈련 쌍용훈련 실시 장면 (자료 사진) ⓒ김철수 기자

우리가 한미연합사령부로부터 전작권을 환수해도, 유엔군사령부가 다시 등장해 미국이 유엔사를 통해 전작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국방부는 군사주권에 관한 사항인 한미 간에 체결한 ‘군사작전권’에 관한 약정 등 관련 문서를 모두 비공개해 비판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미국의 유엔사를 통한 전작권 유지 우려를 근거 제시 없이 말로만 반박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는 미군 4성 장성이 한미연합사령관은 물론 유엔군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을 모두 겸하고 있다. 따라서 전작권을 누가 가져도 결국 미군이 갖는 셈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향후 연합사령관을 우리 4성 장성이 맡고 부사령관을 미군 4성 장성이 맡아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에 더해 ‘2018 국방백서’에서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 연합사령관이 유사시 미국의 증원전력을 포함한 대규모의 한미연합군을 지휘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야심 찬 계획까지 밝혔다. 한국군 장성이 한반도에 동원된 미군도 지휘한다는 것이다.

▲ 국방부는 ‘2018 국방백서’에서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 연합사령관이 유사시 미국의 증원전력을 포함한 대규모의 한미연합군을 지휘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도 밝혔다. ⓒ2018 국방백서 캡처


“1978년 유엔사 한미연합사에 작전권 ‘이양’ 아닌 ‘위임’한 것”이라는 주장 나와
유엔사의 ‘정전협정 준수’ 권한과 업무 유지하려는 미국의 노림수

하지만 미군 지휘는 고사하고 정전협정 당사자인 현 유엔사가 존재하는 한 우리가 온전히 전작권을 회수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 유엔사가 한미연합사로 전작권을 ‘이양’한 것이 아니라 ‘위임’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한국이 환수할 수 없다는 것이 근거다.

국방부는 유엔사가 가지고 있던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과 동시에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이양’되었다고 밝힌다. 따라서 연합사령관이 가지고 있는 전작권을 우리가 환수해 오거나 아예 연합사령관을 우리가 맡아서 회수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연합사가 창설됐더라도 전작권이 유엔군사령관에서 연합사령관에게 ‘이양’된 것이 아니라 ‘위임’된 것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한미가 1978년 당시 연합사 창설과 전작권에 관한 합의를 담은 문서도 ‘군사위원회 및 한미연합군사령부 권한 위임사항(TOR)’이라는 것이다.

한미는 또 전작권 위임에 관한 내용이 담긴 ‘한미연합군사령부 설치에 관한 교환각서’를 교환하고 이후 군사위원회 회의에서 하달한 이른바 ‘전략지시 1호’ 결정에 의해 같은 해 11월에 연합사를 창설했다. 따라서 이 연합사로 유엔사가 가지고 있던 전작권이 위임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41년이 지난 지금도 국방부가 이러한 우려를 부인할 뿐, 당시 한미 간에 체결한 ‘약정(TOR)’이나 각서를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당시 합의한 ‘약정’에서도 ‘정전협정 준수’를 명분으로 유엔사 권한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한미 ‘합의각서’에서도 “한미연합사령관이 미군 4성 장성 장군으로서 유엔군사령관 및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임하는 동안 효력을 갖는 것으로 이해함”이라는 조건을 달았다는 것이다. 즉 당시 합의한 전작권 위임마저도 미군이 연합사령관을 맡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효라는 것이다.

SBS도 지난 3일 “한미는 지난 1978년 한미연합사를 창설하면서 ‘토르(TOR)’라는 2급 비밀 약정을 통해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 유엔사의 관계를 정했다”면서 “그런데 최근 한미가 약정의 조항 하나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복수의 군 관계자를 인용해 “‘정전협정 준수’와 관련해 유엔사가 연합사를 지휘할 수 있다는 조항인데 이 조항을 살려야 한다는 미국과 삭제를 주장하는 한국이 맞서고 있다”면서 “이 조항이 남게 되면 미군은 북한의 남침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한 다음, 정전협정의 준수를 위해 유엔사를 매개로 연합사를 지휘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즉, 전작권이 전환돼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한미연합사를 미군 대장이 사령관인 유엔사가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전작권 전환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해당 문서를 비공개하고 있어 이 보도도 확인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국방부, ‘유엔사는 권한 없다’면서도 관련 문서는 현재까지 모두 비공개

한미 간의 ‘합의각서’ 등 이러한 문서의 비공개는 비단 ‘전작권 전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1994년 우리는 전시가 아닌 평시(정전 시) 군사작전권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1994년에 한미 간 ‘약정(TOR)’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전략지시 2호’ 등으로 결정됐다.

우리가 평시작전권을 환수하면서도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으로 불리는 6대 권한은 평시에도 연합사령관에 위임했다는 점을 들어 ‘빈껍데기 권한 회수’라고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평시전작권도 위기 단계인 ‘데프콘3’만 발령되면 다시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미군 대장)에게 넘어간다.

국방부는 이 관련 약정을 포함한 합의각서도 군사기밀을 이유로 비공개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제50차 한미 안보협의회에서도 “양 장관이 2013년에 작성된 ‘미래지휘구조 기록각서(MFR) 개정안’과 ‘한국 합참-유엔사-한미연합사 간 관계관련약정(TOR-R)’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연합방위지침’을 통해 “한미 국방부는 한반도에서 무력분쟁을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해 온 유엔군사령부를 지속 유지하고 지원하며, 한국 합참, 연합군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유엔군사령부 간의 상호관계를 발전시킨다”고 강조했다. 해당 약정이 유엔사 권한에 관한 규정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국방부는 이 약정이나 각서 또한 군사기밀을 이유로 비공개하고 있다. 해당 약정에 유엔사가 연합사에 대한 지휘 권한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더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유엔사는 연합사에 대한 지휘 권한이 없다”면서 “정전협정에 제시된 정전사무 이행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해명만 반복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23일 ‘41년도 지난 한미 간의 약정을 공개 못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미 간에 2급 비밀로 비공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비밀 해제도 한미 간에 합의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더는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이에 관해 “현재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 과거와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실토했다. 그는 “해당 약정에는 유엔사 권한에 관한 규정이 있고, 아직 한미 간에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다음 달에 열릴 한미안보협의회에서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군사령관 권한 기술한 편람, “연합사령관에 지시 및 작전통제” 명시

실제로 기자가 입수한 한미연합사 창설 후인 1984년에 작성된 유엔사와 연합사와의 관계를 기술한 편람(Manual)에서도 유엔군사령관의 기능과 업무에 관해 “연합(국)사령관과 제3국의 국가통수기구가 제공한 부대를 작전 통제(유엔사 구성 군사를 통하여)한다”라고 분명히 기술하고 있다.

▲ 1984년에 작성된 유엔사와 연합사와의 관계를 기술한 편람(Manual)은 유엔군사령관의 기능과 업무에 관해 “연합(국)사령관과 제3국의 국가통수기구가 제공한 부대를 작전 통제(유엔사 구성 군사를 통하여)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해당 문서 캡처

또 유엔군사령관은 “미 합참을 통해 전략지침 및 지시를 수령하고 행정 및 군수지원에 한해 미 태평양사령관과 직접 의사소통한다”고 밝혀 유엔사 조직이 미국의 군사기구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정전업무를 위해 연합사사령관에게 지시 권한을 행사한다”라고 못을 박았다.

유엔사 연구에 전념해온 평화운동가인 이시우 작가는 이에 관해 “미국이 과거에도 전작권 문제가 제기되자 연합사 창설이라는 꼼수로 이를 무마했다”면서 “실제로 전작권은 유엔사가 그대로 갖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엔사 문제 해결 없이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편람에 있는 ‘유엔사령관이 정전업무를 위해 연합사사령관에게 지시 권한을 행사한다는 내용 등이 현재 한미 약정(TOR)에도 그대로 있어 이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군사기밀에 속하는 사항은 답변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향후 우리 장성이 사령관을 맡는 (가칭)미래연합사가 창설된다고 하더라도 유엔사가 그대로 존재하고 또 정전협정이 유지되는 한 유사시 실제 한국군을 포함한 한반도에 배치된 군대의 작전권은 유엔군사령관 즉 주한미군사령관이 그대로 가질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해서 나온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러한 우려나 논란의 가장 핵심이 되는 한미 간의 ‘약정’이나 ‘합의각서’는 군사기밀을 이유로 비공개로 일관하면서 해당 문제 제기만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사는 이미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2014년부터 이른바 ‘유엔사 부활’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출처  [기획④] 유엔사의 ‘전작권 행사’ 가능성 확인, 국방부는 관련 문서 모두 ‘비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