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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 발표로 부모들 공황상태..이제라도 검찰 재수사해 진상 밝혀달라”

“사참위 발표로 부모들 공황상태..이제라도 검찰 재수사해 진상 밝혀달라”
[인터뷰]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세월호 참사 국민 고발인단에 동참해달라”

[민중의소리] 이소희 기자 | 발행 : 2019-11-01 17:11:09 | 수정 : 2019-11-01 17:11:09


▲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장훈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특조위는 참사 당일 해경이 희생자를 발견하고도 병원에 이송할 때까지 4시간 41분이 걸리는 등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9.10.31. ⓒ뉴스1

“참사 당일 수습된 아이들의 부모들이 전부 공황상태다. 다들 ‘우리 아이가 사참위 발표의 단원고 학생 사례 같은 경우였다면…….’ 이런 생각에 너무 힘들어 하고 있다. 그 아이도 증상은 저체온증 같은데 결국 그렇게 된 거다. 나머지 아이들의 부모들은 더 말할 나위 없는 마음 상태다” -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벌써 5년이 넘었고 지난달에 2천일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아이를 잃은 이후 시작된 가족들의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은 오늘 이 시간에도 계속 ‘진행형’이다. 11월, 세월호 가족들이 이를 끝내기 위해 ‘당사자’로서 참사 책임자들에 대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선다.

10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카페에서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이하,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장 운영위원장은 단호한 얼굴로 “사건 발생 6년이 가까워지지만 아직 누구도 304명이 죽은 참사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진상 규명을 위한 사건 전면 재수사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직전인 이날 오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세월호 참사 구조 수색 적정성 조사’ 내용을 중간 발표했다. 사참위 측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사고 장소 인근서 단원고 한 학생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당시 의료진은 이 학생을 신속히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지만, 해경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환자를 인근에 있던 헬기 대신 배로 이송했는데, 4시간 41분이나 소요됐다. 그리고 해당 헬기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해당 학생은 숨졌다.

▲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박병우 진상규명국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최초 익수자 발견부터 병원 도착 시점까지의 구체적 동선, 조치내용, 시간 경과 등을 확인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추가 조사를 거쳐 수사요청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10.31. ⓒ뉴스1

장 위원장은 오전 발표에 대해 “그게 무슨 미친짓이냐? 일반 교통사고가 나서 엠블런스가 출동했다면 그렇게 처지했겠냐? 시민들도 차를 몰고 가다가 앰블런스가 오면 길을 비켜서 빨리 가게 해주는데, 경황이 없어서 그렇게(배를 태운 것) 했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라며 분개했다.

그는 “과연 이게 사고로 죽은 것이냐. 이런 부분들이 빨리 짚어져야 한다. 그래서 전면 재수사가 필요하고, 책임자 처벌이 중요하다. 이번에 어디까지 누가 책임져야 했던 것인지가 명확히 정리되면, 다음에 다른 사고가 나더라도 참사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게 우리 가족들의 절박한 요구다”라고 말했다.

최근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검찰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이같은 뜻을 강하게 표출하기 위해 이달 중순 세월호 참사 관련자들을 고소하기로 하고, 국민들에겐 ‘세월호 참사 국민 고발인단’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10월 초부터 모은 국민 고발인단은 현재(10월 31일 기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약 4만여명에 달한다. 가족협의회에서는 지역에서 현장 접수한 수치를 합산하면 1차 기한인 지난달 31일까지 목표했던 인원인 41,6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 대상 1차 발표 기자회견’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참석자들이 1차 처벌 대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장 운영위원장에게 ‘대규모 고소‧고발을 추진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참사 관련자들에 대한 고소를 생각했던 건 2014년부터라면서, 그간 1,2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지켜보느라 이를 미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올해 2월부터 사참위 측과 대화를 나눈 끝에 “이제 진상규명이 더 진척되려면 사참위는 조사를 통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가족들은 가족들끼리 고소를 해야 되겠다”는 취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조사’를 넘어 ‘수사’의 영역으로 가야 밝힐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는 데 마음이 모인 것이다.

이후 세월호 가족들은 법률지원을 맡아준 민변 변호사들과 함께 참사 책임자를 특정하고 이들의 혐의와 공소시효 등을 정리했다. 그리고 지난 4월부터 연속으로 각 분야마다의 책임자를 공개하며, 이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등을 비롯해 122명의 책임자 명단이 발표된 상태다.

장 위원장은 “정리하다보니 참으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하나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들이 책임지게 하는 방법을 찾다보니 고소‧고발이었다”라면서 “11월 2일에 범국민대회를 열고, 이들을 고소 고발하겠다는 사실을 선포한다. 15일에 1차로 50여명을 정식 고소‧고발하고, 이후에 계속 추려지는 대로 고소‧고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 고발인단’을 꾸리기로 한 이유에 대해 “국민들이 세월호에 대해 가지신 부채의식과 트라우마가 있다. 저희가 고소할 때 고발에라도 동참해주시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간 같이 아파해주신 분들에 대해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면서 “당사자인 저희가 고소를 하고, 국민들께 같이 해 주시면 더 강한 의지를 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운영위원장은 현재 가족들이 ‘전면 재수사’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2014년 당시의 수사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당시 검찰이 사건을 축소하고 수사 방향을 이상한 곳으로 틀었다고 생각한다. 그땐 증거도 부족한 상태였다”고 짚었다.

이어 “그러다보니 304명이 죽었는데 처벌 받은 사람이 이준석 선장과 김경일 123정장 뿐이다. 김 정장 대법 판결문엔 ‘김 정장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에게 명령한 사람도 다 책임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도, 검찰이 더 수사를 안하고 넘겨 버린 것”이라면서 “선내 방송으로 8번이나 ‘가만히 있어라’고 한 선원도 처벌받지 않았다. 심지어 이 사람은 ‘단원고 학생들 가만히 있어라’고 특정지어 말했는데 왜 처벌을 받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통탄했다.

▲ 5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사전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05 ⓒ정의철 기자

그는 이번에 검찰이 사건을 전체적으로 수사해주면, 더 많은 부분이 진상규명 되고 관련자들이 더 늦기 전에 죄값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장 위원장은 “사고 발생 당시 구조를 제 때 안해 사람을 죽게 한 구조 라인들부터 재수사해야 한다. 그게 핵심이다. 그 다음에 특조위 조사 방해한 사람들과 유가족 사찰한 자들도 다 수사해야 한다”면서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이 옷을 벗고 사직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아야 제대로 책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세월호 유가족들은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인근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제발 검찰이 조국 일가 관련 사건의 반 만큼이라도 세월호 사건을 수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장 위원장은 재차 “검찰이 세월호 수사에 자발적, 적극적으로 나서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법 체계상 기소독점주의 아니냐. 검찰밖에 기소 안되고 특검도 검사가 하는건데 검찰이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검찰은 세월호 사건 관련 수사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 않다. 장 위원장은 “사참위가 이미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게 2건이 있다. 지난 3월엔 ‘DVR 조작’ 관련 건을, 지난달엔 ‘청해진 해운이 세월호를 구입할 당시 이뤄진 산업은행의 불법 대출’ 건을 의뢰했는데, 어디 캐비넷에 집어 넣어둔 건지 반응이 없다”고 답답해하면서 “가족들의 노력이 약한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이번에 대대적으로 고소를 한 번하면 좀 검찰이 움직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사참위가 세월호 참사 등 관련 사건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있다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해당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냐는 박 의원의 질의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바 있다. 사참위는 31일 발표 건을 포함해 연말까지 3건 더 추가 수사 의뢰를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 운영위원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한 번도 만나 뵌 적 없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세월호 참사에는 정치색이 없다. 잘못한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만 지면 된다. 제발 윤 총장께서 의지를 가지고 법대로만 수사해달라. 수사단 크게 꾸릴 필요도 없고, 진정성 있게 하나씩 수사해 주시면 된다. 가족들은 그것을 바란다”고 간곡하게 말했다.

토착왜구당 황교안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토착왜구당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입당 인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황 대표,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회장,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2019.10.31 ⓒ정의철 기자

사참위 중간 조사 발표와 같은 시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토착왜구당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1차로 영입한 인재 명단을 공개했다. 황교안 대표가 영입한 이들 인사 중엔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이 있었다.

이 전 사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보도본부장으로 일하며 ‘전원 구조’ 오보, ‘유가족 폄훼’ 보도를 내보냈지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고 이후 대전 MBC 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했다. 앞서 세월호 특조위는 이 전 사장에게 출석 명령, 임의 동행 명령을 했지만 모두 거부했다.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 전 사장을 ‘세월호 참사 언론책임자’로 지목한 상태다.

장 위원장은 토착왜구당이 이같은 행보를 한 데 대해 몹시 분노했다.

그는 “이러니까 세월호 유가족들이 ‘토착왜구당 해체, 황교안 대표 구속’을 외치는 것”이라면서, “1호 영입대상으로 그런 사람을 정하냐. 우리가 21대 국회때 그런 사람을 또 봐야하겠냐”면서 통탄했다.

이어 “황 대표는 법무부장관 마지막 업무로 4.16연대 압수수색 영장에 사인했다. 국무총리 마지막 업무로는 박근혜의 7시간 기록을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묶어놨다”면서, “이러니 가족들이 분노하는거다. 황 대표께서 책임질 게 없으면 당당히 밝히고, 책임지실게 있으면 하고 책임지고 정치해라. 우리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하고 싶을 뿐이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3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31 ⓒ김철수 기자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2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11.2 나는 고발한다, 국민 고소·고발인 대회’를 연다.

장 위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다시 한 번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촉구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로 가는 ‘실질적 첫발’을 내딛는 날이다. 많이들 오셔서 저희에게 힘을 주셨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를 잊어버리지 않았고, 여전히 함께 싸울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


출처  “사참위 발표로 부모들 공황상태..이제라도 검찰 재수사해 진상 밝혀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