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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에 한 명···채광판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는다

보름에 한 명···채광판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는다
[경향신문] 김지환 기자 | 입력 : 2020.01.16 14:32 | 수정 : 2020.01.16 16:01


▲ 송 모 씨(54)는 지난해 10월 12일 오전 7시 40분쯤 전북 정읍에 있는 한 농장 축사에서 선라이트·컬러강판 덧씌움 작업을 위해 축사 지붕 위에서 이동 중, 노후한 선라이트를 밟아 6.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제공

‘지붕에서 작업 중 밟고 있던 선라이트가 깨지면서 추락해 숨졌다.’

국내에서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연간 1,000명가량이 숨지는데 선라이트 붕괴로 인한 추락사는 가장 잦은 사고 유형 중 하나다. 선라이트는 채광을 위해 투명, 반투명 재질로 만든 판재다.

경향신문이 2018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 의견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붕 수리·교체 작업 중 선라이트·슬레이트를 밟고 추락해 숨진 노동자는 무려 39명이었다. 거의 보름(16.33일)에 한 명꼴로 사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도 유사한 사고가 잇달았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재해조사 의견서를 보면, 송 모 씨(54)는 지난해 10월 12일 오전 7시 40분쯤 전북 정읍에 있는 한 농장 축사에서 선라이트·컬러강판 덧씌움 작업을 위해 축사 지붕 위에서 이동 중, 노후한 선라이트를 밟아 6.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선라이트는 태양광, 먼지, 강우, 외풍 등에 의해 경화·열화돼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가 떨어진다.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11시 22분쯤엔 전북 남원에 있는 두지팜 남원농장 퇴비사 보수공사 현장에서 김 모 씨(61)가 퇴비사 지붕 위에서 작업 중 선라이트 파손 부위를 통해 약 4.3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재해가 발생한 퇴비사 주변에 떨어져 있던 선라이트를 살펴보니 손으로 강하게 잡아도 부서지는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2시 44분쯤 충남 홍성군 소재 현대칼라강판이 시공하는 우사 개량공사 현장에선 이 모 씨(54)가 지붕 위에서 패널 설치작업을 하던 중, 썬라이트 지붕재가 파손되며 지상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해 11월 9일 오후 4시 45분쯤 전남 영암군 소재 협성디엔씨가 시공하는 지붕 보수공사 현장에서 김 모 씨(55)가 퇴비공장 지붕 위에서 이동 중, 선라이트를 밟고 추락해 숨졌다.

▲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11시 22분쯤엔 전북 남원에 있는 두지팜 남원농장 퇴비사 보수공사 현장에서 김 모 씨(61)가 퇴비사 지붕 위에서 작업 중 선라이트 파손 부위를 통해 약 4.3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제공

공통적 재해원인은 사업주가 추락 방지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5조(지붕 위에서의 위험방지)는 “사업주는 슬레이트, 선라이트 등 강도가 약한 재료로 덮은 지붕 위에서 작업할 때에 발이 빠지는 등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폭 30㎝ 이상의 발판을 설치하거나 추락방호망을 치는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추락방호망의 설치가 곤란할 경우에는 안전대 부착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예방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유형의 추락사는 정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문제도 있다. 개인이 일용직 노동자에게 지붕 수리·교체 작업을 맡기는 사례가 많아 관청이 공사가 이뤄지는지 여부를 미리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이 선라이트를 밟고 추락하는 사고 방지를 위해 추락 방지 매트 등을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태선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락사 방지를 위해 에서 대기업, 건설 현장 등에 대해선 애를 쓰고 있는데 지붕 수리·교체 중 추락사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역량 투입을 해야 한다”며 “충분히 돈 들이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대안을 사업주에게 소개하고, 노동자들에겐 진짜로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11시 22분쯤엔 전북 남원에 있는 두지팜 남원농장 퇴비사 보수공사 현장에서 김 모 씨(61)가 퇴비사 지붕 위에서 작업 중 선라이트 파손 부위를 통해 약 4.3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재해 발생 퇴비사 주변에 떨어져 있던 선라이트(두께 : 1.0mm). 퇴비사 지붕 선라이트와 동일사양 제품으로 추정된다. 손으로 강하게 잡아도 부서지는 상태였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제공


출처  보름에 한 명···채광판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