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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를 외치며 ‘구호’의 꿈을 놓지 않는···나는 해고 간호사

구호를 외치며 ‘구호’의 꿈을 놓지 않는···나는 해고 간호사
[경향신문] 이준헌 기자 | 입력 : 2020.01.16 17:52 | 수정 : 2020.01.16 18:15


▲ 16일로 고공농성 200일을 맞은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씨가 병원 옥상에 만든 임시 거처에서 동지들이 올려주는 점심 가방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대구 영남대의료원 응급의료지원센터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노동자 박문진씨(60)가 16일 농성 200일을 맞았다. 영남대의료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14년 전 해고된 박씨는 노조탄압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7월 1일 옥상에 올랐다.

▲ 16일로 고공농성 200일을 맞은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씨가 병원 옥상에 만든 임시 거처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16일로 고공농성 200일을 맞은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씨가 병원 옥상에 만든 임시 거처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16일 오후 박씨가 농성 중인 병원 옥상을 찾았다. 박씨는 200일을 옥상에서 지낸 사람 치고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건강해 보인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었다. 박씨는 “농성기간 동안 간수치가 많이 올랐고, 이따금씩 심장이 조여 오는 통증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육체적 통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200일 가까이 하루 종일 높은 데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한 번씩 뛰어내리고픈 충동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내가 여기 올라온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밑에서 자신을 믿어주는 동지들의 얼굴이 떠올라 다시 임시 거처 안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 16일로 고공농성 200일을 맞은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씨가 병원 옥상에 만든 임시 거처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16일로 고공농성 200일을 맞은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씨가 병원 옥상에 만든 임시 거처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영남대의료원은 2006년부터 ‘노조 파괴’로 유명한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고 노조를 탄압했다. 당시 노조가 ‘비정규직 정상화’를 요구하며 3일간 파업을 벌이자 병원은 박씨 등 노조 간부 10명을 해고하고 노조원 28명을 중징계 했다. 그 이후 대법원은 이 중 7명에 대해서만 복직 판단을 내렸다, 박씨를 포함한 3명은 여전히 해고자로 남아 있다.

▲ 16일로 고공농성 200일을 맞은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씨가 병원 옥상에 만든 임시 거처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16일로 고공농성 200일을 맞은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씨가 병원 옥상에 만든 임시 거처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16일로 고공농성 200일을 맞은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씨가 병원 옥상에 만든 임시 거처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 연말 김진숙 지도위원 방문 등으로 여론 주목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기대를 걸었던 사측과의 사적 조정은 사측이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렇다 할 도리 없자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이 단식에 들어갔다. 지난 13일부터는 김진경 영남대의료원 노조 지부장과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지부장이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 고공농성과 해고 사태를 어떻게든 끝내자는 결심이다.

▲ 16일 대구 영남대학교 병원 로비에서 대구지역 진보정당 위원장이 단식 동참할 것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 16일로 고공농성 200일을 맞은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씨가 병원 옥상에 만든 임시 거처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초등학교 때 나이팅게일 전기를 읽고 간호사가 되었다”는 박씨는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꿈으로 남아 있다. 74m 병원 옥상에 갇힌 그의 꿈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출처  구호를 외치며 ‘구호’의 꿈을 놓지 않는···나는 옥상에 갇힌 해고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