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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불합치 ‘집시법 11조’ 재심 무죄에도…“항소” 안 꺾는 검찰

헌법불합치 ‘집시법 11조’ 재심 무죄에도…“항소” 안 꺾는 검찰
총리공관 100m 내 집회 참가자들에 조항 적용 또 항소장
2심 “위헌으로 소급해 효력 상실” 검 “대검 지침 따라 처리”

[경향신문] 허진무 기자 | 입력 : 2020.01.30 06:00 | 수정 : 2020.01.30 06:00



검찰이 국회·국무총리공관·법원 앞 집회 참가자들에게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조항을 적용해 항소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국무총리공관·법원 등 국가기관 인근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1조 일부 조항은 2018년 5~7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집회 참가자들이 헌재 결정을 근거로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검찰은 항소장을 냈다.

오모씨(31)는 2014년 6월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60m 떨어진 곳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만인대회’에 참가했다가 집시법 제11조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5년 5월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헌법재판소는 오씨에게 적용된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하며 2019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개정하라고 했다. 오씨는 헌재 결정을 근거로 지난해 5월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지난해 8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결정에 해당한다”며 “위헌결정이 선고되면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므로 이 조항을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사건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법리오인’을 했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집시법 제11조 개정시한까지는 현행 규정이 유효하게 적용된다”며 “법원은 현행 규정에 따라 유죄 판단을 하거나 개정할 때까지 기다려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이일염)는 지난 23일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헌법불합치 결정이 위헌결정이라는) 법리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며 “현재 법률조항의 효력이 소급해 상실된 것은 명백하다. 이미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언된 구법을 토대로 개정된 법을 소급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돼 검찰 주장대로 법 개정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집시법 제11조의 해당 조항은 국회가 개정하지 않으면서 올해 1월 1일부로 폐지됐지만 검찰은 이 조항을 적용한 항소를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오씨와 같은 집회에 참가해 벌금형을 받았으나 지난해 9월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양모씨(27), 11월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박모씨(33)와 김모씨(25)에 대해서도 항소한 뒤 해가 바뀐 뒤에도 취하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정부가 패소한 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를 최대한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압도적인 정보를 가진 정부가 패소했으면 그대로 따르면 되지 왜 항소를 하느냐. 이런 식으로 자꾸 항소하면 세상이 바뀌겠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해당 집시법 조항으로 기소한 사건들이 많기 때문에 대검찰청이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대검찰청 지침이 나오는 대로 그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단독]헌법불합치 ‘집시법 11조’ 재심 무죄에도…“항소” 안 꺾는 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