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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방사능 폭탄’ 떨어지나? 일본의 속내는

동해에 ‘방사능 폭탄’ 떨어지나? 일본의 속내는
10일 일본 경제산업성,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권고
그린피스 “핵폭탄으로 조금씩 인류를 죽이는 것”
‘방사능 전문가’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최경숙 간사
“동해바다 생선에 영향 갈 수 있어” 우려

[한겨레] 취재 : 김포그니 기자, 연출 : 조성욱 PD | 등록 : 2020-02-23 10:09 | 수정 : 2020-02-23 10:17


지난 10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120만 톤 규모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권고했다. 이를 두고 그린피스 등 주요 환경단체는 “2011년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쌓여온 오염수를 비용 절감을 이유로 바다에 흘려보내려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방사능 오염수 방출은 곧 인류를 향한 테러’라고도 이들은 말한다. ‘핵폭탄이 한 번에 터뜨려 죽이는 것이라면,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조금씩 인류를 죽이는 것’이란 뜻이다.

일본과 근접한 우리 바다는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 〈폰터뷰〉 제작진이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최경숙 간사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겨레TV. 폰터뷰 화면 갈무리

# 다음은 최경숙 간사와의 일문일답

Q. 일본은 이번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가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보는가?

A. “일본 측은 방사능 오염수를 ‘알프스’(ALPS,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라는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 방류하기 때문에 해양생태계에 끼칠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 들어오면 유전적 결함을 일으키는 나쁜 물질이다. 현재 일본이 내보내려는 방사능 오염수에 있는 삼중수소 추정치가 무려 860조 베크렐(Bq)에 달한다.”

Q. 860조 베크렐(Bq)이면 어느 정도 수치인가?

A. “상상을 초월하는 양이다. 뿐만 아니라 뼈에 흡착돼 백혈병, 소아암, 골수암 등을 일으키는 ‘스트론튬90’이라는 물질도 기준치 100~2만 배에 달한다. 이런 독한 방사능 물질이 들어있는 오염수의 양은 또 어떤가. (서울에 있는) 63빌딩 몇백 채를 채울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 양을 바다에 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인류 최악의, 그리고 최초의 해양오염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해양 생태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가늠조차 안 된다.”

Q. 일본의 본래 계획대로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된다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A. “일본 가나자와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가 동해안으로 흘러들어오는데 불과 1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이 어느 정도 방사능 오염수를 희석해 버리는지, 그 정보를 공개할지도 미지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절대 바다에 방류해서는 안 되는 물질이 방류된다는 것이다. 동해에 사는 어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Q. 그때 생선을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긴가?

A. “우리 어류 등에 대한 전면 조사를 해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겠지만, 향후 동해의 생선을 먹느냐, 안 먹느냐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문제는 이거다.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면 우리 수산업 종사자들이 굉장한 경제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Q. 일본산 어류만 피하면 그래도 안전하지 않을까?

A. “바다에는 국경이 없다. 일본의 해역과 겹치는 곳에서 잡혀온 수산물에 관해서는 조금 더 철저한 방사능 검사가 필요하다.”

Q. 이렇게 주변국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은데도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이유가 뭘까.

A. “일본 입장에서는 방사능 오염수를 계속 저장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하지 못했다는 하나의 상징이 되기 때문에 그것을 빨리 없애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다. (중략) 게다가 앞으로 방사능 오염수가 반영구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국제적 여론이 좋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이것을 뚫고 버리기 시작하면 앞으로도 계속 버릴 수 있다. 그런 노림수 때문에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본다.”

▲ 한겨레TV. 폰터뷰 화면 갈무리

Q. 일본 여론은 왜 잠잠한가?

A. “우선 일본 정부에선 오염수라는 말을 쓰지 않고 처리수라는 말을 쓴다. 방사능 물질이 다 제거되지 않았음에도, 단순히 어떤 설비를 거쳐 여과했다는 이유로 그런 명칭을 쓰는 것이다. 일종의 말장난이다. 그뿐인가? 도쿄전력에서 발표한 보고서와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발표한 보고서가 다를 때도 있다. 오염수에서 발견된 방사능 물질의 수치가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내놓은 자료에는 최고치가 삭제돼 있기도 하다. 일종의 은폐인 것이다. 이밖에도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정보가 일본 대중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상황이다. 일본의 언론지수 순위가 낮은 것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사실 보도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Q. 국제법상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A. “‘유엔 해양법 협약’이나 ‘런던 의정서’ 등에 따르면 원자력 폐기물을 해양에 버리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분명히 들어있다. 이 점을 이용해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출처  동해에 ‘방사능 폭탄’ 떨어지나? 일본의 속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