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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에 대한 경항신문의 ‘왔다갔다’ 평가

지역주의에 대한 경항신문의 ‘왔다갔다’ 평가
[신문읽기] 일부 언론의 ‘낡은 지역주의 프레임’ …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 2020.04.18 09:54:35 | 수정 : 2020.04.18 10:26:14


“총선 결과를 지역주의 부활로 단정짓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오히려 지역 내 세대 간 균열이 상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대 총선에 견줘 접전지 증가, 험지 출마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 등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오늘(18일) 경향신문이 4면에서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재현된 영호남 의석 쏠림, ‘낡은 지역주의’와는 달랐다>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저는 이미 <되살아난 지역주의? 너무나 안이한 언론의 평가들>(고발뉴스)에서 이번 총선에 대한 일부 언론의 평가를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경향신문의 오늘(18일) 기사에도 상당 부분 공감하는 편입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일부 언론의 ‘낡은 지역주의 프레임’ …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다른 걸 다 떠나 통계를 봐도 이번 총선을 ‘지역주의 부활’로 보기 어렵다는 게 확인됩니다. 오늘 경향신문이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영남권의 범여권 지지율은 20대 총선보다 상승세가 뚜렷했다. 지역별 정당 득표율을 보면 부산의 경우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26%였지만 이번엔 28.4%(더불어시민당 기준)를 얻은 것을 비롯해 정의당 7.3%, 열린민주당이 4.6%로 나타났다. 범진보 세력이 통합당(43.7%)과 거의 박빙이다. 울산·경북·경남 득표율 역시 4년 전보다 올랐다.”

관련해서 오늘(18일) 한겨레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한겨레는 1면 <지역주의 회귀? 영남 민주당 득표율은 올랐다>에서 “이번 총선의 실제 표심은 지역구도 부활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최근 세차례 총선에서 영남권의 민주당 득표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영남 지역주의 부활’은 최다득표자 1명만 당선시키는 소선거구-단순다수대표제의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에선 대구 경북에서 미래통합당이 싹쓸이를 한 걸 거론하며 여전히 ‘퇴행적 지역주의’로 비판을 하고 있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이 부분은 오늘 한겨레가 잘 정리를 해주고 있는데요 인용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 단 1석도 허락하지 않은 대구·경북(PK) 역시 민주당의 득표율 상승세가 뚜렷하다. 19대 총선 때 20.9%였던 대구의 민주당 지역구 득표율은 24.4%(20대), 28.5%(21대)로 꾸준한 증가 추세다.

경북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모든 지역구에 출마했던 8년 전 19대 총선에 견줘 득표율이 11%포인트나 올랐다. 4년 전엔 민주당 득표율이 8%로 급락했으나, 전체 13개 지역구 중 6곳에만 후보를 내고 얻은 결과여서 이번 총선과 비교 자체가 어렵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경북 유권자 네명 중 한명(25%)의 마음을 얻었지만, 의석은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한겨레 4월 18일자 1면 <지역주의 회귀? 영남 민주당 득표율은 올랐다>)

저는 “영남권 유권자의 지역주의 투표 행태는 선거가 거듭될수록 완화되고 있는데도 이런 민심의 변화가 의석수에 반영되지 않는 데는 현행 선거제도 탓이 크다”는 한겨레 지적에 전폭 동의합니다.

유권자의 표심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지역주의 완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소선거구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현행 선거제도 때문에 표심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되고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기성 언론이 총선 결과를 분석하거나 평가할 때 ‘지역주의 표심 강화’, ‘퇴행적 지역주의 회귀’라고 쉽게 결론 내리는 것에 부정적인 이유입니다. 별다른 고민 없이 ‘낡은 지역주의 프레임’을 들고 나오는 것에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KBS의 고민 없는 ‘지역주의 부활’ 리포트 … ‘상투적인 지역주의’ 비판 이제 그만!

아직도 그런 언론이 있어? 이렇게 반문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여전히 그런 기류가 보입니다.

KBS만 하더라도 지난 16일 <되살아난 지역주의, 양당에 밀려 제3당 붕괴>라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저는 KBS가 이 리포트를 내보내기 전에 얼마나 제대로 고민을 했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앵커 멘트부터 ‘가관’입니다. 잠깐 한번 보실까요.

“이번 총선에선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가 되살아났습니다. 민주당은 호남을 포함해 서쪽 지역을 독차지했고, 영남은 미래통합당 몫이었습니다. 양당의 대결 속에 그간 완충 역할을 해왔던 소수 정당들은 붕괴됐습니다.”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제가 고발뉴스에서 이미 지적했지만 “‘동서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선명하게 갈린 건’ 분명하지만 그런 현상을 ‘지역주의 강화’라고 단정하는 건 섣부른 판단”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지역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이라는 이른바 ‘제3당’에 지지를 보냈는데 왜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는지를 먼저 분석하고 평가해야 하는 게” 언론의 역할 아닌가요?

왜 언론은 “그런 평가는 생략한 채 ‘동서로 갈라졌다. 지역주의 강화’”라고 쉽게 얘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상투적으로 지역주의를 남발하고 있는 게 아닌가 – 이런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무튼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그나마 기성 언론의 ‘지역주의 프레임’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평가할 대목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향신문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습니다.

경향신문도 지난 16일 <되살아난 지역주의, 개탄스럽다>는 사설을 내보냈기 때문입니다. 고발뉴스 <되살아난 지역주의? 너무나 안이한 언론의 평가들>에서 경향신문 사설의 문제점을 이미 지적했기 때문에 여기서 ‘문제점’을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사설에서 ‘퇴행적 지역주의’라 했던 경향 … 기사에선 ‘낡은 지역주의’ 아니다

그러나 며칠 전 사설에서 △동서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선명하게 갈렸다 △균열을 보이던 지역주의는 다시 공고해졌다 △지역주의 타파의 흐름을 이어가기는커녕 퇴행했다 △지역주의를 되살린 책임은 대결정치로 일관한 거대 양당에 있다고 주장했던 경향이 자신들의 사설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총선이 “‘낡은 지역주의’와는 달랐다”고 평가하는 모습을 보는 건 씁쓸합니다.

만약 저라면 ‘경향도 사설에서 지역주의라 단정했지만 그런 평가에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았다. 실제 통계에서도 그런 부분이 확인된다’라는 부분 정도는 넣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기사가 어딨어?’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식의 기사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입장이나 의견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며칠 전에 했던 주장을 ‘뒤집는’ 기사를 내보낸다면 최소한의 ‘언급’ 정도는 해주는 게 독자에 대한 예의 아닐까요?


출처  지역주의에 대한 경항신문의 ‘왔다갔다’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