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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사태’로 본 韓언론의 단면.. ‘재난에 가까웠다’

‘코로나사태’로 본 韓언론의 단면.. ‘재난에 가까웠다’
언론의자유 아시아 1등, 신뢰도는 최하위.. 한국언론의 실상
[고발뉴스닷컴] 이명재 민언련 정책위원 | 승인 : 2020.05.05 09:32:38 | 수정 : 2020.05.05 09:39:44


▲ <사진출처=뉴시스>


코로나와 한국 언론의 낙오

집권여당에 압도적 의석을 안겨준 4.15 총선은 그러나 여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이른바 보수 야당의 참패였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보수 유력 언론의 참패였다. 보수동맹- 보수라는 이름으로 보수를 부인하는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에 의한 ‘보수’ 정언(政言) 동맹의 한 축인 자칭 보수언론의 패배였다.

이들 두 보수권력은 서로에게 원인이자 결과였다. 부실 보수언론이 보수권력의 부실을 불렀고, 부실 보수권력이 다시 보수언론의 부실을 낳았다. 강력하지만 그 권력의 크기만큼의 내실이 없는 권력은 자신의 그 권력에 의해 스스로 망한다는 것을 이번 선거는 그에 대한 강력한 응징으로써 여실히 보여줬다.


비어 있는 그릇(空器), 한국 언론

그러나 보수권력의 패배가 그 맞은편에 있는 권력의 승리였던 건 아닌 것처럼 이른바 보수 언론의 패배가 그 상대편으로 분류되는 언론들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패배는 있으나 승리는 없고, 패자는 있으나 승자는 없었다. 패배와 패자만 있을 뿐 승리와 승자는 없는 그 결과에 지금의 한국 언론의 주요한 면모가 놓여 있다.

한국 언론의 현실, 그것은 흔히 ‘공기(公器)’라고 불리는 영예로운 명명의 오염과 부패로 요약된다. ‘공기’로서의 언론의 한국적 상황은 빈 그릇으로서의 공기(空器)라고 바꿔 불려야 할 만하다. 부실과 빈곤과 결손의 빈 그릇이 한국 언론의 현주소다. 그릇으로서의 모양새, 번듯한 꼴과 용량은 갖췄지만 그 그릇은 비어 있거나 금이 가 있거나 그 안에 담겨 있어선 안 되는 것들로 오염돼 있다.

▲ 국경없는기자회(RSF)가 21일 발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 세계 지도. <사진제공= 뉴시스, 국경없는 기자회>

공기(空器)로서의 한국 언론의 한 실상이 두 개의 조사결과에 드러나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20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42위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에서 가장 언론 자유가 높은 나라로 꼽혔다. 박근혜 정부 2016년에 70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해 세계적으로 언론자유 후퇴 국가로 인식됐던 것과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6년 31위였던 것에 비하면 급상승, 급회복세다.

그에 대비되는 조사가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몇 년째 내놓고 있는 ‘디지털뉴스리포트’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주요 38개국의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인의 자국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최하위로 나타나 한국 언론이 2016년 이 조사에 처음 포함된 뒤부터 4년 연속 최하위다.

한국 언론에 대한 상반되는 이 두 개의 조사가 가리키는 바는 무엇인가. 많은 자유를 누리지만 그 자유만큼의 책임을 못 따라가는 한국 언론의 한 단면이다.


‘바이러스 재난’과 ‘언론재난’

이번 총선은 코로나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상황에서 치러졌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코로나사태를 잘 이겨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대처가 확인시켜주는 것은 대규모 집단 감염증의 극복에는 의학적 대응을 넘어서 전사회적 역량의 총집결이 요구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언론이 보여준 모습은 ‘재난 언론’이 아닌 ‘언론 재난’에 가까운 것이었다. 언론은 문제의 전달자가 아니라 문제의 생산자였다. 바이러스 보도가 아니라 ‘보도라는 바이러스’의 창궐이었다. 일부 유력 언론의 광포함과 무분별, 우리 사회에 대한 집요하고도 체계적인 자해적 행실은 자신의 동맹세력을 망치고, 우리 사회를 또 다른 재난으로 몰아가려 했지만 ‘언론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웠다고 자부할 언론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코로나사태에서 한국 언론이 보여준 것은 한국사회와의 대립이었다. 언론은 우리 사회의 밖, 혹은 아래에 있었으며 한국 사회가 앞으로 나가려는 방향의 뒤에 있었다. 서서히 헤어나고 있는 코로나사태로부터 우리 사회가 완전히 벗어난다면 그것은 언론 덕분에나 언론과 함께가 아니라 ‘언론에도 불구하고’라고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부터 우리 인류가 깨쳐야 할 중요한 교훈 중의 하나는 지구에 대해, 자연에 대해 인류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류의 방종에 대한 경고다.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는 보수정치세력에의 권력의 방종에 대한 경고를 넘어서 보수언론, 그리고 언론이라는 그 자체로써 공기(公器)의 권력을 갖는 한국의 언론에 던지는 경고다. 그것은 또한 언론 신뢰도 최하위가 던지는 역설, 언론의 언론다움, 자유만큼의 책임을 바라는 높은 기대이기도 하다.

올해는 한국의 두 주요 신문의 창간 100년을 맞는 해다. 두 유력 보수신문의 ‘몰(沒)보수’ ‘비(非)보수’를 물리치는 것과 함께 한국의 모든 언론이 자신 안의 비(非)언론을 비워내고 꽉 찬 그릇으로서의 언론의 면모를 찾으라는 우리 사회의 요구에 답하지 못한다면 한국언론은 코로나사태를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세계인들로부터 받는 주목과 찬사로 인해 한층 높아진 한국인들의 자긍과 기대와 더불어 나아가지 못하는 낙오의 처지가 될 것이다.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출처  ‘코로나사태’로 본 韓언론의 단면.. ‘재난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