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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 40돌 맞았지만…여전히 밝혀야 할 진실은 많다

‘5월 광주’ 40돌 맞았지만…여전히 밝혀야 할 진실은 많다
[5·18 민주화운동 40주기]
기념식에서 최정희씨, 남편 잃은 사연 소개
국립묘지에는 코로나 딛고 추모발길 이어져
교황 “인권 위해 희생한 청년 기억” 메시지

[한겨레] 김용희 정대하 안관옥 기자 | 등록 : 2020-05-18 17:14 | 수정 : 2020-05-19 02:30


▲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남편을 잃은 최정희씨가 제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은 흘러도 산천은 안다.’

오월 그날은 또 와서 살아남은 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40번째 오월을 맞는 18일, 금남로에는 희생자 가족의 슬픈 사연과 함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참배가 하루종일 이어지는 등 오월 영령을 위로하고 대동정신을 계승하는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이날 프란시스코 교황은 인권을 위해 희생한 젊은이들을 기억하자는 내용의 5·18 특별 메시지를 보내왔다.

올해 기념식은 처음으로 5·18항쟁의 심장부였던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남편 임은택(당시 35)씨가 1980년 5월 21일 소 판매대금을 수금하러 나갔다가 10일 뒤 옛 광주교도소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된 최정희(73)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최씨는 “젊어서 3남매를 혼자 키우며 팍팍한 삶을 살았다. 한땐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다시 남편을 만나면 3남매 반듯이 키우느라 고생했다는 칭찬 한마디 듣고 싶다”고 말했다.

기념공연 무대엔 5·18 시민군 김성찬(82년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씨의 딸 김선정 단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교수가 ‘광주의 넋’을 주제로 살풀이춤을 헌정했다. 김 교수는 온몸이 땀으로 젖는 격정적인 춤사위로 아버지와 오월 영령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이날 기념식은 문재인 대통령이 5·18민주광장으로 입장한 오전 10시부터 한시간 동안 진행됐다. 젊은 세대들이 5·18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매년 5·18유족회장이 맡았던 경과보고는 5·18유공자 가족인 김륜이(20)씨와 차경태(19)군이 맡았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통해 5·18진상규명,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등의 의지를 밝히자 참석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기념식은 참석자 전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이날 기념식이 끝난 뒤 시민들은 5·18민주광장에서 만난 정치인들에게 “5·18진상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5·18헬기사격 핵심 증거인 ‘전일빌딩245’를 둘러봤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18일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을 방문해 5·18 헬기 사격 관련 목격과 증언을 담은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처음 열린 ‘광장 기념식’이지만 대형 스크린이 없어 많은 시민들이 기념식장 밖에서 멀뚱이 서있는 등 세심한 배려에서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5·18 희생자들이 안장된 국립5·18민주묘지에도 하루종일 시민과 유족 등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참배객 숫자는 예년에 견줘 줄었으나 한산한 묘역을 돌며 숙연하게 참배하는 등 체류시간은 되레 더 길어졌다. 개교가 미뤄진 탓에 교복 차림으로 찾아오는 중고생들의 현장 학습은 눈에 띄게 줄었다. 5·18민주묘지 관리소 쪽은 “지난해 5월에는 35만여 명이 참배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광주의 여러 행사가 취소되었고, 기념식도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려 참배객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5·18 40돌을 맞아 “인권을 위한 젊은이들의 희생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광주 교회에 보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17일 광주시 북구 임동 주교좌 성당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0돌 기념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1980년에 일어난 5·18 40주년을 기념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셨다”며 이같이 전달했다.

교황은 메시지에서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의 희생이 기억되길 바란다. 개인의 존엄성과 권리 존중, 생명 보호 등 사회 질서를 형성하는 데 광주의 교회가 계속 역할을 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어 “이번 기념행사가 평화와 화해를 이루는 데 기여하고, 한국 국민의 마음속에 연대와 형제애를 증진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사는 ‘우리는 그날처럼 살고 있습니까:대동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나눔과 연대’라는 주제로 염수정 추기경 등 주교단과 김희중 광주대교구장이 공동으로 집전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광주 임동 주교좌 성당에서 열린 5·18 40돌 기념미사에서 “목숨을 걸고 인권을 지킨 젊은이들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연합뉴스


출처  ‘5월 광주’ 40돌 맞았지만…여전히 밝혀야 할 진실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