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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교통 택시기사가 24m 철탑고공농성 시작한 이유

경북 경산교통 택시기사가 24m 철탑고공농성 시작한 이유
노조 “계속 말 바꾼 회사, 믿을 수 없어”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20-06-02 20:23:54 | 수정 : 2020-06-02 20:23:54


▲ 택시기사 박상태(58) 씨는 지난 1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경산실내체육관사거리 조명탑 위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택시기사 박상태(58) 씨가 지난 1일 경북 경산시 경산실내체육관사거리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고용승계를 전제로 회사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직서 제출을 거부한 택시기사들이 해고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회사는 협동조합 전환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한 택시기사들에게 사직서를 작성하고 다시 입사서류를 내지 않으면 고용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2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경북지회 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사직서를 쓰고 다시 입사서류를 내면 고용승계를 해주겠다고 하지만, 계속 말을 바꿔온 회사를 우리 입장에선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용승계를 위해 사직서 작성 등이 꼭 필요하다면 믿을만한 절차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수차례 말 바꾼 회사...“믿을 수 없어”
노조 “협동조합 전환, 채무 전가하려는 것”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와 경상북도 경산시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택시회사 경산교통(현 경산시민협동조합택시)은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고용승계 관련 약속을 여러 차례 번복했다.

택시회사 경산교통은 최근 경산시에 협동조합으로 변경해 택시업을 하겠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산시는 이를 불허했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노조 측의 민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회사는 택시기사들을 고용승계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이 약속 내용을 합법적인 서류로 받아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던 경산시는 구두로만 약속을 받아낸 뒤 협동조합 전환을 허가했다.

그런데, 회사는 허가를 받아내자 말을 바꾸었다고 한다. 시에 민원을 제기했던 노조 측은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조건으로 인허가 신청서를 냈다고 해서, 그럼 해주라고 했다. 그래서 시에서도 조건부 인허가를 냈는데, 회사가 허가를 받자 ‘시에서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이후 시 관계자의 중재로 다시 합의가 이루어지는 듯 했으나, “회사에서 협의한 문구를 또 바꿨다”라고 노조 관계자는 말했다. 시 관계자도 “같은 얘기인데 (회사가) 문구를 바꾸고, 결과가 나오기 전에 노조도 농성을 시작하면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110여 명의 경산교통 택시기사 중 노조 조합원인 택시기사 30명가량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들은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노조원이라는 이유 등으로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경산시민협동조합택시 조합원 박상태 씨가 2일 지상 24m 높이의 경산실내체육관 네거리 조명탑에서 ‘고용 승계’등을 요구하며 이틀째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0.6.2. ⓒ뉴스1

또 노조는 경산교통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려는 이유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채무를 회피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택시지부 경북지회 관계자는 “경산교통 택시기사 소정근로시간이 하루 기준 35분밖에 안 된다. 그런데 작년 4월 18일 대법원에서 하루 8시간에 대한 임금은 줘야한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이런 식으로 쌓인 경산교통 임금채무가 약 70억 정도 된다. 회사 대표는 이 때문에 회사를 운영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작년에 채권포기 동의서를 강제로 받아내려고 했고, 우리가 시청 점거 농성을 해서 무산됐다. 그게 안 통하니, 지금 와서 협동조합으로 변경해 채무를 협동조합 조합원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4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택시기사 임금 관련 소송에서 택시업체가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실제 노동시간 변동 없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건 불법이라며 실제 노동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소정근로시간을 줄여서 외형상으로만 최저임금을 맞춘 것은 불법이라는 판결이다.

관행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편법으로 임금을 줄여왔던 택시 업계는 대법원 판결로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산교통의 협동조합 전환 이유도 이 소송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한편, 뉴스민에 따르면 경산시민협동조합 관계자는 “법인이 바뀌었기 때문에 사직서를 내야 한다. 협동조합 택시는 고용승계라는 게 없다. 일반 투자자 개념”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경북 경산교통 택시기사가 24m 철탑고공농성 시작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