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아베 사죄상’ 논란 삼은 일본 정부, 중국 ‘사죄하는 아베 로봇’엔 무반응

‘아베 사죄상’ 논란 삼은 일본 정부, 중국 ‘사죄하는 아베 로봇’엔 무반응
2015년 한 중국 기업이 상하이 국제로봇전시회에 출품... 당시 일본 정부 입장 표명 없어
[민중의소리] 이소희 기자 | 발행 : 2020-07-30 10:14:53 | 수정 : 2020-07-30 11:17:42


▲ 소녀상 앞에 무릎 꿇고 속죄하는 남성의 모습이 담긴 ‘영원한 속죄’ 조형물이 강원 평창군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됐다. ⓒ한국자생식물원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의 한 민간식물원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아베 신조 총리처럼 보이는 조형물 ‘영원한 속죄’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했다. 그런데 앞서 2015년 중국의 한 로봇회사가 상하이 국제로봇전시회에 ‘사죄하는 아베 로봇’을 출품해, 화제가 되었을 당시엔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평창군 소재 민간 시설인 한국자생식물원(이하, 자생식물원)은 지난 25일 ‘영원한 속죄’라는 이름의 조형물을 공개하고, 오는 8월 10일 동상 제막식을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조형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보이는 소녀 앞에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듯 머리를 숙인 모습으로 되어 있다. 자생식물원 김창렬 원장은 지난 2016년 자비를 들여 해당 조형물을 제작 의뢰했다고 알려졌다.

해당 사실에 대해 한국 언론이 보도하자, 일본 언론도 뒤따라 보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8일 해당 조형물에 대해 한국 인터넷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날 교도통신은 자생식물원 김창렬 원장과의 인터뷰를 실으며, “아베 총리를 특정한 것이 아니라 사죄하는 입장에 있는 모든 남성을 상징한 것”이라는 설명을 전했다. 해당 기사 밑에는 일본 누리꾼들이 조형물을 비난하는 댓글이 5천개 넘게 달렸다.

▲ 쪽국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자료사진) ⓒ뉴시스

같은날 오전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영원한 속죄’에 대해 언급하며 “사실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만약 사실이라면 한일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날 오후 한국 외교부 김인철 대변인도 조형물에 대해 언급하며 “국제사회에서 국제 예양(國際禮讓·국가 간에 일반적으로 지키는 예의 등에 의거한 관례, International comity)이라는 것이 있다. 어느 나라건 간에 외국 지도급 인사에 대해서 그런 국제 예항을 고려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사유지에 조형물을 세운 것에 대해서도 정부가 문제를 삼아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29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형물에 대해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한 것을 짚으며 “외교 관례를 벗어난 과민 반응이자, 국격을 의심하게 하는 한심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로서 민간의 창작물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다”라며,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이며 아베 총리의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혐한론을 부추기는 외교적 생트집이란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자생식물원 측은 ‘영원한 속죄’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 정부 간에 논란이 되자 제막식 일정을 취소했다.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창렬 원장은 “대상(조각된 남성)은 사죄하는 누군가이지 아베를 콕 집어서 ‘이건 아베야’ 이렇게 만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 항의에 대해 “독도를 아직도 자기네 영토라 하고 무역 문제나 한국에 대한 태도 등 자기들이 하는 건 결례가 아니고, 개인이 만든 조형물이 결례된다는 건 자기중심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농사짓는 사람, 식물원 하는 사람이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이런 짓을 하겠나”라며 “다만 ‘이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하나의 조각으로 만들어 놨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조형물을 철거하지는 않겠다면서 “나의 사유지에 설치된 조형물이고, 누구든 볼 수 있게 개방해 그대로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8~11일 상하이에서 열린 2015국제로봇박람회에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모습을 한 로봇이 등장, 끊임없이 관람객들을 향해 허리를 숙여 ‘사과’를 했다고 중국 신원왕 등 언론이 14일 전했다. 해당 로봇의 모습. 2015.7.15 ⓒ사진 = 중국 바이두/뉴시스

‘영원한 속죄’가 세간에 공개되기 정확히 5년 전, 중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15년 7월 8~11일 간 상하이 국가회람중심에서 열린 2015국제로봇전시회에는 아베 총리의 모습을 닮은 로봇이 전시됐다. 이 로봇은 관람객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등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사과했다.

중국 온라인 매체인 펑파이(澎湃)신문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해당 로봇은 인기를 끌어 관람객들이 줄을 서 구경하고 사진 촬영을 했다고 한다. 로봇이 주목을 받자 이를 전시한 상하이 징훙(驚鴻)로봇유한회사는 해당 전시품은 ‘도어맨 로봇’으로 중국의 한 코미디를 원형으로 해 만들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베 총리를 닮았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15년은 중국 정부가 기념한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이었는데, 당시 아베 총리가 전후 70주년 담화에 ‘통절한 반성’은 하지만 ‘사죄’라는 표현은 담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죄하는 아베 로봇’에 대해서는 일본 누리꾼 일부의 반응이 있었을 뿐,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나오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영원한 속죄’와 ‘사죄하는 아베 로봇’ 모두 민간에서 만든 것이며 제작 의도가 아베 총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 시민들 모두 과거 침략국인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하지 않은 점을 불편하게 여기는 상황인 것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유독 한국의 ‘영원한 속죄’에 대해서만 일본 정부가 나서 불편함을 표명하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 일본 정부가 관련해 향후 추가 조치를 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출처  ‘아베 사죄상’ 논란 삼은 일본 정부, 중국 ‘사죄하는 아베 로봇’엔 무반응